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모두보기닫기

종이팩, ‘버려지는 쓰레기’에서 ‘순환경제 원료’로 부상하다

작성일 : 2025.09.03 조회 : 40

취재 : 넷제로프렌즈 제3기 이다은

 

국내에서 매년 수십억 개의 우유, 주스팩이 소비되지만, 이 가운데 재활용되는 비율은 20%에도 못 미친다. 한국환경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종이팩 재활용률은 13.7%201335% 수준에서 10년 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제조업체가 의무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재활용 목표율은 27%였지만, 실제 성과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종이팩은 일반 종이보다 섬유질이 길고 질이 좋아 고급 화장지나 재생 노트 등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자원이다. 그러나 표면에 폴리에틸렌(PE) 코팅이 되어 있어 일반 폐지와 섞이면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결국 분리수거 체계와 안정적인 회수 시스템이 핵심인데, 현장에서는 여전히 허점이 많다.

 

일반적으로 재활용품은 수거 후 선별장에서 1차 선별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플라스틱, , 유리, 종이류가 대략 구분된다. 하지만 종이류 속에 섞인 종이팩은 여기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다. 이때 종이와 종이팩을 다시 구분해 내는 것이 바로 2차 선별이다. 하지만 인력과 비용이 많이 들어 일부 지자체는 수거·선별업체와의 계약 과정에서 2차 선별을 생략하거나, 선별 기준이 제각각이라 종이팩 상당수가 소각·매립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광주광역시 광산구처럼 별도의 선별 체계를 마련해 재활용 기반을 강화한 곳은 긍정적인 사례로 꼽힌다. 광산구는 공동주택 등에 종이팩 전용 수거함을 설치하고, 일부 지역에는 무인 회수기를 도입했다. 이렇게 모아진 종이팩은 일반 종이와 확실히 분리된 상태로 회수되어 1차 선별 과정에서 더 높은 순도로 관리된다. 또한, 전용 수거 차량을 운영해 다른 폐기물과 섞이지 않도록 관리함으로써 이후 2차 선별 과정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생략할 수 있어, 전체 재활용 효율을 높이고 있다.

 

사진=Unsplash (제공 : Chr Appelsved)

 

그러나 이러한 선도적인 사례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는 공공 시스템의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공공 시스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시민들이 직접 나서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구를 지키는 소소한 행동의 종이팩 다시-쓰기 서포터즈활동이다. 기자도 국내 종이팩 배출량의 무려 25%를 차지하는 카페들을 직접 방문하여 캠페인에 참여했다. 3월부터 6월까지 5번에 걸쳐 서울 중구에 위치한 프렌차이즈나 개인 카페를 찾아 종이팩 분리수거의 중요성을 알리고, 분리수거 전용 봉투도 나눠주는 과정을 함께했다.

 

사장님들이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종이팩을 모아주시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어느 카페 사장님은 이러한 환경 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 있어서 오히려 영광이다.”라며, 작은 실천이지만 환경을 보호하는 일에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성과 공유회에서는 일정 기간 동안 모인 종이팩의 무게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 평소 무심히 버리던 작은 습관이 실제로는 수십 톤의 자원이 될 수 있음을 실감했다. 이 경험은 시민의 작은 실천이 자원순환을 현실로 만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해주었다.

 

이러한 활동은 단순히 수거에 그치지 않고, 참여자들에게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을 교육하고 결과물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민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사각지대를 메우고, 재활용률 향상에 기여한 대표적 모델로 볼 수 있다.

 

기업의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제지업체들은 종이팩에서 추출한 장섬유를 활용해 재생 화장지와 고급 노트를 생산한다. 일부 친환경 브랜드는 종이팩 재생지를 화장품 패키지나 업사이클링 노트에 적용하며 소비자의 인식 변화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종이팩은 원료 가치가 높지만, 안정적인 수거 체계가 부족해 공급이 불안정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수거량 확대가 기업의 재활용 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한 선행 과제이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정책적 시도가 확대되고 있다. 서울시는 4,400여 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모은 우유팩 약 160톤을 재생 노트와 스케치북으로 제작해 기부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성남시와 제주도는 종이팩을 일정량 모아오면 화장지로 교환해 주는 보상제를 운영하며 시민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한국의 종이팩 재활용률은 유럽과 비교하면 큰 격차를 보인다. 독일과 스웨덴 등은 65~80%에 달하며 벨기에는 99%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낮은 재활용률을 지적하며 분리배출 체계 정비, 시민 참여 확대, 정책적 인센티브가 동시에 작동해야만 재활용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강조한다.

 

사진=Unsplash (제공: Sticker it)

 

작은 종이팩 하나가 버려지면 쓰레기가 되지만, 모이면 순환경제의 중요한 원료가 된다. 자원단체의 활동, 기업의 업사이클링, 지자체의 보상제도가 맞물릴 때 종이팩의 두 번째 삶은 현실이 된다. 종이팩 재활용은 생활 속 작은 실천이 모여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대표적 사례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시민들의 참여를 뒷받침할 체계적인 수거 시스템과 정책적 지원이다. 자원순환 사회로 나아가는 길, 그 출발점은 우리가 아침마다 버리는 우유팩 한 장일지도 모른다.

 
 

위 콘텐츠()은 탄녹위 넷제로프렌즈 3기 참여자가 작성한 글입니다.

 

저작권 정책 : 공공누리 제4유형 출처표시의 조건에 따라 이용이 가능합니다.

, 사진, 이미지, 일러스트, 동영상 등의 일부 자료는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저작권 전부를 보유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반드시 해당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공공누리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