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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먹고 공부한 하루의 탄소일기

작성일 : 2025.11.03 조회 : 78

취재 : 넷제로프렌즈 제3기 이다은

 

아침 8, 눈을 뜨고 세수를 마친 뒤 학교로 향했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걸어서 10분 남짓. 덕분에 버스나 지하철, 택시를 이용할 필요가 없었다. 걷는 습관은 교통으로 인한 탄소 배출을 사실상 0에 가깝게 줄여준다. 짧은 시간이지만 걷는 것이 단순히 환경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작은 여유를 선물하는 시간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루의 시작을 친환경으로 열 수 있었다는 점이 뿌듯했다.

 

학교에 도착해 오전 3시간 동안 아이패드로 필기를 했다. 예전 같았으면 공책을 여러 권 챙겼겠지만, 지금은 태블릿 하나로 모든 강의 자료와 필기를 해결한다. 종이 공책 대신 태블릿을 쓰면서 종이 낭비를 줄인다고 생각했지만, 전력 사용에 따른 배출은 피할 수 없었다. 애플이 공개한 제품 환경보고서에 따르면, 아이패드는 한 대를 새로 만들 때 이미 약 100kg 가까운 탄소가 배출된다. 알루미늄 본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쓰이기 때문이다. 이를 4년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시간당 약 60g 정도의 배출량이 발생한다. 아주 작은 수치지만 매일 몇 시간씩 누적되면 결코 가볍지 않다. 디지털 기기의 탄소발자국은 결국 얼마나 오래,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깨달았다.

 

점심에는 집으로 돌아와 쌀밥에 멸치조림, 계란찜, , 김치를 차려 먹었다. 평범한 집밥이었지만 식재료마다 남기는 발자국은 달랐다. 곡물과 채소 위주의 식단은 배출량이 낮지만, 계란과 멸치처럼 동물성 식재료는 상대적으로 높았다. 계산해보니 점심 한 끼에서 약 1.1kg이 발생했다. 이는 승용차 1대가 4.4km 이동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와 맞먹으며, 이를 흡수하려면 소나무 0.2그루가 필요하다. 집밥의 1인당 탄소배출량은 외식에 비해 3분의 1정도였다.

 

다시 학교로 향하는 길에 커피를 텀블러에 담아 마셨다. 일회용 컵 하나는 약 11g의 탄소를 남긴다고 한다. 텀블러 사용은 사소한 실천 같지만, 하루 수백만 개의 일회용 컵이 소비되는 현실을 떠올리면 무게가 달라진다. 텀블러를 챙기는 습관 하나로 그 작은 수치를 줄였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이런 작은 습관이 모여 사회 전체적으로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진=이다은 기자)

 

저녁에는 오랜만에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돼지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 배출량이 낮은 편이지만, 그래도 약 2.3kg이 발생했다. 이는 승용차 1대가 약 10km 주행할 때의 배출량과 비슷하다. 하루 식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저녁이었다. 고기 섭취가 개인의 하루 탄소배출량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 한번 체감했다. 점심의 배출도 적지 않았지만, 저녁 삼겹살 앞에서는 가볍게 느껴졌다.

 

(사진=이다은 기자)

 

저녁 식사 후 샤워를 했다. 15분 동안 사용한 온수에서 약 86g의 탄소가 배출되었다. 씻는 일상적인 활동조차 온실가스를 발생시킨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이후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켜고 3시간 동안 과제를 했다. 오전, 오후 수업까지 합치면 하루 9시간 이상 디지털 기기를 사용한 셈이다. 전력 사용량은 소소해 보이지만, 누적이면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하다 잠들었다.

 

도보 통학 덕분에 교통 부문 배출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점심과 저녁 식사, 디지털 기기 사용이 합쳐져 하루 총 배출량은 약 4.35kg에 달했다. 이는 소나무 한 그루가 일주일 동안 흡수해야 하는 양 과 비슷하다. 텀블러 사용으로 조금 줄일 수 있었지만, 삼겹살 섭취가 전체를 압도했다.

 

화장실 사용, 전기 불빛, 냉장고 사용, 작은 거 하나하나까지 생각하면 하루에도 수많은 배출이 일어난다. 우리가 무심하게 사용하는 것들이 사실은 모두 숫자가 된다. 오늘 하루를 기록하며 느낀 건 완벽한 제로를 지향하기보다 꾸준한 감축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걷기, 텀블러, 집밥 같은 습관은 분명 긍정적이었지만, 삼겹살처럼 동물성 식재료와 샤워 같은 일상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했다.

 

탄소중립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매일의 작은 습관과 선택에서 시작된다. 내일은 저녁 메뉴를 채소로 바꾸거나 샤워 시간을 줄일 수도 있다. 오늘 남긴 발자국을 돌아보며, 내일은 조금 더 가벼운 하루를 만들어가고 싶다.

 
 

위 콘텐츠()은 탄녹위 넷제로프렌즈 3기 참여자가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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