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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으로 가는 지름길, CCS - 신영재 위원

작성일 : 2024.09.09 조회 : 2577

CCS,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수단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약 420ppm(2023년 기준 전 지구 CO2 농도 419.3 ppm)으로 지구 역사에서 1천 4백만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CenCO2PIP 외, 2023). 더구나 산업화 이후 이산화탄소 농도의 상승 속도는 지구의 자정능력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과학계의 경고도 잇따른다. 하지만 에너지전환, 에너지효율 개선, 전기화 등 이산화탄소 배출을 사전에 감축하는 기술의 개발은 아직 더디기만 하다.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당장 획기적으로 줄이기에는 경제 성장에 부담이 되고, 에너지전환을 위한 기술개발의 속도를 조절하기에는 현재 기후위기 상황이 심각하다.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탄소 포집 및 저장)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대규모로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사후 감축 수단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CCS는 탄소중립 이행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하다. 2070년까지 에너지 부문의 전 세계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이 0으로 떨어지는 IEA의 지속 가능 시나리오에 따르면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탄소 포집․활용 및 저장)는 배출량 감축의 거의 15%를 차지한다(IEA, 2020). 우리나라 2030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CCUS 기술의 기여도는 3.8% 수준이며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 기여도는 최대 12.3% 수준으로 예상된다.
특히, 석탄 및 LNG 발전의 의존도가 높고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이 낮은 우리나라는 기존 자산들을 단기간에 폐기하지 않고 활용하면서 이산화탄소를 처분하는 가교 기술로서 CCS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발전 및 산업 부문은 당장 온실가스를 감축할 만한 수단이 부족하기 때문에 적어도 2050년까지 감축경로 이행을 위해서 CCS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와 같이 CCS는 발전 및 산업 부문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CCS 기술 실증과 저장소 확보의 시급성
CCS를 통해 발전 및 산업 부문의 탄소 감축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CCS 기술의 경제성 확보와 국내에서 대규모 저장소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동안 정부와 민간의 노력으로 국내 포집 기술은 상당한 수준에 도달하였으나, 포집-저장을 연계하는 기술의 실증과 대규모 저장소 확보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이다.
2030 NDC와 탄소중립에서의 CCUS 기여도에 비해 국가연구개발비 내 CCUS 관련 투자 비중(약 5%)은 다른 분야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최근 정부는 중규모 CCS 통합기술 실증을 위해 생산이 종료된 동해가스전을 저장소로 활용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이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2030 NDC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CCS 기술 상용화를 앞당기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중규모 실증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 주도의 예산 확보와 실증형 연구개발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그림> 중규모 CCS 실증 사업을 위해 활용할 동해가스전 플랫폼 전경 (제공: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 황영규)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 못지않게 시급한 것은 국내에서 이산화탄소를 처분할 수 있는 저장소를 찾는 것이다. 일부 대기업들은 국내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해외로 수송하여 저장하는 해외 CCS 사업에 대한 기대가 높다. 하지만, 해외 CCS 사업은 수송 비용 부담으로 인해 경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국경을 통과하는 이산화탄소의 운송을 위해서는 당사국 간 국제 협약 및 조약 체결이 선행되어야 하는 제약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이산화탄소 저장소의 분포와 규모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산업계의 해외 CCS 사업 시도는 고육지책의 면이 있다. 아직까지 국내 대륙붕에서 이산화탄소 지중저장 부지를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2021년 정부 합동조사단은 우리나라 해역에 이산화탄소 지중저장이 가능한 유망구조가 존재하고, 이 구조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경우 7억3천만 톤의 이산화탄소 처분이 가능하다고 제시한 바 있다. 물론 이 값은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았고 저장가능한 부피를 단순 계산한 결과로 실제 상업적 저장용량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다음 단계인 시추를 통한 평가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3년부터 서해, 남해, 동해에서 대규모 저장소 확보를 위한 조사·탐사 사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2027년까지 대규모 지중저장 후보지가 제시될 전망이다. 그동안 오래된 석유탐사 자료에 의존하다보니 평가의 불확실성이 높았으나 신규 탐사와 시추를 통해 저장소 관련 자료가 축적된다면 본격적인 부지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저장소 확보를 위한 투자는 일회성, 단기성 사업으로 효과를 보기 어렵고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세워서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 늦기 전에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필요한 수준의 대규모 저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재원을 확보하고 장기적인 조사·탐사 로드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CCS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역할
국내에 저장소가 확보되더라도 민간 주도의 상업적 저장 사업이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국내 CCS 기술의 수준이 많이 개선되었으나 여전히 경제성이 떨어지는 상황으로 이산화탄소 1톤당 CCS 비용이 150불로 선진국에 비해 비싼 수준이다(대한상의 보고서, 2023). 게다가 CCS 사업은 저장소 선정, 시설 구축 등을 위한 초기 투자비용이 막대하고, 저장소 운영, 모니터링, 사후 관리까지 고려하면 사업기간이 길며 누출 사고로 인한 배상 책임 등의 리스크가 높다. 민간의 입장에서는 비용만 발생하고 리스크가 높은 CCS 사업에 투자를 꺼릴 수 밖에 없다.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CCS 사업은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Global CCS Institute, 2022). 미국은 2023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CCUS 사업에 대한 세액공제 등의 지원을 강화하였고, 법이 통과된 지 불과 1년 만에 미국 내에서의 50개 이상의 새로운 CCS 사업이 발표되었다(CATF, 2023). 특히 시멘트, 철강 등 이산화탄소 감축이 어려운 산업 부문에서조차 CCS 사업이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유럽연합은 2023년 발표된 탄소중립산업법에서 CCS를 ‘전략적 넷제로 기술’로 지정하고 인허가를 단축하기로 했다. 또한 산재된 포집원을 클러스터로 묶어 이산화탄소를 일정 장소에 저장하고 선박을 통해 북해의 저장소와 연결하는 저비용-대규모의 CCS 사업의 1단계 상업적 계약이 체결되어 연간 15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처분할 계획이다. 가까운 일본은 2023년에 정부의 지원 하에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CCS 프로젝트를 발굴하여 2개의 해외, 5개의 자국 내 CCS 프로젝트를 선정하였고 2030년까지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연간 1,3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 사례에서 보듯이 CCS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과 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최근 우리나라도 CCUS 통합법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기후위기 대응과 CCUS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특히, 이산화탄소 저장소 확보를 위한 정부의 지원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CCUS 통합법 통과를 계기로 해외 CCS 사업을 추진 중인 기업들은 해외 저장소 확보를 위한 국가 간 협력에 정부가 좀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저장소 확보를 위한 탐사 및 저장 사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다. 저장소 탐사 및 구축 사업의 투자 비용을 정부가 과감하게 지원한다면 민간의 CCS 사업 투자 리스크와 경제성이 개선될 것이고 CCS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과 경제 성장이라는 두 가지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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