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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 - 재생에너지(RE)와 무탄소에너지(CFE)

작성일 : 2024.09.12 조회 : 9074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감이 커지면서 약 120개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하거나 추진 중이고, 유럽과 미국은 탄소세를 부과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나아가 국제 신용평가사나 투자자들까지 기업경쟁력을 평가하는 요소 중 하나로 ‘기후 변화 대응 지표’를 포함하면서 탄소중립은 이제 전 세계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또한 탄소 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수소, 태양, 풍력 에너지 등의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 등의 무탄소에너지 분야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1) ‘RE100’이란 무엇인가?
재생에너지(Renewable Electricity) 100%의 약자인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충당하겠다는 목표의 국제 캠페인을 말합니다. 2014년 영국 런던의 다국적 비영리기구인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과 ‘탄소 공개 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에서 발족하였습니다. 정부가 강제하는 것이 아닌, 글로벌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되는 캠페인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RE100 가입을 위해 신청서를 제출하면 더 클라이밋 그룹의 검토 후 가입이 최종 확정됩니다. 가입 후 1년 안에 이행계획을 제출해야 하고 매년 이행상황을 점검받게 될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 60%, 2040년 90%로 올려야 자격이 유지됩니다. RE100의 국가별 가입 현황을 먼저 살펴보면, 2024년 7월까지 총 36개의 국내 기업이 가입했으며, 전 세계적으로는 430개의 기업이 가입했습니다. 그래프의 추이 변화로 RE100에 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 클라이밋 그룹 RE100 홈페이지에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2023년까지 RE100에 참여한 글로벌 기업은 총 426개를 돌파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일본, 영국의 뒤를 이어 4번째로 참여율이 높습니다.


국가별 글로벌 RE100 가입 동향 (사진 자료=RE100 정보플랫폼)

전 세계적인 산업별 가입 현황도 아래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3년까지 가입한 글로벌 기업 426개 중 서비스업이 149개로 가장 많으며, 다음으로는 제조업이 109개로 많습니다. 한국 ESG 연구소에 따르면, 기업이 사용하는 총 전력수요는 제조업이 112TWh, 서비스업이 105TWh으로 제조업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RE100에 가입한 제조업 기업들이 더 적은 이유는 총 전력수요 중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량이 서비스업은 60%, 제조업이 32%로, 상대적으로 비재생에너지에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됩니다. 국제사회의 요구에 따라 곧 제조업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수요 또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산업별 글로벌 RE100 가입 동향 (사진 자료=Climate Group RE100)

RE100에 가입한 기업 중 구글, 애플, 레고 등 몇몇 기업들은 RE100 달성에 성공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실제 사용 전력의 100%가 재생에너지로 구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체 재생에너지 생산으로 충당하고 부족한 소비전력의 경우, 그만큼의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를 구매해 채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금을 더 내거나 재생에너지 업체에 투자하는 이러한 활동도 재생에너지 확산에 크게 기여한다는 판단하에 재생에너지 조달 방법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RE100이 탄소중립을 담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2) ‘CF100’이란 무엇인가?
RE100이 실질적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가에 대해 많은 의문점들이 제기되고 있고, 기업이 사용하고 있는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달성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 수준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우긴 했으나, RE100 달성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어 CF100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국내 재생에너지의 발전 여건이 열악할 뿐만 아니라 반도체 생산 등에 필요한 전력을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충분히 확보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원전 추가 건설 등으로 안정적인 무탄소 전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국제표준을 RE100이 아니라 CF100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CF100은 ‘탄소 배출 제로(Carbon Free) 100%’의 약자로, 공식 명칭은 ‘24/7 CFE(Carbon Free Energy)’입니다. 24시간 일주일(7일) 내내 사용 전력의 100%를 풍력, 태양광, 수력, 지열, 원자력 발전 등의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공급받는 캠페인으로, 전력의 탈탄소화를 목표로 합니다. RE100으로는 탄소중립 달성이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구글(Google)과 유엔 에너지(UN Energy), 지속가능에너지 기구(SE4ALL, Sustainable Energy For All) 등이 발족했습니다.


ⓒ김가현

CFE는 전력 부문의 탄소를 완전히 제거한다는 점에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즉, 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목적은 같으나 RE100은 재생에너지로 수단을 한정했지만, CFE는 풍력, 태양광, 수력, 지열 등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발전, 연료전지 등을 수단에 포함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이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CFE 이니셔티브’를 국제사회에 제안했고, 10월에는 무탄소에너지를 기업·산업계 실정에 맞게 활용해 탄소중립을 앞당기기 위한 민간협력기구인 CF연합을 출범시켰습니다. 다만, 우리 정부가 제안한 ‘CFE 이니셔티브’는 앞서 설명했던 '24/7 CFE'와는 다른 부분들이 있습니다. 무탄소 전력을 실시간으로 사용하는 것이 원칙인 24/7 CFE과는 달리 CFE 이니셔티브는 단기적으로는 연간 정산을 택하되 장기적으로는 실시간 조달을 지향하는 단계적 접근법을 채택합니다. 당장 실시간 사용 원칙을 완전한 형태로 구현하기에 기술적인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행부담이 증가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3) 우리나라는 RE100와 CFE에 대비되어 있는가?
이렇듯 RE100 및 CFE 이행 요구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의 대비 및 대응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2024년 4월,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수출 실적 100만 달러 이상 제조기업 610곳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를 담은 ‘제조 수출 기업의 RE100 대응 실태와 과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제조기업 중 103개의 기업(16.7%)은 국내외 거래업체로부터 RE100 이행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는 RE100 이행 요구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41.7%는 당장 올해나 내년부터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요구받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거래처로부터 RE100 이행 요구를 받았을 때 이행을 약속한 중소기업은 68.3%뿐이었고, 이 밖에 13.4%는 다른 거래처를 물색하거나, 3.6%는 요구 기업과의 거래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또한, 수출 기업의 54.8%가 RE100을 모른다고 답했고, 이미 RE100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조차도 8.7%에 불과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경쟁력이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공급망을 포함해 탄소중립 경쟁력을 획득하려는 고객사 수요가 짙어지면서, RE100 참여 기업들이 공급망 내 협력사들에게 재생에너지 사용을 적극적으로 요구함에 따라 재생에너지 조달은 수출경쟁력과 직결되는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더 클라이밋 그룹 RE100의 ‘2023 연간 공개 보고서’에서는 “한국은 재생 가능한 전력을 구매하기 가장 어려운 시장 중 하나”라고 표현했습니다. 한국은 RE100에 가입한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응답한 상위 지역에 등극했고, 최종 에너지 소비 중 재생에너지 비중도 최하 수준입니다. 보고서는 “국제 사회의 RE100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이 사용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수출경쟁력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2040년 한국 기업이 RE100에 동참하지 않을 시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산업의 수출액이 각각 15%, 31%, 40%씩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재생에너지의 비싼 발전단가뿐만 아니라 규제와 제도의 불확실성이 RE100 이행의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으니, 무엇보다도 정부의 일관된 재생에너지 공급 정책이 필요합니다. 장현숙 한국무역협회 그린전환팀장은 “RE100에 참여한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 내 협력사들에 재생에너지 사용과 정보 제출을 요구함에 따라 재생에너지 조달 및 탄소 배출량 관리가 수출 경쟁력으로 직결되고 있다”고 말하며 “수출 기업들은 정부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적극 활용해 비용 절감과 대응 실효성을 높이고, 공정·공급망 내 탄소 배출량 측정부터 시작해 가장 유리한 재생에너지 조달 방안을 탐색하는 등 단계적 전략을 수립해 대응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24/7 CFE와 CFE 이니셔티브가 글로벌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새로운 국제규범으로 폭넓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산업계의 호응과 참여를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와 뜻을 함께할 주요국과 무탄소에너지 이행 기준을 조속히 마련하는 등의 노력도 함께 필요할 것입니다. 
유엔 총회 기조연설과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28)로 CFE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발전에서 압도적으로 앞서가고 있어 RE100 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유럽연합의 기업들이 RE100을 포기하고 CFE로의 전환을 동의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이미 RE100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CFE로의 전환 및 병행을 위해서는 국제적인 합의와 인식이 필요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됩니다. RE100이 한국 기업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CFE를 국제 표준으로 애써 끼워 맞추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 기업들도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전략을 심도 있게 고민하고, 그에 맞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넷제로프렌즈 청년기자 김가현
원문 바로가기: https://blog.naver.com/angel8960/223582248101
본 글은 넷제로프렌즈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탄녹위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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