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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녹색성장기본법」의 이행체제에 대한 시론적 평가 - 조홍식 위원

작성일 : 2024.09.02 조회 : 2207


「탄소중립 녹색성장기본법」의 제정
우리는 일찍부터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이하, “「녹색성장기본법」”)을 정점으로 하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법체계를 갖추어 왔다. 2010년 1월 제정된 이 법은 “녹색성장(green grwoth)”이라는 개념을 통하여 환경성과 경제성의 동시적 추구를 이론적으로 완성하였고, 추가적 비용으로만 여겨졌던 환경규제가 장기적 관점에서는 오히려 기술과 산업의 혁신이라는 새로운 경제성장의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음을 설파하였다. 다만, 법 제정 후 10년이 지나고 그것의 내재적 한계가 드러나면서 이 법을 둘러싼 국내외의 사회경제적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대응의 정도가 부족하고 사회적 형평성이 경시된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그 와중에 미증유의 코로나로 인한 사회경제적 위기와 그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받는 ‘기후위기’라는 이중고(二重苦)를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린뉴딜’이 조명을 받았다. 이러한 배경에서 우리 정부도 2020년 7월 14일, 범정부 차원의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그 한 축으로 ‘그린뉴딜’을 핵심적 가치이자 변화의 수단으로 내세우게 되었다. 국내에서 그린뉴딜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2021년 7월 기준, 무려 7개의 주요 법안이 발의되었다.
이런 일련의 노력의 결과로서 2021년 9월 제정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은 “기후위기의 심각한 영향을 예방하기 위하여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위기 적응대책을 강화하고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환경적・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며 녹색기술과 녹색산업의 육성・촉진・활성화를 통하여 경제와 환경의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의 삶의 질을 높이고 생태계와 기후체계를 보호하며 국제사회의 지속가능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입법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한 이 법은 국가비전과 전략,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국가와 지자체를 비롯한 지역적 공간에서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심의・의결하기 위한 ‘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를 설치하고 있다. 나아가서 기후변화 대응을 감축과 적응으로 대별하고, 전자에는 기후변화 영향평가, 온실가스 감축 인지 예산제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온실가스 목표 관리제 등을 포함시키고, 후자에는 기후위기 감시와 예측, 그리고 적응대책의 수립 및 시행, 그리고 평가의 절차를 두고 있다. 무엇보다 전환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갈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사회안전망의 마련,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의 지정, 그리고 좌초자산 위험의 최소화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시행령에서 이러한 시책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과 절차를 구체화하고 있다. 덧붙여서 다른 법률이 그러하듯이 몇 가지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위와 같은 목적과 내용을 가지는 「탄소중립기본법」은 기후위기 대응과 2050년 탄소중립을 향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독자적인’ 추론을 배제하고 공통의 목적을 향한 집합적 행동을 끌어내는 데 필요한 ‘법적’ 규범력을 제공한다. 다만, 그것이 놓인 사회 속에서 원활하게 기능하고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재선(再選)을 지상 과제로 여기는 국회의원은 ‘상징적’ 법률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취할 뿐 법률의 구체적 작동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경우가 파다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기본법」의 이행체제에 대한 평가 및 제언
국내 환경・에너지・기후 분야의 최상위 법규범은 「탄소중립기본법」이다. 이 법은 과거의 「녹색성장기본법」과 비교할 때 기후변화 영향평가, 온실가스 감축 인지 예산제도와 같은 새로운 규제 수단을 확보하였고, 이를 통해 보다 종합적이고 실질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형식적 발전과 더불어, 그것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 나아가 그로 인하여 다양한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실제로 감소하였는지를 냉정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 과거 「녹색성장기본법」 시절부터 ‘컨트롤 타워’를 중심으로 한 이행 거버넌스의 부재로 인해 이행평가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못하였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기에 더욱 그러하다.
기실 「탄소중립기본법」의 제정으로 인하여 새로운 규제 수단이 확보되고 그로 인해 광범위한 영역에서 실질적인 기후위기 대응 효과가 기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실제 기능하지 않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이는 법률의 실효성에 커다란 상흔을 남길 뿐 아니라, 그 법률 자체가 상징적 입법으로 치부되어 입법부, 나아가 정부 전체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실제 탄소배출량의 감축은 법률의 이행과 어느 정도의 시간차(time-leg)를 수반하는 까닭에, 「탄소중립기본법」의 제정 시점을 기준으로 탄소배출량의 감축분을 가지고 이 법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한 작업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증적인 차원에서 이를 평가하는 작업은 법률의 효과를 측정하고 점증적 개선을 끌어내야 한다는 차원에서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칼럼에서는 실증적 평가를 후일의 과제로 미루고, 법과 제도를 설계함에 있어서 「탄소중립기본법」이 규범적이고 이론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를 이행체제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데 그치기로 한다. 그중에서도 「탄소중립기본법」의 핵심 기구이자 관련 영역의 총괄 컨트롤 타워 역할을 자임하는 “탄녹위”에 관하여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탄녹위”의 독립성이 적절히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에 필수적인 장기적 관점에서의 추동력과 규범력이 손상될 것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탄녹위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위원장 및 위원 선출의 ‘독립성’과 거버넌스 구조의 ‘통합성’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위원회 구성의 독립성>
「녹색성장기본법」과 그린뉴딜 관련 법안에 관한 논의를 거쳐 만들어진 현재의 “탄녹위”는 「탄소중립기본법」의 제정 덕분에 법적 지위를 공고히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녹위”는 대통령 직속 기구인 만큼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지 않아 보인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 바로 위원회의 위촉과 관련된 법률 규정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개별 사안으로 구체화할수록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가치판단의 영역으로 들어가기에, 그에 대한 결단은 민주적 정통성을 갖춘 대통령이 내려야 하고, 동시에 그가 부대(附帶)하는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또한 “탄녹위”가 대통령 직속 기구로 자리매김함으로써 그만큼 행정자원의 투입과 정책적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탄녹위”가 추진하는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정치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기후위기 대응 정책은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은, 기본적으로, 과학적 근거에 터 잡아 해결되어야 할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성원들의 총의(總意)가 반영되는 ‘상향식(bottom-up)’ 방식으로 해결될 필요가 있다.
이런 결론은, 기후위기 대응에 관한 결정이 기본적으로 가치와 관련된 결정이고 서로 다른 가치(판단)들은 상호 비교불능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강화된다.
이를 위한 가장 핵심적인 선결조건은 바로 “탄녹위”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현재 「탄소중립기본법」 제15조의 제3항은 “위원장은 국무총리와 제4항 제2호의 위원 중에서 대통령이 지명하는 사람이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어지는 제4항의 제2호 역시 관련 분야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에서 대통령이 위촉하는 사람”이라 명시하고 있다. 이는 “탄녹위”가 임명권자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합리적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제5항은, 다양한 사회계층과 이해관계자로부터의 추천이나 의견 청취를 통해 대표성이 반영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탄녹위”의 정치적 독립성이 담보된다고 기대할 수는 없다.
다른 한편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관한 결정은 가치적재적(value-laden) 인 것이므로 무엇보다 민주적 정통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관해서는, 탄소중립기본법 제15조 제4항 제1호가 규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정부 부처의 장은 “탄녹위”의 당연직 위원으로 포함되므로 이를 통해 민주적 정통성의 요건이 어느 정도 충족되리라 생각된다.

<이중의 통합 거버넌스>
‘통합적인 거버넌스’가 부재한 상황에서는, 사회 구성원의 총의에 기반한 기후위기 대응은 불가능에 가깝다. 여기서 말하는 ‘통합’은 두 가지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하나는 정부 간 통합이다. 여기에는 탄소중립에 관한 유관 부처의 통합과 중앙-지방 정부 사이의 통합이 포함된다. 탄소중립은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환경, 산업, 외교, 기술, 문화, 정치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다. 이에 여러 부처의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노력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나아가, 거시적이고 기본적인 방향과 계획을 설계하는 중앙정부와, 이를 실제 현장에서 적용하는 지방정부 사이의 협력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지자체는 실제 탄소중립을 위한 여러 정책이 이행될 뿐 아니라 그로 인한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다양한 사람들과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이처럼 횡적으로는 중앙정부와 유관 부처, 그리고 지방정부와의 통합, 그리고 종적으로는 탄소배출의 원인 제공자(수범자)이자 탄소중립 정책의 참여자인 소비자, 기업, 노동자 등의 이해관계자와의 통합이 종합된 ‘이중적’ 통합 거버넌스가 구축되지 아니하고선 지속가능한 탄소중립을 이루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그림] 탄소중립을 위한 이중의 통합 거버넌스 / 그림 출처 : 조홍식

다만, 우리는 부처 간 통합조차 원활하게 구축되지 못한 상황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사령탑인 “탄녹위”가 대통령 직속 기구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그 구성원에는 각 부처의 장관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 위원회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각 부처의 통합을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정책 설계 및 이행자인 정부와 그 대상이자 참여자인 사회 구성원 사이의 통합은 더욱 요원한 과제로 남아 있다.
기후위기 대응은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하는 만큼, 경제적이거나 기술적인 실현 가능성이 확보되지 않은 채로 당위적인 차원에서 논의되곤 한다. 예를 들면, 재생에너지 발전 기술을 생각해보자.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은 여전히 전통적 발전원인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보다 경제성이 낮다고 지적되곤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의 달성이라는 규범적 측면에서는 결코 간과해선 안 되는 기술이다. 그러므로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갈등과 혼란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를 조정하기 위해서도 전환의 대상이 되는 사회 구성원을 논의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표출될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환의 과정에서 직간접적인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약자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이를 고려하여 현행 「탄소중립기본법」은 제3조의 기본원칙에서 ‘정의로운 전환의 실현’ 그리고 ‘모든 국민의 민주적 참여’를 천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부적인 주제로 돌입하면 그것이 실제로 구현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있다. 예컨대 석탄화력발전소의 문제에 있어서도 노동자를 위한 정보제공과 단체교섭, 협의 등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바로 여기서 “탄녹위”가 중앙정부 및 부처 간의 통합, 그리고 자칫 수범자로만 남을 수 있는 기업, 소비자, 노동자 등의 이해관계자에게 전환의 참여자로서의 지위를 부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구체적 방안을 들자면, 「탄소중립기본법」 제19조는 위원회, 분과위원회, 그리고 특별위원회의 운영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다양한 주제에 관한 특별위원회의 설립과 검토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
앞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탄소중립을 위한 여러 세부 주제에 있어 “탄녹위”가 정책의 설계 및 집행자와 그 대상을 연결하는 가교의 역할을 자임한다면, 기후변화 대응에 한층 더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래야지만 비로소 “탄녹위”를 중심으로 사회 구성원의 총의를 결집하여 지속적이고 일관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펼쳐나갈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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