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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확대와 글로벌 산업재편 - 곽지혜 위원

작성일 : 2024.10.14 조회 : 5157

탄소배출 증가세를 둔화시킨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23년은 지구 평균 표면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45도 가량 높았으며 모든 기후지표를 경신한 해이다. 전 세계 탄소배출량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배출량은 374억톤(ton)으로 전년 대비 1.1% 늘었다. 반면, 2023년 증가분은 2022년보다 적어 사상 최대치인 배출량 기록에도 불구하고, 그 증가세는 둔화했다고 한다. IEA는 대공황 이후 가장 느린 속도인 이 둔화의 이유로 '청정에너지 보급 증가'를 꼽는다. 태양광, 풍력, 원자력, 히트펌프, 전기자동차 등 5가지 주요 청정에너지 기술 보급이 아니었다면 배출량 증가 폭이 3배 더 커졌을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이 주를 이루는 재생에너지의 확대가 선진국들의 기록적 감소세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본다.
선진국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경제성장 흐름과 달리 50년 만에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지난해 0.7%의 경제성장률에도 배출량이 약 9% 감소한 유럽연합(EU)이나 2.5% 경제성장에도 배출량이 4.1% 줄어든 미국이 그 사례다. 지난해는 역사상 가장 더웠으나, 세계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무탄소에너지 확대에 매진한 가운데 상당한 에너지전환이 이루어져 지난 20년을 통틀어 가장 높은 재생에너지 비율을 기록했다. 재생에너지 신규 설치 용량은 전년 대비 50% 증가한 510기가와트(GW)에 달하며, 이중 태양광이 75% 수준을 차지한다.

태양광·풍력 발전이 가장 저렴하다
태양광 발전은 풍력이나 원자력에 비해 시공·설치·시운전 소요시간이 적고, 신재생에너지 중 발전단가가 가장 낮을 뿐만 아니라, 냉각수 등을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도심 등에도 설치가 용이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화석연료의 의존 없이 대규모 공급 중심의 에너지 체계를 벗어나 매시간 어디서나 무탄소에너지로 전력수요를 충족하는 에너지전환에 태양광 발전의 막대한 확대는 필수불가결하다. IEA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은 이미 역사상 가장 저렴한 전기다.
풍력 발전은 상대적으로 작은 설치 면적을 사용하며, 해상풍력은 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바람만 있으면 계절이나 날씨 변화의 영향이 적고 설치 위치에 따라 높은 전력 생산이 가능한데, 특히 터빈 크기가 커질수록 대규모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대형 해상풍력 단지는 대량 전력 공급이 필요한 대도시나 산업단지 등에 유용하다. 무엇보다 연료비가 들지 않는 재생에너지 전력 비용은 급격히 감소하여 많은 국가에서 이미 화석연료보다 저렴해졌다. 10년 전 대비 2020년 태양광 및 풍력 발전 비용은 각각 85%와 55% 감소했고, 배터리 비용도 같은 기간 동안 85% 하락했다고 한다.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공급망 문제에도 불구하고 2020년 이후에도 발전단가는 하락 중이다. 국제에너지기구가 2050년 주전력원으로 태양광·풍력을 꼽는 이유다.
2015년에 세계 전력의 1.1%를 감당했던 태양광은 2023년 현재 5.5%를 감당한다. 보급은 가속화하여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시나리오가 전망하는 2030년 태양광 세계 전력 생산 비중은 23%다. 칠레(20%), 그리스(19%), 헝가리(18%) 네덜란드(17%), 호주(17%), 스페인(17%), 독일(12%), 이탈리아(12%), 일본(11%) 등은 이미 상당량을 보급했다. 다양한 자원 잠재량과 환경, 간헐성 문제에도 이슈 극복과 보급 확대에 노력한 결과다. 풍력으로 유명한 네덜란드는 우리나라보다 햇빛 자원이 현저히 적어 설비이용률이 크게 떨어짐에도 주목할 만한 태양광 발전 비중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독일이나 일본보다 일조량이 많으며, 미국의 주거용·상업용 시장에서 태양광 모듈 선호도 1위의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국내 태양광 발전 비중은 세계 평균 수준에 못미치는 4.8% 정도다. 2019년에 4.47%였던 네덜란드 태양광 비중은 2021년에 9.4%로 두 배 이상으로 확대됐으며, 4년 만에 3배 이상이 됐다.
2015년 전 세계 전력의 3.5%를 차지하던 풍력 발전은 2023년 7.8%를 감당했다. 중국은 886테라와트시(TWh)의 발전량으로 최대 풍력발전국이며, 국가 전력믹스의 9.4%를 풍력으로 감당한다. 덴마크는 58%의 풍력발전 비율로 전력믹스 비중면에서 최대 풍력발전국이다. 2023년 전체 전력의 10% 이상을 풍력발전으로 감당한 나라는 32개국인데, 우리나라의 풍력발전 비중은 0.5%에 불과하다. 흔히들 미세먼지를 두고 중국 석탄발전을 탓하는 사이 2023년 중국의 무탄소에너지 설비 비중은 화석연료를 추월했다.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은 급속히 성장 중
지난해 세계 전력의 40%는 무탄소에너지가 감당했다. 폭발적으로 성장한 태양광·풍력 발전 덕에 전 세계 전력의 30%를 재생에너지가 감당한 덕이다. 영국의 글로벌 에너지싱크탱크 엠버(Ember)의 ‘글로벌 전력 리뷰’에 따르면 재생에너지원은 여러 프로젝트, 특히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의 확대로 전 세계 전력의 30.3%를 공급했다.
제28차 유엔기후협약당사국총회(COP28)에서 123개국이 서명한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효율 서약'은 2030년까지 세계가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1.1만 기가와트(GW)로 3배 확충하고 에너지 효율을 매년 4%씩 개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IEA는 이에 앞서 2023년 9월 발표한 ‘넷제로로드맵’ 보고서 개정판에서 전 세계적으로 기록적 성장을 보인 태양광 발전과 전기차 덕분에 1.5도 기후목표 달성에 여전히 희망이 있으며, 이 두 가지 기술만으로도 2030년 목표 감축량 3분의 1을 해결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보고서는 탄소 제거처럼 불확실한 기술보다 입증된 저렴한 기술을 기반으로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3배, 연간 에너지 효율 2배, 전기차·히트펌프 판매량 증대 및 메탄 배출량 감소 등이 그것이다. 서약은 향후 10년간 도전적 목표를 요구하는데, 2030년 전 세계 전력의 40% 이상을 태양광·풍력이 감당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2023년 태양광 모듈 가격은 연간 50% 감소하고, 생산 용량은 2021년 대비 3배로 성장했다. 2024년에는 현재 수요 예측을 뛰어넘는 생산 용량 1.1테라와트(TW)에 도달할 예정이다.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 미국 등 G7 주요국은 COP28에 앞서 에너지·환경장관회의에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합의했는데, 현재 314기가와트 및 24기가와트인 G7의 누적 태양광 발전 및 해상풍력 발전 용량을 2030년까지 각각 1테라와트 및 150기가와트로 높인다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보조금 중단, 석탄발전의 단계적 퇴출, 탄소포집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화력발전소의 신축도 중단한다고 밝히고, 환경·인권 보호를 위해 에너지공급망 분산에도 합의했는데 실상은 특정 국가의 독과점에 대한 견제다.

세계는 기술력 및 공급망 확보에 주력
엠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재생에너지 전력 중 태양광 발전량은 전년 대비 약 23%, 풍력 발전량은 10% 증가했다. 이중 절반 이상은 중국에서 생산된 것이다. 미국은 태양광, 풍력, 배터리 등 친환경에너지 산업을 자국 내 유치하기 위해 대규모 세액공제와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유럽연합에서는 유럽 내로 수입되는 역외제품에 대해 탄소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했다. 미국은 IRA 통과 이후 투자 세액공제 연장 및 미국태양광제조사협회(SEMA) 기반의 활발한 투자증대로 상용 규모 재생에너지 제조시설에 대한 투자 유치가 1,500억 달러에 이른다. 관련 사업 약 46건 중 태양광 제조시설이 26개로 가장 많으며, 태양광 산업의 공급망 확보를 위한 기술 개발 투자도 활발하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퍼스트솔라 등 자국 기업들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연구소(NREL) 등 학·연구계를 지원한다. 유럽연합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낳은 에너지 위기를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안보 확보의 기회로 삼아 기록적으로 재생에너지를 보급 중이다. 태양광 발전의 경우 ‘Fit-for-55 정책’의 2030년 목표를 2026년에 초과할 전망인데, 이는 투자조건 개선과 신속한 기술 적용 덕이다. IEA뿐 아니라 엠버도 태양광·풍력 발전의 기하급수적 성장이 향후 10년간 지속될 것이라 분석했다. ‘RePowerEU’ 등 재생에너지 확대정책과 더불어 유럽연합의 연구·개발 투자 전략도 유럽 내 재생에너지 기술의 가치사슬 및 글로벌 공급망 확보를 위한 것이다.
일본은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위해 2조엔 규모의 ‘청정혁신기금’을 활용한 신규 기술 개발 및 지원 로드맵을 수립했다. 인도는 자국 내 제조업 확대를 위해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생산연계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배터리, 자동차, 태양광, 철강 등과 같은 전략적 산업의 공급망 부문에 수십억 달러 투자를 확대 중이다.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경제 공동체인 아세안(ASEAN) 회원국들도 에너지협력 행동계획(APAEC: ASEAN Plan of Action for Energy Cooperation)을 수립하고 2025년까지 1차 에너지 중 재생에너지 비율 23%, 발전설비 용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 35% 확보 등을 추진한다. 2011년 이후 태양광 산업에 유럽의 10배 이상을 투자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세계를 위협 중인 중국의 공격적 행보는 두말할 것도 없다. 풍력, 배터리 산업도 무섭게 잠식 중이며, 수소나 히트펌프 산업도 만만치 않다.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국제질서가 재편 중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재생에너지 확대가 더 급속해졌다. 에너지 자급과 공급망 확보가 안보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세계가 태양광·풍력 산업의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쟁 중인 이유다. 태양광·풍력으로 모든 이슈를 해결할 수는 없으나 이를 중심에 둔 치열한 고민과 노력 없이는 에너지 안보뿐 아니라 국가 경제가 위협받는다.
태양광·풍력을 중심에 둔 에너지전환은 거의 비가역적이다. 2020년 유럽연합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38%로 37%인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추월했고, 2022년은 유럽 전체의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화석연료를 초과했다. 같은 해 유럽연합은 태양광·풍력만으로도 22.3%의 전력을 생산해 화석연료 발전 비중 20%를 능가했다. 2023년 유럽연합 화석연료 발전 비중은 역대 최저로 3분의 1 아래로 떨어졌으며,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44%, 태양광·풍력 발전 비중은 27%에 달했다. 지난해는 유럽연합 풍력발전 비중이 처음으로 가스발전을 능가한 해이기도 하다. 세계를 기준으로 하면 2019년부터 재생에너지가 원전보다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2021년에는 태양광·풍력 발전 비중이 10.2%로 원전 비중을 넘어섰다.
‘RE100 이니셔티브’나 CBAM이라는 무역장벽은 수출주도의 제조업 강국인 우리의 현재 경제를 위협한다. 최대 규모의 세계 시장을 가진 태양광·풍력 발전 기술의 전후방 산업뿐만 아니라, 반도체나 가전, 이차전지도 재생 전력을 써서 생산하라는 압박에 태양광·풍력 발전 없는 초격차나 전략산업화는 어떤 기술이라도 불가능에 가깝다. 태양광·풍력 산업의 내수시장은 해당 기술 자체의 경쟁력 검증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타 산업의 전력 공급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RE100과 CFE
비영리단체인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과 환경경영 인증기관인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가 글로벌 캠페인 RE100 이니셔티브를 시작한 지 10년이다. 국내 36개 기업을 포함해 전 세계 430여개 기업이 가입한 ‘RE100’은 포춘(Fortune) 1,000대 기업 또는 연간 전력 소비량 100기가와트 이상의 대기업이 대상이지만, 핵심 부품 납품업체 등에도 동참이 요구되어 압박으로 작용한다.
2017년 RE100을 달성한 재생에너지 최대 사용기업 구글은 모두에게 깨끗하고 저렴한 전기접근성을 보장하고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유엔과 협업하여 2021년 9월 ‘24/7CFE(상시 무탄소에너지 협약)’를 출범했다. 국내에 만연한 오해와 달리 ‘RE100’ 한계 속에 태어난 것이 아니며, 유엔 SDG7(지속 가능 개발목표) 달성 촉진을 위한 자발적 약속이다. 구글은 지금도 꾸준히 태양광·풍력 중심의 전 세계 전기 시스템 탈탄소화에 매진하며, 지난 10년간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로 기후위기 극복에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다만 'RE100'은 재생 전력 공급이 어려운 경우 REC(재생에너지 크레디트) 구매로 화석연료 전력망 사용분을 상쇄하므로 재생에너지 생산지와 전력 소비지역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총 전력 사용량이 재생에너지원과 연간 기준으로 일치하면 되는 것이다. 반면 ‘24/7CFE’는 시간 단위로 에너지 생산과 소비를 일치시킨다.
1세대엔 탄소중립 운영으로, 2세대엔 RE100으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해 온 구글의 3세대 목표는 가장 어렵고 중요한 마지막 단계인 ‘24/7CFE’다. 해마다 RE100을 달성하지만, 필요에 따라 탄소배출 자원에 의존하는 현실을 타개하고 매일 매시간 어디서나 무탄소에너지로 전력수요를 충족하는 최초의 기업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2030년이 목표다. 24/7CFE는 전력 소비량 매 킬로와트시를 어디서나 무탄소에너지로 충당해야 하므로 시간 일치 및 현지 조달 등의 원칙이 있다. 전력소요 시설과 더 가까운 곳에서 청정에너지를 조달하거나 현장이나 인근에 배터리저장소를 통합한 태양광·풍력발전소나 하이브리드 발전소 건설이 자체적으로 필요하다는 의미다.

RE100은 REC를 통한 상쇄 배출량에 다소 초점이 있다면 ‘24/7CFE’는 시간·위치 기반 청정에너지 조달에 초점이 있다. 원자력, 지열, 수력, 장주기 저장, 그린수소,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등 관련 신흥 기술들은 낮은 경제성이 걸림돌이지만, 이러한 기술들의 결합과 함께 새로운 정책, 잘 조직화한 지역 에너지시장, 유틸리티 개발 등으로 더 많은 사용자가 재생 전력을 구입·활용해 탄소 기반 전력을 퇴출할 수 있다고 본다. 언급한 기술들은 태양광·풍력 발전을 더 잘 적용하기 위한 보조수단일뿐, ‘24/7CFE’의 중심은 변함없이 재생에너지다. RE100 이니셔티브가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는 달리 ‘24/7CFE’는 에너지 구매자, 공급업체, 정부, 비정부기구, 학술 기관 등 에너지 생태계 전반의 이해관계자들에 열려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가입했다.
'한국형 CFE'는 전력뿐 아니라 산업공정의 탈탄소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탄소중립 구현을 위해 응당 지향해야 할 포괄적 개념이다. 말하자면 탄소중립 그 자체다. 다양한 무탄소에너지의 전방위적 사용으로 탈탄소화를 꾀한다 하나 건설에 장기간을 요하는 신규원전 등의 추가나 아직 개발 중인 기술은 2030년까지 기여가 불가하므로 이 역시 태양광·풍력 발전을 중심에 둔 노력이 가장 시급하다. 기술의 성숙도나 탄소중립 기여도를 고려하지 않고 부차적이거나 미성숙한 다양한 기술을 앞세우면 본질은 흐려진다.
통계청은 지난 3월 발표한 ‘한국의 SDG 이행보고서 2024'에서, 유엔 중간평가 결과 SDG 세부 목표 중 다수의 국내 이행 수준이 OECD 주요국 중 최하위권을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7번 목표인 깨끗한 에너지 부문도 이에 해당하는데, 최하위로 낮은 재생에너지 비중 탓이다. ‘2023 RE100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활동하는 RE100 기업 중 40%가 재생에너지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대만, 싱가포르, 일본,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도 더 나은 평가를 받고 있으므로 사실상 꼴찌다. 한국에서 9%에 불과한 해당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률도 마찬가지다.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일본, 인도와 비교해도 낮은 수치다.
부족한 재생에너지 공급량과 높은 가격은 국내 기업들의 사업장별 목표 달성률에 크게 차이를 준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RE100 달성률은 31%인데, 그중 97%는 해외 사업장에서 채운 것이라 한다. 19%의 재생에너지를 해외에서 충당했지만, 국내 달성률은 0%인 현대자동차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형편인지도 모른다. RE100 달성 목표 시기가 대부분 2040년 이후라 하더라도 이니셔티브 가입이 계속 늘고 있으므로 국내 재생에너지의 공격적 확대는 불가피하다. 공급망 기업 대상의 목표 수립이 필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기후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투자자들이 관련 조건을 강화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풍력 발전 중심의 노력이 핵심
지난해 세계 전력수요는 캐나다 연간 전력 사용량에 맞먹는 627테라와트시 만큼 증가했다고 한다. 전기자동차, 히트펌프, 전해조, 에어컨, IT데이터센터 등이 주된 원인으로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체 에너지의 20% 내외 비중을 차지하는 전력수요는 2050년에는 50% 내외로 2~3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태양광·풍력 발전과 같은 전기의 직접 사용이 늘어나면 에너지 원료의 수송과 변환 등에서 일어나는 손실이 적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뿐만 아니라 ‘전체 에너지 수요'도 줄일 수 있다. IEA는 2050년 세계 전체 에너지 공급량에서 태양광이 26%, 풍력 16%, 원자력 12%, 수력이 5%를 차지할 것으로 본다. 전력 비중이 아닌 전체 에너지 비중이니 어마어마한 수치다. 현재의 제조업뿐 아니라 미래 신산업도 태양광·풍력을 중심에 두고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분산화, 탈탄소화, 디지털화, 자율화, 민주화(decentralization, decarbonization, digitalization, deregulation, democratization) 등 기존 체계와 상이한 5D의 특징을 갖는 에너지전환에 따라 산업이 재편 중이다. 이에 탈탄소 기여도가 막대한 태양광·풍력 발전의 간헐성이 이슈다. 섹터커플링, 에너지저장(ESS), 수소 활용, 스마트그리드 등 다양한 기술은 가변성 있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전제로 그 단점을 극복하고 에너지 수급의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간헐성에도 불구하고 자연이 주는 에너지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노력이 난제 해결을 위한 기술과 정책, 제도의 발전을 낳는다.
우리나라가 OECD 최하위 비중에도 간헐성을 탓하며 주춤하는 사이, 다른 나라들의 태양광·풍력 발전을 중심에 둔 고민들은 여러 신산업에 기회를 제공해 왔다. 계통 유연성 확보, 비용 절감과 수익 최적화를 위한 실시간 전력망 관리시스템, 디지털 데이터 솔루션, 배터리 기반 보조 서비스 사업, 도매 전기사업 등이 그것이다. 나라마다 자연적·지리적 차이는 다소 있으나, 하나로 해결 가능한 강력한 에너지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가지는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원의 합리적 믹스로 효율적 에너지 수급과 온실가스 감축을 이루어야 하므로, 내수시장 확보를 통한 실증은 결국 에너지 신시장 창출과 글로벌 시장 점유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자연에너지를 활용한 기술 적용 극대화가 에너지 안보에 절실한 자원 빈국이다. 국내 기업의 산업 경쟁력을 극대화해 제조업뿐만 아니라 관련 서비스업까지 여러 산업 분야에서 일자리 창출이 이루어지면 연간 150조 원에 달하는 에너지 수입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진정한 의미의 에너지 자립에 다가갈 수 있다.
태양광에너지는 연료가 아닌 기술이라는 말이 있다. 집중 투자를 기반으로 전략적 연구·개발이 이뤄질 때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위기 대응도 가능함을 시사한다. 난제 해결을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며, 혁신은 기술‧정책‧시장 세 가지에 동시 집중할 때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태양전지·이차전지 등 재생에너지 분야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반도체·디스플레이·조선 등 태양광·풍력 산업에 직접적으로 적용가능한 최고 수준의 배후 산업 인프라도 보유하고 있다. 시장은 폭풍 성장 중이며, 정부는 지난 5월 16일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공급망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재생에너지의 질서 있는 확대, 정부 주도의 체계적 보급을 강조하고 공급망을 강화해 시장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 밝혔다. 시간이 많지 않다. 우리가 속도 조절이라는 이름으로 숨 고르기를 하는 사이에도 세계 시장 성장과 기술 개발 투자는 급속도로 진행돼 왔기 때문이다.
국내 태양광 산업의 경우 한화솔루션, HD현대에너지솔루션 등 세계에서 인정받는 우리 태양전지 양산기업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기술의 핵심가치사슬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초격차 기술 개발과 첨단소재·부품·장비산업 강화로 탄소중립의 주요 수단인 태양광을 국가전략사업으로 육성할 수 있어야 다른 탄소중립 산업에도 희망이 있다.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안보 강화, 에너지 신산업 창출을 통한 튼튼한 에너지 시스템 구현이 가능하도록 태양광 기술혁신을 통한 산업생태계 조성에 더 늦기 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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