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넷제로프렌즈 제3기 정아민
2025년 여름은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지난 몇 달간 끓는 듯한 폭염에 에어컨 실외기마저 과부하로 멈춰 서고, 출근길을 집어삼킨 폭우에 차량 수백 대가 고립되는 등 한반도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이번 여름의 극단적인 날씨는 기후위기가 더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우리 눈앞에 닥친 현실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러한 기후 위기의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2025년 8월 2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저탄소 전환 촉진을 위한 보험의 역할' 세미나가 열렸다. 총 3개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된 세미나에서는 보험을 활용한 실질적인 저탄소 전환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이승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기후위기와 보험의 역할'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보험사의 핵심 사업 모형인 보험인수와 자산운용을 통한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 연구위원은 기후위기 심화의 증거와 법적 대응 방안을 제시하며, 보험사의 사업 모형 자체가 기후위기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험사가 계약 체결 시 위험을 평가하고 보험료를 산정하는 보험인수와 축적된 자산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사업 모형을 바탕으로 보험업계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완화’와 이상기후 및 자연재난으로 인한 손실에 대응하는 ‘적응’ 전략을 중심으로 보험상품을 개발·판매하고 있다.
(출처=기후위기와 보험의 역할 발표 자료 / 제작=정아민 기자)
기후변화 '완화' 측면에서 대표적인 보험상품을 꼽으라면 자동차보험의 친환경 특약을 들 수 있다. 이 보험은 주행거리에 따른 마일리지 특약, 좋은 운전 습관 특약 등을 통해 운전자의 자발적인 탄소 감축 노력을 유도하고 보험료 할인이라는 혜택을 제공한다.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을 돕는 보험의 역할도 강조됐다. 실제로 2019년 3월 5대 손해보험사가 공동 개발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지원 보험상품은 태양광, 풍력 등 자연재해에 취약한 발전 시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이 연구위원은 날씨 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보상하는 지수형 날씨보험의 필요성 또한 제기했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은 변동성이 크므로 에너지 공급과 사업자의 수입 보장을 위한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수형 날씨보험은 사전에 합의된 기상 지표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의 안정적인 운영을 돕지만, 기초 위험 및 손해보험의 기본 원칙과 관련된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후변화 ‘적응’ 측면에서는 자연재난과 이상기후로 인한 손실 급증에 대비하고 회복력을 강화하는 보험상품이 소개됐다. 보험업계는 장기적으로 운영되는 보험 자산의 특성상 자본 회수 기간이 긴 기후 인프라 투자에 유리하며, 이에 따라 위험관리 전문성과 장기 투자 역량을 활용해 기후변화 적응에 기여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보험이 위험 기반의 인수와 보험금 지급을 통해 기후 취약성을 보완하고 회복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중 지수형 보험은 사전에 정해진 기준에 따라 신속히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전통적인 실손보험이 손해사정 절차로 지급이 지연될 수 있는 것과 달리, 지수형 보험은 재난 복구에 필요한 자금을 빠르게 제공해 회복력 강화에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아울러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보장 확대 역시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폭염으로 인한 건강 문제나 소득 손실 등 사회·경제적 약자가 겪는 피해를 줄이려면 기후보험의 보장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기후보험이 재난 피해 복구와 지원에 필요한 재정 부담을 완화하고, 동시에 기후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강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 재보험 강화 등 정부 지원 필요
이 연구위원은 저탄소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향후 과제로 제도적 지원과 신기술 및 시장 활성화라는 두 가지 측면을 제시했다. 제도적 지원 측면에서는 지속가능성 공시제도를 통한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체계 구축, 기후 관련 공동 행위 면책의 필요성, 그리고 공사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특히 “정부 재정을 통한 튼튼한 기후 인프라가 재난 취약성을 감소시키고 보험 시장 활성화를 이끌 수 있다”며 국가 재보험 강화와 같은 정부 지원의 중요성을 짚었다.
또한 신기술 및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는 탄소 저감 기술과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및 운영 전반에 대한 보장이 필요하며, 탄소배출권 및 크레딧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시장 형성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진=정아민 기자)
이번 세미나는 보험이 더 이상 ‘사후 보장’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기후위기 대응과 저탄소 전환을 앞당기는 핵심 수단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주제 발표가 끝난 뒤 패널들은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며 향후 도입 전략 및 과제에 대해 토론했다. 안윤기 포스코 경영연구원 상무는 “외부 전력 문제와 함께 보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그는 “기업의 목표인 이윤 추구와 기후위기 사이에서 신기술 적용과 보험금 산정 문제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정책·규제 리스크가 가장 중요한 요인인 만큼 효율적인 시장이 조성될 수 있는 길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정광민 포항공과대학교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정책성 보험제도 구축과 이를 위한 전담 조직 신설이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당국이 관여하는 위험평가 전문 기관 육성과 기업 보험중개시장 활성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보험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 콘텐츠(글)은 탄녹위 넷제로프렌즈 3기 참여자가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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