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년, 지구의 평균 온도는 과연 얼마까지 올라갈까?
전지구 평균 온도는 2100년도에 과연 어느 정도까지 올라가게 될까?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는 명언을 남긴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말과 같이 아마도 이 질문의 답은 우리가 지금부터 온실가스 배출을 얼마만큼 줄이며 살아가느냐에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 과학자들은 배출 시나리오에 따라 대기 중 축적된 온실가스 농도로 2100년도의 전지구 평균 온도를 예측한다. 현재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들이 제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NDCs)를 기준으로 하여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를 만들었을 때,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는 이미 틀렸다고 한다. 즉, 탄소중립을 위해서 각국의 NDC가 현재보다 훨씬 더 강화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러 나라들은 하나같이 NDC 강화가 어렵다고 우는 소리를 하고 있다. 그동안 화석연료 기반으로 발전해 온 경제 시스템을 하루아침에 바꾸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2023년 두바이에서 개최된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도 화석연료의 퇴출(Phase out)에 합의하지 못하고 점진적으로 사용 줄이기(Transitioning away)라는 모호한 용어로 대체되었다.
화석연료를 당장 완전히 퇴출시키기는 어렵지만,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축적되지 않게 하려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활용하고 저장하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이 필요하다. 발전소나 시멘트, 철강 등 온실가스 감축이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부문에서 CCUS 기술에 대한 의존도는 상당히 높다. 하지만, 이 기술은 화석연료의 연소로 대기 중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저장하는 넷제로 배출기술일 뿐이다. 그런데, 혹시 2100년도 2℃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넷제로 배출기술 뿐만 아니라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서 제거하는 탄소 네거티브 기술이 필수적인 것은 아닐까?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 2100년 2℃ 목표 달성을 위해 필수적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우리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기술 또한 2100년 2℃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하다. 목표 달성을 위한 배출경로 상에 수년 혹은 수십년 동안 일시적으로 2℃를 초과하는 현상(overshoot)을 많은 과학자들이 예측하고 있다. 초과 현상 이후 안정화되기 위해서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Carbon dioxide removal technology: CDR 기술)은 필수적이다.
현재 IPCC에서 제시하고 있는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은 약 7가지인데, 바이오에너지 생산공장에서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기술을 접목한 BECCS (Bioenergy with carbon capture and storage), 조림 및 재조림 (Afforestation and Reforestation), 토양 탄소저장(Soil carbon sequestration), 바이오차(Biochar), 강화된 암석 풍화(Enhanced rock weathering), 직접 공기 포집(Direct air capture), 해양 시비(Ocean fertilization) 등이다.
이 중 토양에 기반을 둔 3 가지 CDR 기술인 토양 탄소 저장증진, 바이오차, 강화된 암석 풍화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Bioenergy_with_carbon_capture_and_storage
가장 큰 저장고, 토양의 탄소 저장증진
우리는 숲과 나무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다는 점은 익히 알지만, 토양이 이산화탄소를 흡수‧저장한다고 하면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사실 전지구적으로 토양에 저장되어 있는 탄소의 양은 식생과 대기에 저장되어 있는 탄소 양의 2~3배에 달한다. 즉, 토양은 육상생태계에서 가장 큰 탄소의 저장고이다. 이런 토양 탄소가 인간 활동, 농경 및 도시개발 등에 의해 그 저장량이 크게 감소하였다. 감소된 토양 탄소는 어디로 갔을까? 대기에 이산화탄소의 형태로 유입되어 기후변화에 기여하였던 것이다.
2015년 파리에서 개최된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 프랑스 농무장관은 “4퍼밀(‰)* 정책”을 발표하였다. 이는 우리가 매년 토양 탄소 저장량을 연간 0.4%만큼 증대시키면, 이는 인간활동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모두 상쇄할 수 있는 양에 달하므로, 토양 탄소 저장량 증대를 위한 활동을 촉진해야 한다는 이니셔티브이다.
* 퍼밀(‰): 천분율을 의미하는 단위로 전체를 1,000으로 볼 때의 비율을 나타낸다. 즉, 1%=10‰이 된다.
토양 탄소 저장증진을 위한 지속가능한 토양 관리, 이른바 탄소 농업(Carbon farming)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해외 사례에서 보듯이 CCS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과 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최근 우리나라도 CCUS 통합법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기후위기 대응과 CCUS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특히, 이산화탄소 저장소 확보를 위한 정부의 지원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토양 탄소 저장증진의 기본 원리는 토양으로 유입되는 유기물의 양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농업에 있어서는 볏짚 등 ‘농업 잔사의 토양 환원’, ‘녹비 작물의 재배’, ‘무경운 농법’, ‘임농 혼업’, ‘다년생 작물 개발하여 재배하기’ 등이 있다. 특히 무경운 농법은 수확 후에 농경지를 갈아엎지 않고 작물 잔사 대부분을 토양에 존치하여 유기물 유입을 증가시키고 토양 입단 등 구조를 보존함으로써 분해 속도를 유의하게 감소시켜 토양 탄소 저장을 증진한다. Six et al. (2004)의 연구에 의하면 무경운 도입을 통해 전지구적으로 토양탄소 저장증진 효과는 1.4 Mgt CO2 ha-1 yr-1라고 하였다.
기후변화 대응물질로 주목받는 ‘바이오차’
‘바이오차(biochar)’란 생물유기체를 통칭하는 '바이오매스(biomass)'와 숯을 뜻하는 '차콜(charcoal)'의 합성어로, 유기물을 산소공급이 제한된 조건에서 고온(350~700oC) 열분해하여 얻어지는 숯과 같은 물질을 말한다. 바이오차 기술이란, 바이오차를 토양에 넣는 것만으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기술이다. 바이오차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하므로 수년 이내에 분해되어 이산화탄소로 날아가는 일반 유기물과는 달리 수백, 수천년동안 분해되지 않고 존재할 수 있다. 바이오차는 브라질을 탐험하던 허버트 스미스(Herbert Smith)가 주변 토양에 비해 유난히 검고 비옥한 토양, 이른바 테라 프레타(Terra preta)를 발견했는데, 이후 여러 연구를 통해 이 비옥하고 검은 흙이 생성된 이유가 원주민들이 토양에 넣은 숯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 숯의 다공성 결정구조는 토양의 물과 비료 보유력을 높이고, 미생물 활성을 증진시키므로 식물이 잘 자라서 토양 내 유기물 저장량을 높게 했던 것이다. 검은 흙은 유기물과 탄소가 많음을 의미하고, 이 원리는 훗날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기술의 기본이 된다.
볏짚, 옥수수대, 임업 부산물, 제지 공장의 폐기물 등, 탄소를 포함한 유기 쓰레기들은 사실 소각이나 매립을 거쳐 다시 대기 중 이산화탄소로 돌아간다. 적어도 이 과정은 식물이 살아 생전 흡수했던 이산화탄소를 다시 대기 중으로 되돌리는 과정이므로, 탄소 배출이 아니라 탄소 중립이다. 하지만, 이들 유기 쓰레기들을 바이오차로 전환 후 토양으로 되돌리게 되면, 이는 식물이 살아생전 흡수했던 이산화탄소를 다시 대기로 배출하지 않고 그대로 가두어 두는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이 된다.
그럼 누군가는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열분해하는 데에도 에너지가 사용될 텐데, 이게 정말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이 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은 원료 물질의 종류와 열분해 방법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원료채취에서 열분해 시설까지 거리가 짧고 저온의 열분해를 할수록 바이오차 전과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는 적고, 토양 내 바이오차 탄소는 많이 저장될 수 있다.
바이오차 기술이 특히 농업 분야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이산화탄소 제거라는 효과뿐 아니라 비료, 토양 구조 개량 등의 공편익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상표로 등록된 많은 바이오차가 유기질 비료로 인정받았고, 물 보유력이 뛰어나 쉽게 건조해지는 도시 가로수 환경 등에도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
Fuss et al. (2018)은 바이오차 토양 투입을 통해 연간 0.3-2 Gt CO2의 탄소를 제거할 수 있다고 추정하였고, 이 기술의 단가는 단위 이산화탄소 제거당 30-120 USD 정도이다. 더욱이 바이오차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는 추가적인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 이 기술의 또 다른 강점이다.
강화된 암석 풍화
자연 풍화는 암석이 물과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만나 오랜 기간에 거쳐 화학적으로 변형되는 과정을 말한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물에 녹아 탄산이온이 되고, 암석에 포함된 칼슘이나 마그네슘 성분은 이온으로 변형되어 이들 둘이 반응하면 탄산칼슘이나 탄산마그네슘이 됨으로써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제거되는 원리이다. 만약 이 과정이 속도만 충분히 빠르다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기술이 될 수 있다. 자연 풍화의 속도를 매우 빠르게 하기 위해 암석을 아주 잘게 부수어 땅이나 해양에 뿌리는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이 기술에 사용되는 암석은 감람석과 현무암이다. 이 암석들은 지구상에서 매우 흔한 암석이기 때문에 잘게 부순 암석을 바다에 뿌리거나 농경지에 뿌리는 이 기술은 그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이 기술의 원리는 단순하지만, 실상은 그리 단순하진 않다. 풍화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로는 물, pH, 식물, 이끼 등의 유무 등이고, 갈아 넣는 암석이 니켈이나 크롬 등 중금속을 함유할 경우 위해성 문제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기술의 비용은 다른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에 비해 매우 높다. 토양에 뿌린다는 의미에서 바이오차 기술과 다르지 않지만 바이오차의 열분해 공정에 비해 감람석이나 현무암을 캐서 갈아서 운반하여 뿌리는 과정의 비용은 2~5배에 이른다. 이런 이유로 아직 이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현장에서 장기간 관찰한 결과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3가지의 토양기반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에 대해 알아보았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배출저감이 가장 필요하다.
앞에서 얘기한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은 제거할 수 있으니 배출해도 된다는 면죄부가 아니다. 배출을 줄여도 이미 배출된 이산화탄소 때문에 2100년 2℃ 이상의 기온 상승이 발생할 수 있어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은 필수적일 수 있다. 아울러 이들 기술이 이산화탄소 제거 효과 이외에도 생물다양성, 작물 생산성 증대 등 공편익과 지속가능성 효과까지 갖춘다면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미래 기술로서의 자격은 충분해질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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