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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스러운 재생에너지의 짝꿍, 기후테크의 심장 'ESS'

작성일 : 2025.09.08 조회 : 37

취재 : 넷제로프렌즈 제3기 손예슬

 

전례 없는 폭염과 예측 불가능한 기후 재난이 일상이 되면서, 탄소중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인류의 과제가 되었다. 이 거대한 전환의 중심에는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가 있지만, 햇빛이 없거나 바람이 불지 않을 땐 전기를 만들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이처럼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의 '변덕'을 잡아줄 든든한 짝꿍이 바로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 ESS는 쓰고 남은 전기를 거대한 그릇에 담아두듯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기후테크의 핵심 기술이다. 단순한 보조 장치를 넘어, 안정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탄소중립을 앞당기는 심장과도 같은 ESS의 모든 것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ESS, 거대한 전력 저수지

ESS를 가장 쉽게 비유하자면 '전기를 담는 거대한 저수지'. 전력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많을 때, 즉 전기가 남아돌 때 이를 저장하고, 반대로 소비량이 더 많아 전기가 부족할 때 저장된 전기를 방류해 전력망의 수위를 일정하게 맞춘다. 주로 수많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컨테이너 안에 촘촘히 연결해 만들며, 크게 세 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된다. 첫째, 직류(DC)로 저장된 전기를 우리가 사용하는 교류(AC)로 바꿔주는 '번역가' 역할의 전력변환장치(PCS), 둘째, 수천 개에 달하는 배터리 셀의 전압, 전류, 온도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며 최상의 상태를 유지시키는 '지휘자' 역할의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을 총괄하며 효율적인 충전과 방전을 계획하는 '두뇌' 역할의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ESS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한다. 예를 들어, 청명한 가을날 정오에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된 막대한 전기를 ESS에 가득 저장해 두었다가, 모두가 퇴근해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저녁 시간대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24시간 365, 끊임없이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사회의 기반이 마련된다.

 

사진=Unsplash(제공: Michelle Jimerson Morris)

 

탄소중립의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다

ESS는 단순히 전기를 저장하는 것을 넘어, 국가 전력망 전체의 효율과 안정성을 극대화하는 '게임 체인저'로 활약한다. 우리나라의 전력망은 60Hz라는 일정한 주파수를 칼같이 유지해야 하는데, 발전량이 소비량보다 많아지면 주파수가 오르고 반대면 떨어져 대정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ESS 0.1초 단위의 빠른 응답속도로 전기를 채우고 비우며 이 주파수를 안정시키는 균형추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한다.

또한, 전력 사용량이 폭증하는 한여름 피크 시간대에는 값비싼 LNG 발전소를 추가로 가동하는 대신, 전기 요금이 저렴한 심야 시간에 미리 저장해 둔 전기를 사용해 경제적 효율을 높인다. 이는 곧 화석연료 사용 감소와 온실가스 감축으로 직결되어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한다. 최근 시행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ESS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이 법은 대규모 발전소 중심의 중앙집중형 에너지 시스템에서 벗어나, 각 지역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분산에너지 시스템을 장려한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공장이나 건물 등이 하나의 작은 발전소가 되는 셈인데, 이때 생산된 전기를 저장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ESS가 필수적이다.

 

 사진=Unsplash(제공: Matthew Henry)

 

성장통을 딛고 더 안전한 미래로

물론 ESS 산업이 항상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과거 몇 차례 발생한 화재 사고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시장이 잠시 위축되는 성장통을 겪었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ESS의 안전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는 배터리 내부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되면 시스템 전체에 경고를 보내는 조기 감지 기술,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외부로 안전하게 배출하는 시스템, 화재 발생 시 특정 구역에 소화 약제를 집중 분사해 확산을 막는 전용 소화 시스템 등 다중의 안전장치가 겹겹이 적용되고 있다.

미래의 ESS는 현재 주류인 리튬이온 배터리를 넘어, 희귀 광물 의존도가 낮고 화재 위험성이 없는 나트륨이온 배터리, 대용량 장주기 저장에 유리한 흐름 전지(Flow Battery) 등 차세대 기술과 결합하여 더욱 안전하고 경제적인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특히 수명을 다한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활용해 만드는 ESS는 자원 낭비를 막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순환 경제의 핵심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ESS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줄 핵심 열쇠다. 재생에너지의 태생적 한계를 보완하고, 국가 전력망을 더욱 똑똑하고 효율적으로 만들며, 궁극적으로는 탄소 없는 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단단하게 다져주고 있다. 혹독한 성장통을 딛고 더욱 견고한 안전성을 갖추며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는 ESS가 우리의 에너지 지도는 물론, 지구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 그 행보를 주목해야 할 때이다.

 

위 콘텐츠()은 탄녹위 넷제로프렌즈 3기 참여자가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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