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넷제로프렌즈 제3기 박지우
플라스틱은 편리하지만, 사용 후에는 환경에 큰 부담을 남긴다. 특히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재활용률을 높이고 자원을 다시 활용하는 방안은 세계적인 과제가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재활용 신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우선, 화학적 재활용은 플라스틱을 분자 단위로 분해해 새 원료로 되돌리는 방식으로, 품질 저하 없이 반복 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고도화 선별장은 AI와 센서를 이용해 투명 페트병, 캔, 비닐 등을 더 정확히 골라내는 시설이다. 더 나아가, 업사이클링 제품 개발은 버려진 플라스틱을 생활용품이나 패션 아이템 등 새로운 가치가 있는 제품으로 바꾸는 방법이다. 이처럼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모두 폐플라스틱을 새로운 자원으로 전환한다는 공통 목표를 지니고 있다.

(출처=수퍼빈)
그중에서도 일상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 바로 수퍼빈의 AI 무인 수거기 ‘네프론(NEPHRON)’이다. 지하철역이나 대형마트 입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기계는, 시민들이 직접 페트병이나 캔을 넣으면 자동으로 인식하고 압축한 뒤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으로 선별하며 사용자에게는 포인트를 제공해 참여를 유도한다. 네프론은 2025년 2월 기준, 서울 173대와 경기 249대를 포함해 전국에 총 1,313대가 설치되어 있으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 중이다.
네프론을 운영하는 수퍼빈은 환경부, 한국환경공단, 지자체, 대기업과 협약을 맺어 자원순환 교육과 고품질 재생원료 생산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수거된 페트병은 약 7억 7천만 개, 캔은 1억 8천만 개에 달하며, 시민에게 환전된 누적 보상 금액도 65억 원을 넘어섰다. 이번 기사에서는 이 네프론을 직접 체험하고, 기술의 특징과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사진=박지우 기자)
네프론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정식 명칭은 ‘순환자원회수로봇 네프론(NEPHRON)’으로, AI 영상인식과 센서,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폐기물을 자동으로 판별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사용자가 투명 페트병이나 캔을 기계에 투입하면, 인공지능이 이를 인식하고 압축하여 선별 수집한다. 일반 분리수거함이 단순히 배출된 쓰레기를 모아두는 공간이라면, 네프론은 올바른 품목만 걸러내고 이물질이 섞인 경우에는 배출을 거부한다. 또한 압축을 통해 부피를 줄여 운송 효율을 높이고, 사용자는 전용 앱을 통해 포인트를 즉시 적립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모인 자원은 재활용 공정으로 보내져 순환경제의 일부가 된다. 이는 수퍼빈이 제안하는 새로운 자원 회수 방식으로, “쓰레기도 거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자 하는 실험적 시도이기도 하다.

(출처=수퍼빈)
필자는 네프론을 체험하기 위해 먼저 수퍼빈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았다. 앱에서는 주변에 설치된 기계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현재 기계의 상태를 미리 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현재 페트병 투입 가능 여부”, “운영 시간”, “1인 1일당 투입 개수 제한” 같은 정보가 표시되어 있어 불필요한 이동을 줄일 수 있었다. 또한 수퍼빈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네프론 설치 장소를 검색할 수 있어, 앱을 사용하지 않는 시민들도 손쉽게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박지우 기자 / 출처=수퍼빈)
직접 준비한 투명 페트병을 기기에 넣어 보았다. 투입구에 병을 넣자 AI가 즉시 인식했고, 라벨이 붙어 있거나 이물질이 있는 경우에는 경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후 기계는 짧은 압축 과정을 거쳐 페트병의 부피를 줄였다. 일반 재활용함은 단순히 ‘버리는 것’으로 끝나지만, 네프론은 잘못된 투입을 걸러내고 올바른 품목은 압축해 곧바로 재활용에 적합한 상태로 만든다. 불과 몇 초 만에 ‘쓰레기 처리’가 ‘자원화 과정’으로 전환되는 장면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출처=수퍼빈)
곧이어 앱 화면에는 포인트가 적립되었다. 단순한 안내 기능이 아니라 실제로 보상 체계가 작동하는 것이다. 수퍼빈 포인트는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어, ‘쓰레기도 돈이다, 재활용도 놀이다’라는 슬로건이 현실로 다가왔다. 버려지던 자원이 곧바로 가치로 환산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환경 보호라는 의무감뿐 아니라 합리적인 보상이 지속적인 참여 동기로 이어짐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느낀 점은 단순히 페트병을 넣는 행위가 아니라, 앱과 기계가 연결된 하나의 시스템 속에서 시민 개개인이 순환경제의 한 축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술과 참여가 결합한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플라스틱 문제 해결은 대규모 공장이나 정책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생활 속에서 시민들이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접점이 늘어나야 한다. 수퍼빈의 네프론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기술 중 하나다.
정부 역시 재활용률 제고를 위해 다양한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0년부터 시행된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제도는 고품질 재활용 원료 확보를 목표로 한다. 네프론은 이러한 정책과 맞물려, 시민들이 더 쉽게 참여하고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보완적 장치로 기능한다. 기업·정부·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협력 구조의 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번 체험은 작은 행동 하나가 자원순환의 첫걸음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기술을 경험하고, 생활 속에서 지속적으로 활용한다면 플라스틱 문제 해결의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경험이 단순한 일회성 체험에 머무르지 않고, 일상 속 습관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작은 참여가 모여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내고, 결국 지속가능한 미래를 앞당기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위 콘텐츠(글)은 탄녹위 넷제로프렌즈 3기 참여자가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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