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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으로 돌아가는 산업단지, RE100은 도시 밖에서 시작된다.

작성일 : 2025.08.08 조회 : 20

취재 : 넷제로프렌즈 제3기 이다은

 

2025, 한국은 다시 한번 기후 위기의 문 앞에 서 있다. 기후변화가 일상이 된 지금, 산업 부문에서도 더 이상 기후 위기를 환경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탄소중립은 의무이자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전력 사용량이 높은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재생 에너지 전환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RE100을 선언하는 국내 기업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RE100Renewable Energy 100이라는 말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 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국제 캠페인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그룹 등이 이미 이 목표를 따르고 있으며, 수출 중심 산업구조를 가진 한국 기업에는 이행 여부가 곧 국제 경쟁력과 직결되기도 한다. 현재 글로벌 기업 애플이 RE100 달성을 목표로 하면서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대기업들도 탈탄소화 요구를 받고 있다. 만약 RE100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애플이 국내 기업의 부품 사용을 중단할 수 있어 경제적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선언만으로는 RE100은 간단하게 실현되지 않는다. 국내 발전량 중 재생 에너지 비중이 10%도 되지 않는 현실 속에, 기업들이 사용 전력을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려면 막대한 인프라 투자와 제도적 보완이 요구된다. 특히 기업 단위에서 RE100을 이행하기에는 전기요금, 입지, 기술력, 전력 인프라 등 여러 한계가 따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최근 새로운 해법으로 꺼내 들었다. 바로 RE100 산업단지이다.

 

 

사진=Unplash(제공: Jan Kopřiva)

 

RE100 산업단지는 일정 구역 내 입주 기업 전체가 100% 재생 에너지만을 사용하는 구조로 설계되는 특수 산업단지를 뜻한다. , 개별 기업이 전환을 고민하는 대신, 산업단지 단위에서 통합적으로 재생 에너지 공급 체계를 설계하겠다는 발상이다. 2024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국토부, 환경부, 농식품부 등 관계 부처가 공동으로 TF를 꾸려 RE100 산단 조성을 추진 중이며, 전남, 전북, 울상, 강원 등 재생 에너지 입지가 유리한 지역이 시범 대상지로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이 사업은 효과성과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연내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RE100 특별법은 재생 에너지 100% 사용하는 산업단지를 만들고, 입주기업에게는 규제 완화, 전기료 할인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는 법안을 만들어 20259월 정기국회에 입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에 낡은 산단을 탈탄소형 신산업 클러스터로 전환하는 이 전략은 단순한 에너지 전환을 넘어, 지역 균형 발전과 산업구조 혁신을 함께 꾀하는 포석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직접 발전 시설은 물론, PPA(전력구매계약)나 녹색 프리미엄 등을 통한 간접적 재생 에너지 구매 방식도 적극 도입될 예정이다. PPA는 기업이 재생 에너지 발전소와 직접 계약을 맺어 전력을 구매하는 방식이며, 녹색 프리미엄은 한전을 통해 재생 에너지 전력을 구매하고 인증받는 제도이다.

 

더불어, RE100 산단에 입주한 기업에는 세제 혜택, 전기요금 감면, 정주 인프라 확충 등 다양한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산단의 탄소 중립화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일단 RE100 산단을 짓더라도 중요한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평균 168.2원이지만, 태양광은 200원대, 해상풍력은 400원대를 넘는다. 기업들이 RE100을 실현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보조와 기술 혁신이 함께 필요하다. 또한 발전 인프라 확대를 위한 주민 수용성 확보, 지역과의 소통도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 변화가 도시가 아닌 지방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기존의 대도시 중심 산업 집중 모델에서 벗어나, 에너지 전환을 통해 지역이 주도하는 산업 혁신을 가능케 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RE100 산업단지는 결국, 재생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지역 주도의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함께 이끌어내는 거점으로 작동할 것이다.

 

지금의 산업단지들은 과거 경제성장기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탄소를 줄이는 것을 넘어, 새로운 질서를 설계하는 거대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햇빛으로 돌아가는 산업단지. 그 실현은 먼 미래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지금 지방의 바람이, 태양이, 그리고 정책이 조금씩 방향을 바꾸고 있다. 탄소중립을 가는 길목에서, 산업의 새로운 판이 만들어지고 있다.

 

 

위 콘텐츠()은 탄녹위 넷제로프렌즈 3기 참여자가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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