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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에서 분뇨까지, 기후테크로 바뀌는 축산

작성일 : 2025.09.08 조회 : 29

취재 : 넷제로프렌즈 제3기 손성주

 

서구화된 식습관이 자리 잡으면서 한국인의 식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2022년 기준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59.8kg으로 쌀 소비량(56.4kg)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그만큼 축산업의 기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2020년 축산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973만 톤으로, 2018년 대비 30만 톤 증가하였다. 이 중 소와 염소 같은 반추동물이 풀을 되새김질하면서 트림으로 배출되는 메탄은 이산화탄소의 27, 가축의 분뇨 처리에서 발생하는 아산화질소는 무려 273배에 달하는 지구 온난화 효과를 지니고 있다.

 

이에 정부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축산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0%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 축산업 역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변화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는 기술이 바로 '기후테크(Climate Tech)'. 기후(Climate)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기후테크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 대응을 목표로 하는 모든 혁신 기술을 뜻한다. 에너지를 전환하는 클린테크, 탄소를 포집·활용하는 카본테크, 자원 순환을 중시하는 에코테크, 위성과 데이터를 통한 지오테크, 식품 생산 전반을 혁신하는 푸드테크가 대표적이다.

 

축산업은 이 가운데 에코테크(저메탄 사료), 푸드테크(축산 스마트팜), 카본테크(바이오차)가 교차하는 영역에 놓여 있다. 최근 이러한 기술들이 실제 농가 현장에서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축산이 '저탄소 산업'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소의 한 끼 식사가 줄이는 메탄(에코테크)

(사진=손성주 기자)

 

가장 먼저 주목받는 기술은 저메탄 사료이다. 소와 같은 반추동물은 사료를 먹을 때 반추위에서 일어나는 미생물 발효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메탄을 배출한다. 이를 줄이기 위해 네덜란드 기업 DSM이 개발한 사료첨가제 보베어 10(Bovaer 10)’은 메탄 배출량을 20% 이상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우성사료, 농협사료 등 여러 기업이 보베어 10’을 활용한 저메탄 사료를 연구·개발 중이다. 2024년 충남 서산의 사랑목장은 우성사료의 저메탄 사료(감탄한우)를 국내 최초로 급여하며 선도적 사례로 주목받았다.

 

이러한 노력에 발맞춰 정부 역시 저메탄·질소 저감 사료 사용 농가에 젖소 두당 연간 5만 원, ·육우 25천 원, 돼지 5천 원의 지원금을 지원하며 저탄소 축산 확산을 돕고 있다.

 

효율을 높여 탄소를 줄이는 스마트 축산(푸드테크)

스마트 축산(Smart Livestock Farming)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축사 환경과 가축의 생육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인공지능(AI)과 결합해 냉난방기와 사료 급여기를 자동으로 제어하고, 가축의 발정이나 질병 같은 건강 상태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해 최적의 사육 환경을 유지한다. 이는 자동화를 넘어 데이터 기반의 정밀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기도 평택의 로즈팜은 이러한 스마트 축산 기술을 도입해 2023년 기준 어미 돼지 한 마리당 연간 출산 새끼 돼지(PSY)29두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국내 평균(21.2)보다 약 40% 높은 수치다.

 

스마트 축산의 효과는 단순히 생산성 향상에만 그치지 않는다. 사료 급여기를 통해 가축의 성장 단계와 건강 상태에 맞춘 정밀 사료 급여가 가능해져 불필요한 사료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AI 기반 시스템으로 가축의 질병을 조기에 파악하고 치료해 폐사를 줄이면, 이미 투입된 사료와 에너지가 낭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스마트 축산은 생산성과 경제성을 높이는 동시에 탄소 배출을 줄이는 지속 가능한 축산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분뇨에서 찾은 탄소 포집 해법 (카본테크)

가축들이 매년 5,000만 톤 규모로 만들어내는 분뇨를 적절히 처리하는 것도 저탄소 축산 전환을 위한 필수 과제다. 많은 분뇨가 적절히 처리되지 않으면 토양과 수질 오염은 물론, 아산화질소와 메탄 배출의 원인이 된다. 기존에는 분뇨를 퇴비나 액체 비료로 활용해 화학비료를 대체했다면, 최근에는 분뇨를 활용해 바이오차(bio-char)를 생산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차는 목재나 가축 분뇨 같은 유기물을 350이상의 무산소 조건에서 열분해해 만든 소재로, 탄소의 65~89%가 토양에 고정되는 효과가 있다. 바이오차는 IPCC(2019)에서도 농업 분야의 대표적인 탄소 포집·저장(CCUS) 기술로 인정한 바 있다. 가축 분뇨 바이오차의 생산수율은 20%로 퇴비의 42%보다 낮아 가축 분뇨 처리 효율성이 우수하고, 온실가스와 악취를 동시에 잡는 효과가 뛰어나다.

 

탄소 감축, 농가의 손실이 아닌 이익으로

탄소 저감 기술을 도입하는 농가들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축산업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가 시범사업과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추가 비용 부담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된다.

 

만약 직장인에게 월급의 10%를 탄소 감축을 위해 쓰라고 한다면 선뜻 동참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같은 맥락에서 농가에만 희생을 요구하는 방식으로는 목표한 감축 성과를 얻기 어렵다. 기술 도입이 농민의 손실이 아니라 이익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보조금 확대뿐만 아니라 감축 성과에 대한 탄소 크레딧 보상이나 시장 내 인센티브 제도 등이 마련돼야 한다.

 

기후테크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러나 그 길은 농가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라, 탄소를 줄이는 활동이 곧 농가의 지속가능한 생존 전략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할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위 콘텐츠()은 탄녹위 넷제로프렌즈 3기 참여자가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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