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넷제로프렌즈 제3기 손성주
가축분뇨는 오랫동안 축산업의 난제이다. 악취와 수질 오염, 온실가스 배출 문제가 얽히며 농가와 지역 사회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더군다나 육류 소비가 늘면서 2023년 기준 연간 5,000만 톤이 넘는 가축분뇨가 발생했다. 현재 가축분뇨 중 약 87% 이상이 퇴비화되어 처리되고 있으나 정부는 처리 방식 다양화를 위해 농가 보조금 지급뿐 아니라 신기술 개발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 문제를 해결할 혁신적인 기술로 바이오차(Biochar)가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차는 바이오매스(Biomass)와 숯(Charcoal)의 합성어로, 가축분뇨나 목재 부산물을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고온으로 열분해해 얻는 고체 탄소 물질이다. 이렇게 생산된 바이오차는 토양에서 비료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탄소를 장기간 토양에 가두는 효과가 탁월해 2018년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특별 보고서에 탄소 제거 기술 중 하나로 포함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에서도 선두 주자로 나선 기업이 있다. 바로 바이오씨앤씨(대표 김창섭)다. 바이오씨앤씨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을 받아 경북 의성에 하루 15톤의 계분(닭똥) 처리가 가능한 축분 바이오차 공장을 설치했다. 관련 법령상 기존에는 열분해 시설에 대한 설치 기준이 없어 사업화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2023년 11월에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통해 이 장벽을 넘고 운영 근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아울러 바이오차가 토양에 사용되었을 때 대기 중 탄소를 포집·저장하는 특성을 인정받아, 향후 발생할 10년분의 탄소크레딧을 글로벌 기업에 선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단순한 폐기물 처리를 넘어 ESG 경영, 농가 상생, 글로벌 시장을 동시에 겨냥하는 혁신 기업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대구에서 개최된 2025 한국국제축산박람회 현장에서 바이오씨앤씨의 경북 의성 플랜트를 운영하는 이원우 대표를 만나 축분 바이오차의 현재와 전망을 들었다.

(사진=손성주 기자)
Q. 축분 바이오차 공장이 농장 안에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A. 바이오씨앤씨 경북 의성 공장은 양계장 내부에 있습니다. 그 이유는 원거리 이동 없이 가축 분을 곧바로 공급받아 열분해 공정을 가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원료 수급의 안정성을 높이고 운송 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와 별도로, 주변 농가에서 우분(소똥), 돈분(돼지똥), 계분(닭똥)을 받아 독자적인 대규모 바이오차 공장을 지을 계획입니다. 다만, 이러한 시설은 입지 선정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충분한 동의와 설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Q. 축분 바이오차 생산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A. 단순히 축분을 고온으로 태우는 것이 아니라 기계의 온도, 시간, 회전수를 정밀하게 맞춰야만 균일한 품질의 바이오차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요리를 할 때 재료의 종류와 양에 따라 불 조절과 시간을 세밀하게 맞춰야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특히, 바이오차의 품질과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90% 이상 탄화(고온에서 열분해되어 안정된 탄소 구조로 전환되는 과정)를 달성해야 합니다. 이 단계에 이르러야 가축분뇨 속의 유해 물질이 완전히 분해되고,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따라서 이처럼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시키는 공정 안정화와 품질 관리가 바이오차 생산의 핵심이자 가장 어려운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축분 바이오차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A. 무엇보다 원료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가축분뇨는 농가에서도 처리하기 힘든 골칫거리인데, 이를 바이오차로 전환하면 농가와 기업이 함께 상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바이오차는 단순한 비료를 넘어서 토양 개량과 탄소 감소 효과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기존 화학비료는 주로 양분 공급에 치중하지만, 바이오차는 토양 유기물 함량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토양 건강을 개선합니다. 특히 마늘이나 뿌리식물에 효과가 뛰어납니다.
Q. 축분 바이오차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A. 가장 먼저, 탄소배출권 시장의 성장을 들 수 있습니다. 최근 국내외에서 탄소 감축 활동을 크레딧으로 인정하는 제도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전체 가축분뇨의 20%만 바이오차로 전환해도 탄소 감축 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경북 의성 공장을 통해 확보한 10년분의 탄소배출권을 기아자동차와 신한투자증권에 미리 판매하며 그 시장성을 증명했습니다.
둘째, 가축분뇨의 자원화입니다. 가축분뇨는 그 자체로 환경 부담이 큰 폐기물입니다. 하지만 바이오차로 전환하면 단순 폐기물을 넘어서 가치를 창출하는 자원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이는 환경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셋째, 비료 산업의 변화입니다. 바이오차가 대량 생산되고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될 경우, 기존 화학비료와 유사한 가격대로 농가에 공급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로써 농가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토양 유기물 증진에 따른 토양 건강 개선과 탄소 감축이라는 환경적 목표까지 함께 달성하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축분 바이오차 산업은 환경, 경제, 농업이라는 세 가지 핵심 분야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현재 바이오씨앤씨는 가축분뇨를 활용한 고기능성 바이오차(황금바이오차)를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회사 측은 이 제품이 300종 이상의 복합 미생물 전처리를 거쳐 N·P·K(질소·인·칼륨) 함량이 높아 비료로서 효과가 크다고 설명한다. 특히 토양에 투입하면 장기간 남아 토양의 비옥도를 높이고 작물의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한다고 덧붙였다.
축산 폐기물을 자원으로 전환하는 축분 바이오차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상용화 기술은 갖춰졌지만, 화학비료 대비 가격 경쟁력 확보와 생산 규모 확대를 위해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의 지원과 시장의 수요가 확대되면, 축분 바이오차는 축산 폐기물 처리와 수입 비료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탄소배출권까지 창출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도전들이 지속가능한 농·축산업의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위 콘텐츠(글)은 탄녹위 넷제로프렌즈 3기 참여자가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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