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넷제로프렌즈 제3기 박도현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와 자원 고갈 문제가 심화되면서, 자원의 선순환을 촉진하는 '순환경제'로의 전환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빈 병의 '재사용 시스템'은 단순 재활용을 넘어, 자원 낭비를 막고 환경을 보호하는 핵심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제품 생산 단계부터 재사용을 고려하고, 소비 후에는 다시 수거해 재사용하는 시스템은 환경 보호는 물론 경제적 효율성까지 높일 수 있는 선진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동네 마트 '빈 병 반환'의 불편한 진실
지난 주말, 집 근처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보다 문득 맥주병을 반납하기로 했습니다. 예전에는 보증금 100원이 아까워서라도 빈 병을 꼭 챙겼는데, 요즘은 귀찮아서 그냥 분리수거함에 넣곤 했습니다. 이번에는 마음을 먹고 빈 병 10개를 들고 갔습니다. 마트 입구에 있는 고객센터로 향하니, 직원은 "저쪽 무인 회수기에 넣으세요"라며 손짓했습니다. 그런데 무인 회수기 앞에 놓인 카트에는 이미 빈 병들이 가득했고, 기계는 2~3병을 인식하더니 "용기가 규격에 맞지 않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띄우며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직원의 도움을 받아 겨우 빈 병을 반납했지만, 10병을 반환하며 받은 돈은 1,400원. 1980년대부터 100원이던 소주병 보증금이 2017년에야 140원으로 인상됐다는 사실이 떠오르며, 이 돈이 과연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충분한 유인책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소주병 회수율은 85.9%, 맥주병은 92.5%로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이는 주로 식당 등 사업장 회수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고 합니다. 저와 같은 일반 가정에서 빈 병 반환이 여전히 번거로운 일이란 증거입니다.
규격화되지 않은 용기, 재사용의 걸림돌
동네 마트에서 겪었던 경험은 단순히 빈 병 반환의 불편함만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이는 재사용 시스템이 소주병과 맥주병 외의 다양한 용기로 확장되지 못하는 근본적인 문제와도 연결됩니다. 저는 종종 동네 소규모 양조장에서 생산한 막걸리를 마시곤 하는데, 각 양조장마다 병의 모양과 크기, 심지어 색깔까지 제각각입니다. 이처럼 규격화되지 않은 막걸리병은 빈용기 보증금 제도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재사용을 위한 자동화된 세척·회수 시스템 구축도 어렵게 만듭니다. 결국 재활용으로 분류되지만, 유색병은 재활용 가치가 낮아 대부분 폐기되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활발합니다. 코카콜라(Coca-Cola)는 남미 지역에서 '범용 병(Universal Bottle)' 이니셔티브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코카콜라, 환타, 스프라이트 등 자사의 모든 음료 브랜드에 규격화된 재사용 유리병을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이처럼 용기의 모양을 표준화함으로써 회수와 세척, 재유통 과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빈 병 재사용 시스템 활성화를 위한 해결 과제
동네에서 직접 겪은 불편함과 해외의 성공 사례를 통해, 빈 병 재사용 시스템이 나아갈 길은 명확해 보입니다.
첫째, 보증금 제도의 현실화와 인프라 확대입니다. 현재의 낮은 보증금은 소비자의 반환 참여를 유도하기에 역부족입니다. 보증금 수준을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여 현실에 맞게 상향 조정하고,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편의점, 동네 슈퍼 등 접근성이 좋은 곳에도 반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합니다.
둘째, 재사용 용기 규격의 표준화입니다. 소주병과 맥주병에만 국한된 재사용 시스템을 다양한 음료병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막걸리병처럼 재사용이 어려운 용기들을 표준화하고 보증금 제도를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셋째, 기술 혁신을 통한 회수 시스템 개선입니다. 빈 병 무인 회수기 설치를 확대하고, 온라인 반환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기술적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보다 쉽고 편리하게 빈 병을 반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빈 병 재사용 시스템은 단순한 폐기물 감축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입니다. '버린다'는 인식을 '다시 쓴다'는 인식으로 전환하고, 제품의 전 생애 주기를 고려하는 순환경제 모델을 통해 자원의 낭비를 막고 깨끗한 환경을 후대에 물려줄 수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 모두의 적극적인 협력과 참여가 있다면 '다시 쓰임'의 가치가 빛나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앞당길 수 있을 것입니다.
위 콘텐츠(글)은 탄녹위 넷제로프렌즈 3기 참여자가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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