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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파리협정이 체결되면서 2050년까지 지구의 온도를 산업화 대비 1.5℃까지 제한하는 것에 합의하였고 선진국 중심의 기존 체제에서 벗어나 개발도상국과 함께 노력하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이룩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이하 IRA, Inflation Reduction Act)나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이하 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등 환경 분야를 넘어 사회의 전반적인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관련 정책들이 증가하면서 친환경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도 함께 높아졌습니다.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 증가하는 친환경 제품에 대한 중요성 (사진=KB금융그룹)
많은 기업 역시 이와 같은 환경 규제 및 사회적인 인식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을 표방하는 다양한 제품을 제작하고 출시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무분별한 친환경에 대한 표방과 기업들의 과장된 광고는 오히려 환경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며 그린워싱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합니다. 예컨대 에코백이 이러한 그린워싱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에코백의 경우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비닐봉지에 대한 수단으로 처음 제시되었습니다. 다만, 덴마크 연구진에서 연구한 결과, 에코백이 진정으로 친환경적인 효과를 내려면 최소 7,100번 이상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한번 매는 것을 하루로 가정하였을 경우 19년 6개월 정도를 매일 들고 다녀야 하는 것을 뜻하는 수치입니다. 또 특정 음료수 회사들은 100% 재활용 가능한 생수병이라는 홍보를 통해 본인들 회사의 친환경적인 인식을 증진하였지만 실제로 각 회사에서 제출한 수치만큼 재활용되지 않고 재활용되지 않는 성분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기업의 친환경 마케팅의 오류는 왜 생기는 것일까요? 그린워싱으로 밝혀지면 오히려 기존의 이미지보다 더 나쁜 기업의 이미지로 각인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말이죠.
과장된 광고로 인해 그린워싱으로 활용될 수 있는 재활용 생수병
이러한 결과들이 나타나는 이유는 물품의 원료 시점부터 시작해서 제작, 운송 등 중간과정에 투입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생각하지 못하고 물품의 최종 소비 형태만 보고 판단했거나 혹은 소비자들이 각 단계에서 물품들이 어떻게 재활용되는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에코백의 원료인 물과 합성섬유는 막대한 양의 물과 이산화탄소를 활용하여 생산되고 이후 운송과정에서 사용되는 비행기, 배, 차량 역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요구합니다. 또 앞서 언급한 100% 재활용 생수병들의 경우 폐기 단계에서 100% 재활용될 것이라는 근거가 없으며 뚜껑과 라벨의 경우 재활용되기 어렵기에 유럽의 소비자 기구 및 단체에서 이러한 기업들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그린워싱 사례를 줄이고 보다 정확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방법이 바로 전과정평가(이하 LCA, Life Cycle Assessment)입니다. LCA는 제조품이 거치는 6단계 생산 과정인 원료수급, 제조, 포장, 운송, 사용 및 폐기 중 특정 단계를 선정하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조사하는 것이 아닌 전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에 대해서 올바르게 규명하고 정량화하는 것을 기본 철학으로 두고 있습니다.
제품의 전과정에 대한 탄소배출 추적하는 LCA (사진=딜로이트)
LCA 방법론은 목적 및 범위 정의, 전과정 목록 분석, 전과정 영향 평가와 전과정 해석 등 총 4단계의 실행과정을 통해 시행됩니다. 목적에 따라 방법론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니 목적 및 범위 정의에서 LCA를 시행하는 목적을 구체화하고 앞서 선정한 목적에 필요한 정보 수집을 통해 전과정 목록을 작성합니다. 영향 평가 단계는 앞서 작성된 목록을 기준으로 투입·산출물의 잠재적인 영향성을 기술적, 정성적, 정략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며 분류, 특성화, 정규화 및 가중 부여 등 네 가지로 구성됩니다. 마지막으로 영향 평가단계까지의 결과를 가지고 첫 단계에서 설정한 평가 목적에 맞게 개선안 및 활용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전과정 해석 단계입니다.
전과정평가의 기본 구조, ISO14040의 도식 재구성 (사진=ISO14040)
이렇게 특정 물품의 탄소배출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여주는 LCA 방법론은 앞선 언급된 그린워싱 사례들처럼 어떤 단계를 보여주냐에 따라서 결과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전기차 (이하 BEV, Battery Electric Vehicle)과 내연기관차(이하 ICEV, Internal Combustion Engine Vehicle) 간의 비교도 어떤 측면을 강조하느냐에 따라서 때론 내연기관차가 더욱 친환경적이라는 결과가 도출됩니다.
BEV 및 ICEV 차량의 배출량 과정 차이, IEA 데이터 및 그래프 재구성 (사진=IEA)
위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ICEV와 달리 BEV의 경우 배터리 제조 과정이 있어 전체적인 제조 과정 내 BEV가 더욱 많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야기합니다. 하지만 그 후 차량을 활용하는 것을 포함하여서 전체적인 자동차의 생애주기를 보면 전력을 활용하는 BEV에 비해 화석연료를 활용하는 ICEV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사례에서 제조 과정만을 제시할 때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ICEV가 BEV보다 친환경적이다.’라는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게 되고 그린워싱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태양광 패널 설치 당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와 이후 에너지 생산 및 재활용 단계에서 감축되는 이산화탄소에 대한 LCA 등이 예시가 될 수 있습니다. 태양광 패널의 경우 실리콘 등 원료의 채굴과 정제, 및 패널 제조 과정에서 에너지 소비 및 온실가스 배출을 유발합니다. 특히 햇빛을 전기로 전환하는 태양전지 셀의 주재료인 폴리실리콘 생산은 에너지 집약적이므로 환경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하지만 패널이 설치되고 난 후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수명이 다한 패널은 재활용을 통해 알루미늄, 은, 구리, 실리콘 등 유용 자원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초기 설치와 이후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크게 대비되는 태양광 패널 (사진=pxhere)
이처럼 LCA는 그린워싱을 탈피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면서 동시에 앞선 ICEV와 BEV 및 태양광 패널의 사례처럼 단편적으로 일정 단계에만 주목하여 사용되면 오히려 그린워싱의 근거를 제공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LCA 방법론은 전과정에 대한 평가를 목표로 하므로 모든 공정의 프로세스에 투입되는 정보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모든 공정의 데이터가 필요하므로 이를 처리하기 위해선 물리적인 시간과 더불어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한 많은 양의 자본이 투입되어야 합니다.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공정 내 과정 중 변화가 발생할 경우 이를 다시 측정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 프로세스 (사진=삼성 반도체 뉴스룸)
다만, 구체적인 LCA 방법론의 세세한 시행과정과 모든 과정의 결과에 대해 대다수의 일반 소비자들이 접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로부터 유발되는 정보 비대칭성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그린워싱에 더욱 취약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더욱 환경 관련 이슈들이 중요해질 미래에선 기업들이 일반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춰 기존보다 더 많은 친환경을 표방한 제품들을 출시할 확률이 높습니다. 이 가운데 그린워싱 제품들의 함정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앞서 언급한 LCA의 기본 철학을 파악하고 있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제품의 친환경은 최종단계와 원료가 아닌 생산부터 폐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통해 파악해야 하며 기존 제품에 비해 단계별로 얼마나 감축되었는지 강조되어야 합니다. 기업들 역시 이와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인식 역시 높아졌기에 LCA를 비롯하여 다양한 방법을 통해 친환경 인증받는 등 지속가능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환경을 표방한 제품에 이와 같은 노력의 흔적이 보이지 않고 최종 제품이나 원료의 친환경을 홍보한다면 일반 소비자들로 하여 그린워싱의 함정에 빠지지 않길 기대합니다.
넷제로프렌즈 청년기자 이규재
본 글은 넷제로프렌즈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탄녹위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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