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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시대의 산업혁명, 기후테크 - 정수종 위원

작성일 : 2024.10.14 조회 : 2717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은 기술의 혁신을 통한 생산량 증가를 통해 인류의 삶을 바꾸는 역할을 했다. 영국에서 시작한 방적기의 개량 기술은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며 19세기 초반까지 약 100년간 유럽에서 가내수공업 수준의 산업을 대단위 공장의 형태로 변모시키며 자본주의 틀을 갖추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산업과 경제의 변화는 사회와 문화의 변화를 통해 인류 삶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된 시발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보통 역사학자들은 18세기 영국에서 출발해 유럽으로 퍼져나간 변화의 물결을 인류 최초의 산업혁명 또는 초기산업혁명이라 하기도 한다. 영국에서 이러한 산업혁명이 시작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한 가지는 풍부한 석탄 때문이다. 바로 이 석탄이 그전까지 폭발적인 에너지를 얻기 힘들었던 에너지원을 대체하면서 산업혁명을 가속화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누구도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겠지만, 석탄은 태우면 연소를 통해 인류에게 유용한 에너지만 줄 뿐만 아니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끌어올려 기후변화라는 사이드이펙트(side effect)를 유발한 것이다.

석탄에 기반한 1차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인류는 더 다양한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24시간 원하는 에너지를 획득함으로서 여러 산업을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방적기와 증기기관으로 대변되는 석탄 기반의 산업에서 석유와 가스를 이용한 중화학 및 철강 산업에 이어 21세기 정보 통신 산업까지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1850년 이후 지금까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단 한 번도 내려간 적이 없다. 산업과 이산화탄소 배출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산업을 멈추지 않는 한 지금 올라가고 있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지금 우리 삶을 지탱하는 다양한 산업은 생산, 소비, 유통, 폐기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탄소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탄소를 줄이는 것은 결국, 산업을 위축시키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산업의 성장과 탄소의 감축이라는 상반된 목표를 함께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지금 전 세계가 경제성장과 탄소의 탈동조화(decoupling)를 이루어낼 수 있고 기후위기시대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을 찾아 나섰다. 바로 그것이 기후테크다.

2023년 ‘대통령직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는 기후테크를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기후완화기술이나 기후변화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기후적응기술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라 정의하였다. 요즘 우리에게 나름 익숙한 풍력,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부터 아직 조금 생소한 조리 로봇, 배양육, 친환경 재활용 기술, 위성 기반 기후모니터링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그동안 많이 언급되었던 기후기술과의 차이는 바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정부 부처의 성격에 비유하자면 기후기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진행하는 국가연구개발사업(R&D)분야라면 기후테크는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다루는 산업 분야로 이해하면 좋겠다. 단순히 연구실이나 실험실 속 아이디어가 아니라 세상으로 나와 실생활에 활용이 될 수 있는 기술로 성장시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기후테크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부터 그 기술이 시장으로 가서 통용될 수 있는 상품이 되기까지 모든 과정이 중요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기후테크를 바라보는 시선이 뜨겁다.
나날이 심해지는 기후변화 피해로부터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비준한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나라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설정하고 이를 이행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국가는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4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이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시장에 등장해 빠르게 확산되어야 하는 현실이다. 이뿐만 아니라 지금 당장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 하더라도 기후변화는 날로 심해질 것이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기술과 산업을 빠르게 육성시켜야 한다. 이는 최근 들어 극심해지는 산불, 가뭄, 그리고 집중호우로 인한 홍수 피해를 보면 알겠지만,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는 이제 인간의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기후테크를 분류하는 기준에 대한 표준이 특별히 없기 때문에 국가마다 조금은 다른 분류를 사용하고 있다. 주로 해외 주요 투자사들이 투자의 영역에서 다루었던 키워드를 중심으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는 탄녹위에서 기후테크를 ▴클린테크(Clean Tech), ▴카본테크(Carbon Tech), ▴푸드테크(Food Tech), ▴에코테크(Eco Tech), ▴지오테크(Geo Tech)의 5개 분야로 나누어 분류하고 있다.

클린테크(Clean Tech)
먼저 클린테크는 주로 탄소배출이 없는 무탄소 에너지원과 관련된 분야로 재생, 대체에너지 생산이나 분산화와 관련된 분야로 세부적으로 보면 재생에너지 생산이나 에너지 저장장치에 해당하는 ‘재생에너지’, 가상발전소나 에너지 디지털화와 관련한 ‘에너지신산업’, 원전, 소형모듈원전(SMR), 수소, 핵융합 등 대체에너지에 해당하는 ‘탈탄소에너지’ 등이 있다. 요즘 우리에게 친숙한 패널을 이용한 태양광발전이나 큰 터빈을 돌리고 있는 풍력발전 그리고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핵융합 에너지 등을 포함하고 있다. 사실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그런 핵융합 기술이 세상에 통용된다면 기후변화 문제는 한 번에 해결될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살아갈 미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기에 이를 감당할만한 양의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으며 기존 재생에너지가 가진 간헐성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무탄소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카본테크(Carbon Tech)
카본테크는 일반 대기 즉 공기 중에서 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하거나 여러 산업공정에서 탄소를 감축하는 기술개발사업 분야로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 Storage)라고 흔히 알려진 직접포집, 탄소포집 사용 및 저장을 포괄하는 ‘탄소포집’, 제조업 공정개선이나 탄소 저감 연료 사용에 해당하는 ‘공정혁신’, 그리고 전기차, 차량용 배터리, 물류에 해당하는 ‘모빌리티’ 분야를 포함한다. 얼핏 카본테크의 DAC(Direct Air Capture) 즉 일반 대기 중 온실가스를 직접 포집한다는 개념을 생각해보면 조금 허황될 수도 있다. 공장 굴뚝에서 빠져나가는 공기를 포집하고 그 공기 중 아주 미량인 백만분의 몇 개에 해당하는 탄소를 잡아서 저장한다고 하니 과연 이 일이 가능할까 의구심도 든다. 그런데 이러한 기술도 이제는 어느 정도 발전하여 실제 테스트가 진행 중이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스케일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실 DAC 기술에서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스위스의 클라임웍스(Climeworks)사 또한 처음에는 허황된 꿈이라고 조롱을 받았던 회사이다. 그런데 지금은 세상의 평가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어쩌면 이들이 기후위기로부터 인류를 구원해줄 구원투수가 되어주지 않을까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카본테크 중 모빌리티 분야는 아마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분야일 것이다. 요즘 길에 정말 흔히 보이는 EV(Electric Vehicle) 바로 전기차 때문일 것이다. 기후테크의 역사는 다른 테크분야에 비해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 동안 기후테크 분야 중 어떤 분야에 가장 많은 돈이 투자되었는지를 보면, 왜 요즘 우리가 전기차를 흔히 볼 수 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세계적인 기후테크 컨설팅 업체 ‘Holon IQ’의 조사에 따르면 그동안 가장 많은 투자가 진행된 분야가 바로 이 모빌리티 분야다. 이렇게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기술의 성숙도가 높아져 시장성이 확보되어 거리를 활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충분한 투자와 시장의 기회가 존재한다면 이렇게 꿈같은 기술이 실물로 세상을 누빌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사실 전기차도 과거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과거 지금의 DAC와 같은 취급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기차는 제조 단가가 높아 가성비가 매우 나쁘고 배터리 용량이 적어 운행 거리가 짧고 폭발의 위험이 있어 매우 위험하다는 등 여러 가지 단점으로 인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꾸어 생각해보면 모빌리티의 성장과정을 통해 DAC도 충분히 미래가 밝을 것이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푸드테크(Food Tech)
기후테크 중 푸드테크는 아마 들어본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동안 정부, 지자체, 기업 등에서 농축산업 활성화를 위한 도구로 푸드테크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이름만 놓고 보면 기존 테크 산업에서 많이 다루고 있었기에 가장 오래된 분야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다루고자 하는 푸드테크는 기존에 얘기했던 푸드테크와는 온실가스 저감과 기후변화 피해 저감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세부적으로는 대체육, 세포 배양육, 대체유 등의 ‘대체식품’, 음식물 쓰레기 절감, 친환경 포장, 식품 부산물에 활용에 해당하는 ‘스마트식품’, 친환경 농업, 대체 비료, 스마트팜에 해당하는 ‘에그테크’ 분야로 나뉜다. 그동안 비건 음식으로서 대체육 시장이 성장하고 있었지만, 여기서 말하는 대체육은 비건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산업으로 봐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현재 다양한 화학비료들이 농산물의 생산량 증대를 위해 투입되고 있지만, 이러한 화학비료는 그 생산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거나 사용되고 난 이후 처리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작용이 있다. 그래서 이러한 화학비료를 대체할 수 있는 저탄소 비료의 생산을 통해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사실 푸드테크 중 유통분야는 식품의 탄소마일리지 저감을 위한 노력을 통해 이미 해외에서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근거리 농수산물의 유통을 활성화시켜 탄소배출을 줄여나간다면 한국에서도 큰 골칫거리인 수송 분야 탄소배출 저감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에코테크(Eco Tech)
에코테크는 저탄소 원료나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거나 자원순환을 활성화하는 산업으로 세부적으로는 자원 재활용이나 폐자원의 원료화 또는 재사용에 해당하는 ‘자원순환’, 폐기물 배출량 감축 및 관리 시스템에 해당하는 ‘폐기물절감’, 친환경 생활소비제품에 해당하는 ‘업사이클링’ 분야로 나뉜다. 이미 한국에서는 분리수거를 통해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개념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실제 여러 가지 이유로 폐기물의 재활용 비율이 20% 안팎으로 그리 높지 않은 것이 문제라 이러한 재활용 비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최근 미국에서 에코테크 분야에서 주목받는 기업이 하나 등장했다. 2008년 미국에서 설립된 루비콘은 폐기물 업계의 우버로 불리며 민간, 공공, 가정 대상으로 폐기물 재활용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제공하고 클라우드 기반으로 폐기물 배출자와 수거/운반 업체를 연결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기업인 스타벅스, 아마존, 월마트, 코스트코, 베스트바이 등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성장하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아직 폐기물 재활용의 개념이 한국과 같이 높은 상황이 아니기에 오히려 시장성이 매우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폐기물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절감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오테크(Geo Tech)
마지막으로 지오테크는 기후변화를 직접 모니터링하거나 예측하는 기술, 탄소를 측정하거나 관리하는 온실가스 관리를 기반으로 하는 분야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위성을 통한 온실가스 감시, 기후변화감시 및 예측을 진행하는 ‘우주/기상분야’, 물과 관련한 다양한 산업 및 재난 방지 시설과 관련한 ‘기후적응’ 기후/탄소 데이터 컨설팅 및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진행하는 ‘데이터 진단’ 분야를 포함한다.
기후테크 분야 중 가장 최근에 등장한 신생 분야로 볼 수 있는 지오테크는 기후변화 감시 및 예측 분야는 그동안 공적인 영역에서 주로 다루었기 때문에 수익을 창출하는 산업이라는 인식이 부족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많은 국가에서 ESG 공시를 필두로 기후변화 관련 비재무 공시인 기후공시를 기업들에게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기후변화 감시 및 예측 분야가 민간 시장에 깊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기서 기후공시란 탄소중립 및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정책의 변화 및 이행에 따른 리스크인 전환 리스크와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 폭우, 홍수, 가뭄, 태풍, 산사태, 산불 등의 악기상이나 기후재난에 따른 물리적 피해를 산정하는 물리적 리스크를 포함한다. 그래서 정확한 물리적 리스크의 산정을 위해서는 기후변화 감시 및 예측 분야가 매우 중요한 산업으로 급부상하게 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객관적 산정 및 과학적 검증이 기업의 비재무 공시의 주요한 보고사항으로 자리 잡아 감에 따라 데이터 기반의 탄소회계 기술에 인공위성을 활용한 온실가스 농도 관측을 통한 측정/보고/검증 MRV(Measurement, Report, & Verification) 고도화 기술까지 더해진 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후테크가 어떤 분야를 포함한 산업인지 간략히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후테크 기업은 어느 회사일까 궁금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 한국의 기후테크는 걸음마 수준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정리한 5대 분야 중 한국을 대표하는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원) 이상이고 창업한지 10년 이하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은 없다. 상상 속의 동물이라 불리는 유니콘처럼 스타트업 기업이 상장하기도 전에 1조원 이상이 되는 것 자체가 상상 속에서나 있을 일이라는 뜻을 가진다. 기후테크 기업은 아니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유니콘 기업의 예를 들자면 미국의 우버, 에어비앤비 중국의 샤오미, 한국의 야놀자 등이 있다. 보통 일반인들이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의 회사들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없지만 다른 국가의 기후테크 유니콘들을 보면 앞에서 언급한 탄소를 포집하는 ‘클라임웍스’, 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을 하는 ‘루비콘’, 기업들의 탄소 측정 및 보고를 위한 탄소회계 프로그램을 만드는 ‘워터쉐드’ 등이 있다. 다른 분야의 유니콘인 우버와 달리 아무래도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이름들이다. 그러나 결국 우리의 미래, 지구에서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는 기후테크 유니콘이 더 많이 나오고 더 이 분야가 유명해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제 기후테크는 기후변화 대응 그 자체뿐 아니라 전 세계 무역 및 경제 질서의 논의에 있어서도 주요한 아젠다로 부상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여 2022년 5월에 설립한 다자경제협력 체제인 인도 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는 2024년부터 200조원 규모의 역내 청정경제 분야 협력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면서 기후테크를 전면에 내세웠다. IPEF의 청정경제 협정에는 참여국들이 청정에너지원을 포함하여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부터 탄소 저감기술, 탄소 거래시장에 이르는 산업 전 단계에서 기술, 규범, 표준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쩌면 지금까지 각 국가들이 개별적으로 진행했던 기후테크가 IPEF의 청정경제 협정을 통한 표준화를 통해 좀 더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전 지구 기후변화 대응 ‘수단’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기후테크가 단순히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기술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친환경 경제체제를 통해 지구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진짜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실제 협정에서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기술 협력과 청정에너지 관련 투자 확대를 골자로 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보면 탄소시장, 청정전기, 수소, 바이오 항공유, 에너지 저장, 메탄 감축 등 13개의 협력 프로그램이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13개 협력 프로그램을 자세히 살펴보면 매우 흥미로운 점이 있다. 단순히 청정에너지원의 발굴, 개발, 확산 같은 클린테크와 카본테크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물리적 리스크와 같은 기후적응 분야(article 17) 그리고 에너지 분야에서의 탈루 및 환기 메탄 감축(article7) 등 매우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에너지를 주로 다루는 클린테크에서 기후적응 및 완화 기술을 모두 포함하는 지오테크까지 다양한 분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IPEF가 제시한 청정경제 협정의 등장은 이제 본격적인 세상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가 아닐까 생각한다. 시간을 조금 돌이켜 보면 많은 국가들이 본격적으로 탄소중립을 발표했던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전 지구 메탄감축 협약 이라는 ‘Global Methane Pledge’가 선언이 되었다. 그리고 많은 국가들은 어떻게 메탄을 줄여나갈지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복잡하지만 좀 간단히 얘기하면 결국 메탄의 감축을 위해서는 천연가스 사용을 줄여야 한다. 바로 이산화탄소보다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의 주원료가 천연가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연가스는 현재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청정에너지로 사용되고 있기에 쉽게 줄여나가기 힘든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청정경제 협정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수소에너지의 확산을 위해서는 또다시 메탄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수소 또한, 막대한 천연가스의 사용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소는 탈루가 될 시, 대기 중 메탄을 늘리는 사이드이펙트가 있기에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그래서 기후테크가 필요한 것이다. 메탄을 감축하고 수소에너지를 진정한 청정에너지원으로 격상시키기 위해서는 정확한 메탄 감시, 관리, 감축을 진행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산업이 절실한 상황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미래, 더 나아가 지구의 미래를 위해서 인류는 다시 한번 기술혁신을 통한 새로운 산업혁명을 일으켜야 한다. 재차 강조하지만, 그 새로운 혁명은 기후테크가 주인공일 것이다. 한국의 우수한 과학기술을 더 발전시키고 스케일업하여 카본, 클린, 에코, 푸드, 지오테크 모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기후테크 기업이 탄생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전쟁을 경험한 세대는 아니지만, 처참했던 역사의 증거를 통해 충분히 깨닫고 있다. 전후 아프리카의 최빈곤국보다 못한 나라였던 한국은 지금 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그래서 우리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자원이 부족해서 힘들었고, 그러한 힘든 상황에서도 지금의 경제 수준을 만든 위대한 저력으로 세계 최고의 기후테크 기업이 나오길 바란다. 이를 위해 정부, 지자체, 기업, 민간이 협력하여 교육, 투자, 제도가 뒷받침되는 기후테크 생태계가 구축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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