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넷제로프렌즈 제3기 김경하
기후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청년들이 기후 대응을 직접 체험하며 대안을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지난 7월 10일 서울 LW컨벤션 센터에서는 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주최하고 넷제로프렌즈 시민기자단이 참여한 ‘기후변화 시뮬레이션 대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행사는 미국 기후 싱크탱크 Climate Interactive의 기후모델 ‘En-ROADS’를 기반으로 진행됐습니다. 참가자들은 실제 유엔 회의 구조를 모티브로 구성된 협상 테이블에 앉아 ‘선진국’, ‘개발도상국’, ‘비정부기구(NGO)’, ‘화석연료 산업’, ‘기술기업’ 등 총 9개 이해관계자 집단 중 하나를 맡아, 각자의 입장에서 정책을 제안하고 상호 조율하는 과정을 체험했습니다.
현장 교육과 사회적 모의협상을 진행한 김종웅 Climate Interactive 한국 엠버서더는 “데이터에 기반한 행동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라며 “단순히 ‘탄소중립이 중요하다’는 걸 넘어서, 어떤 선택이 어떻게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직접 시뮬레이션 해보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이라고 말했습니다.
데이터 기반 시뮬레이션, 협상 구조로 풀어내다
En-ROADS는 실시간으로 시나리오를 조정하며 온실가스 배출 추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각국의 감축 정책, 에너지 전환 수준, 산림보전, 세제 구조 등 다양한 파라미터가 변수로 반영됩니다. 참가자들은 제한된 시간 안에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C 이내로 줄이기 위해, 각 이해관계자의 입장에서 감축 정책과 에너지 전환 방안 등을 전략적으로 조율했습니다. 협상 과정에서는 기술 투자, 산림 보전, 탄소세 확대 등 다양한 수단이 논의되었습니다.
(사진=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처음 시뮬레이션 결과는 3.6°C였습니다. 예상보다 높은 수치에 참가자들은 당황했고, 재생에너지 전환, 이산화탄소 배출세 확대, 산림 보전 및 CCS 기술 투자 등의 조치를 단계적으로 조정하며 재협상에 나섰습니다. 각 팀은 자신이 맡은 주체의 이해관계와 국제적 책임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토론했고, 세 번째 협상 끝에 1.7°C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습니다.
현장에서는 단순한 교육을 넘어, 실제 협상 전략과 이해득실을 따져보는 현실감 있는 과정이 이어졌습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입장과 이해관계에 맞춰 발언을 조율하고, 타 팀의 조치에 논리적으로 반응하며 전략을 다듬었습니다. 특히 화석연료 산업 역할을 맡은 참가팀은 수익성 확보와 탄소 감축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반복하며, 단순한 이론이 아닌 현실적 딜레마를 체감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개발도상국 연합 역할을 맡은 한 참가자는, “실제 유엔 회의에 참석한 듯한 느낌이었다. 이견을 좁히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점을 몸소 느끼면서도, 결국 행동이 변화를 만든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참가자는 “게임처럼 느껴졌던 시뮬레이션이 점점 현실처럼 다가오면서 기후 대응에 필요한 협력과 실질적 행동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행동을 촉진하는 교육, 정책과 연결될 수 있을까
김종웅 엠버서더는 기후위기는 단지 자연과학 문제가 아니라 정책, 경제, 사회가 모두 얽힌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시뮬레이션이 이러한 복잡한 논쟁을 구조화하고, 각자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는 데 유용한 도구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이러한 훈련이 교육에 그치지 않고, 향후 시민의 행동 변화와 정책 실현을 잇는 교량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 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이번 프로그램은 단지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합의와 책임 있는 선택을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참가자들은 협상의 각 단계에서 타협과 결단을 반복하며, 기후 정책의 필요성과 구조적 난점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이를 통해 시뮬레이션은 단지 가상의 도구가 아니라, 실제 정책 설계 과정에서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기후위기를 이해하고 협력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이번 프로그램은 시민 중심의 기후 리터러시 확산이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더합니다. 실제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청년 세대가 기후 정책의 파트너로서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소통 기반을 마련하고 있으며, 기후변화 시뮬레이션 대회는 그 일환으로 기획됐습니다.
기후 정책의 미래를 설계해 나갈 주체로서, 청년 세대가 기후 시뮬레이션을 통해 직접 논의와 결정을 경험하는 것은 사회적 학습의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교육, 체험, 정책 참여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청년이 단순한 수용자가 아닌 변화의 동력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시뮬레이션 결과처럼 지구 평균 온도 상승 1.5°C 달성은 쉽지 않지만,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미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의 복잡성과 대응의 필요성을 실감한 하루였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논의가 교육에만 머무르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일입니다.
위 콘텐츠(글)은 탄녹위 넷제로프렌즈 3기 참여자가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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