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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U(Carborn Capture Utilization), 탄소중립 산업의 마중물 - 황영규 위원

작성일 : 2024.09.30 조회 : 3619

청정 화학산업의 길, CCU 기술의 가치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화석연료 기반 선형경제 시스템에서 순환경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화석연료 기반 선형경제 시스템은 광합성과 지각 활동으로 생성된 화석연료를 채굴하여 연·원료로 쓰고, 이산화탄소를 폐기물로 배출하는 경제 시스템을 말한다. CCU는 순환경제 시스템 전환을 이루는 대표적인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대기 또는 산업공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재생 연·원료로 만들어 사용하여, 물질과 에너지가 순환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CCU 기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CCU 기술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휘발유 등 연료를 만들 수 있고, 플라스틱 등 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글로벌 화학기업의 CCU 기술 수요가 높지만, 청정에너지의 공급 문제와 이로 인한 경제성 문제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다만 고무적인 것은, 해운업계에서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CCU 대표 제품 중 하나인 청정메탄올이 급부상하며, CCU 프리미엄 시장이 빠르게 열리고 있다. 글로벌 해운사 Maersk가 탄소중립 연료로 청정메탄올을 선택하고, 메탄올 연료 추진 선박을 대량 발주하였다.
2021~2022년 동안 Maersk에서 발주한 메탄올 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19척은 HD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국내 조선사에서 모두 수주하였다. 2023년 7월 울산항에서 건조된 컨테이너 선박(2,100TEU)에 세계 최초로 청정메탄올을 공급(Pipe to Ship)하였고, 2024년 2월 울산항에서 세계 최초로 초대형 컨테이너(16,200TEU) 선박에 청정메탄올을 공급(Ship to Ship)하였지만, 우리나라 청정메탄올 생산량은 0으로, 청정메탄올 연료를 모두 수입하여 공급하였다.
청정메탄올 공급과 관련하여, 북미와 유럽, 중국을 중심으로 바이오매스,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bio-메탄올과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합성한 e-메탄올 생산 플랜트를 건설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아이슬란드의 CRI社는 지열발전소 인근에서 저렴한 지열 전기를 이용한 수전해 수소와 지열발전 부생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연간 4,000톤 규모의 청정메탄올 생산 플랜트를 운영하고 있다.
Methanol Institute(2023)에 따르면, 2027년경에는 bio-메탄올은 약 400만톤/년, e-메탄올의 경우 약 600만톤/년을 공급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또한, IEA Net Zero Roadmap(2023)에 따르면, CCUS(Carborn Capture Utilization & Storage)가 2050년까지 세계 누적 감축량의 8% 정도를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며 CCUS 시장 잠재력은 커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CCU 산업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필요한 3가지 정도의 이슈를 풀어보고자 한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 및 감축량 산정 이슈
CCU 기술은 적용되는 기술과 환경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또한, 화석연료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활용하는 것은 그만큼의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일 수 있지만, 이산화탄소 포집, 분리, 활용 공정에서 추가적인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엄밀한 감축 효과에 대한 평가 없이는 감축이 된다고 확신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모든 기술의 선택지를 열어놔야 하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수단이라면 적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대기 또는 바이오 기반 이산화탄소와 무탄소 청정에너지를 결합한 CCU 기술이 보편화될 때까지는 탄소중립으로 가는 다리 역할로 화석연료 CO2 기반의 활용 기술도 공존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의 CCU 기술이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한 검증이 필요하다.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방법인, 전과정평가(LCA)를 통해 CCU 기술의 감축 효과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아직은 CCU 감축 기여도를 산정하는 통일되고 구체화된 방법론이 마련되지 않았고, IPCC 가이드라인에도 CCU에 대한 국가 감축량 기여도를 확인할 수 있는 체계가 미흡하다. CCU 기술과 제품이 워낙 방대하여 모든 가이드라인을 완벽하게 갖추는 것은 어려운 일이나, 우선은 상용화가 가까운 합성가스나 메탄올 생산부터 하나씩 배출량 산정 툴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유사 제도인 ‘청정수소 인증제’의 경우에도, 수전해와 천연가스/CCS 기반 블루수소에 대한 산정 툴을 만들었고, 바이오, 청록, 핑크 수소 등은 추가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청정수소 인증제의 배출량 산정 시스템 경계는 수소 생산을 위한 원료 조달부터 수소 생산 시설에서의 출하지점(Well to Gate)까지이고, 미활용되던 폐열 등의 에너지와 수소 생산과 직접적 상관이 없는 수송 활동의 배출량을 제외하고 있다. CCU도 청정수소와 유사하게 상용화에 가까운 제품부터 인증기준을 마련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탄소중립 산업의 전기화
화학, 철강, 반도체 등 우리나라 주력산업은 전기에너지뿐만 아니라, 직접 열에너지 사용도 많은 생산 구조로 되어 있고, 특히 화학산업은 화석연료를 주된 원료와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여 탈탄소화가 쉽지 않다. 화학제품에 대한 세계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에너지 효율화, 공정 최적화 등의 저탄소 기술이 구현되더라도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할 수 있으며, 지속 가능한 화학제품의 생산 기술 확보가 시급하다. CCU는 기존의 화석연료 기반 사회에서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하는데, 화학산업 온실가스 배출을 완화하고 탄소순환을 달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문제는 매우 안정된 물질인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유용한 물질로 변환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고온 합성, 열분해, 가스화, 분리, 정제, 냉각 등으로 필요한 열에너지는 화석연료 연소에 의해 생성되고 있으며, 이는 다량의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이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CCU에는 무탄소에너지를 활용한 전기화가 결합되어야 한다. 에너지원을 화석연료 기반으로 하는 경우 연소를 통해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여 주변 환경에 영향을 주는 반면, 무탄소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여 설비를 가동하는 경우, 직간접적인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글로벌 산업 움직임도 전기화와 저탄소 연·원료가 중심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2022년 9월 ‘산업 탈탄소화 로드맵’을 발표하였고, 미국의 산업 탈탄소화 전략으로 에너지 효율, 저탄소 연·원료와 함께 산업 전기화와 CCUS를 내세웠다. 또한, IEA Net Zero Roadmap(2023)에 따르면, 화학산업 전기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고, BNEF New Energy Outlook(2022)에서도 2050년 석유화학산업의 탄소중립을 위해 약 58%는 전기화가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에도 전기화 및 전기 활용 기술(기존 생산설비의 가동에 사용되는 석탄, 석유, 가스 등의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원을 전기 기반 설비로 전환하는 기술)을 포함하고 있을 만큼 산업의 전기화 전략은 탈탄소화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다른 관점으로 보면, CCU는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는 것임과 동시에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 캐리어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관련하여 P2X(Power to X)는 재생 전기에너지를 다른 저장 가능한 형태로 변환하는 개념으로, P2G(Power to Gas), P2L(Power to Liquid), P2C(Power to Chemical) 등이 있다. 전기에너지를 화학결합으로 변환하는 것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하고, 전기저장 매체의 유연성을 확대할 수 있으며, 전기분해를 통한 수소 생산 역시 에너지 전환에 대한 큰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CCU도 배터리와 수소의 한계를 보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도 역할을 할 것이다.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법·제도 기반 구축
2024년 2월,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CCUS)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도 개정되어, 재생 합성연료가 석유대체연료에 포함되며, CCU에 관한 법과 제도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산업에 대한 제도가 뒷받침되면서 CCU 사업도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쉬운 점은 청정수소 인증의 경우, 수소법에서 인증기준, 인증기관의 지정, 행정적·재정적 지원, 판매·사용 의무화, 발전 구매·공급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CCUS법의 경우, 인증기준만 명시되어 있어, 하위 법령에서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사항을 최대한 담는 동시에 법령 개정도 함께 고민하여 진행할 필요가 있다. CCU 인증제도는 청정수소에 비해 복잡하고 내용이 다양하여 일률적으로 규정하기 어렵고, 고도의 기술적, 전문지식과 국가 정책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법령에서는 인증제도의 틀을 만들고, 인증제도의 세부 내용은 법령에 규정하기보다 고시 등 행정규칙에 위임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또한, 국내 청정수소와 해외 인증 사례를 참고하여 인증제도의 틀을 만들 필요가 있다. 유럽의 경우, RED2(재생에너지지침)에서 LCA 기준으로 바이오연료는 기존 화석연료 대비 최소 65% 저감효과(32.9gCO2eq/MJ 이하)가 있어야 하고, 재활용 탄소연료에 대해서는 기존 화석연료 대비 최소 70% 저감 효과(28.2gCO2eq/MJ 이하)가 있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를 ISCC(International Sustainability & Carbon Certification) 인증기관에서 인증하고 있으며, EU 시장에 바이오연료나 재활용 탄소연료를 수출하려면 의무적으로 취득해야 한다. 우리나라 청정수소 인증제의 경우에도 인증 운영기관과 인증시험평가기관을 두고, 제도 운영·관리와 기술 검증을 나누어 체계를 마련한 반면, CCU는 어떻게 운영할지 법에 명시되지 않아, 산업 발전의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우려된다.
마지막으로 CCU 기술을 보급하기 위해서는 인증제도와 연계하여 민간 부문의 참여를 유인할 수 있는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 법적 근거에 따라 경제적 인센티브를 어떻게 줄 것인지 고민하여 하위 법령에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CCU의 온실가스 감축 편익을 보상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량 산정 및 인증하기 위한 기준이 연계되어야 한다. 미국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통해 CCUS에 관한 세액공제 지원을 하고 있고, EU도 CCUS 산업에 대한 인허가 단축 등의 지원을 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CCU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대출 등 금융지원을 쉽게 받을 수 있게 하고, 세액공제나 보조금 등의 정책적 방향이 마련되어야 한다. K-Taxonomy에도 CCU는 R&D만 해당되는데, 시장과 자본이 CCU 산업역량 확충에 참여토록 개정이 필요하다.
CCU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초기시장인 만큼, 우리의 부족한 기술력도 충분히 극복가능하리라 본다. 연구사업뿐만 아니라, 실증사업 지원을 통해 기술력 확보와 인프라 구축으로 민간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파편화된 개별 연구는 지양하고, 기술을 축적하고, 상용화에 가까운 공정 기술로 활용까지 융합해서 기관이 모여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갈 필요가 있다. 산업 부문의 전기화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에 대비하여, 무탄소에너지와 전력망까지 고려한 종합적 지원책이 마련된다면, 앞으로 CCU 산업은 석유화학산업에 이은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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