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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탄소중립 전문가가 말해주는 산업부문의 탈탄소화 그리고 녹색성장의 중요성

작성일 : 2024.10.30 조회 : 52

한국은 오랜 시간 동안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기후 위기로 심화되고, 많은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제조업은 더 이상 과거의 영광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탄소배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는 제조업은 이제 탄소중립을 앞두고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한국은 과거의 길을 고수하며 시대에 뒤처져 '역사의 전유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녹색성장'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여 다시 한번 산업 강국의 면모를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도전을 받고 있다.

한국 제조업의 현재와 미래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약 30년 동안 산업부문에서 탄소중립 전문가로 활동해온 정은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장을 인터뷰했다. 1993년부터 현재까지 산업연구원에서 근무해온 그녀는 한국 탄소중립 정책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Q. 정은미 본부장님 그동안의 경력을 간략히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장 정은미입니다. 경제학에서 기술경제, 산업조직을 전공하고 산업연구원에 입사했는데, 철강산업을 시작으로 주력산업과 신산업 연구를 수행하다가 기술혁신과 산업정책 등으로 확장하면서 현재는 산업부문의 탄소중립 추진전략까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 선임연구원 ⓒ백승일 기자



Q. 에너지 전환의 관점에서 탄소중립의 중요성에 대해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산업에서 에너지 전환*은 전제이자 시작입니다. 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져야 산업부문의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시스템을 신에너지 및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대표적으로 철강산업입니다. 철강은 석탄을 에너지 및 환원제로 사용했는데 지금 재생에너지와 수소환원제로의 담대한 전환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250여 년간 지배적인 철강 제조 기술의 대전환이며, 지난 30여 년간 세계 철강업계가 실험실에서 머물던 철강 제조 방법의 대전환인데, 여기에 바로 에너지 전환이 전제되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전환: 전통적인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에서 신재생에너지(수소에너지, 태양광, 풍력, 수력, 바이오에너지 등)로의 전환

Q. 에너지 전환이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문제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에너지 전환이 왜 중요한지 궁금합니다.

산업부문에서는 업종마다 다르지만, 설비 수명주기가 존재합니다. 이 설비 주기가 돌아올 때, 새로운 설비를 도입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탄소배출을 줄일 기회가 생깁니다. 철강산업의 경우, 그동안 에너지원으로 석탄을 사용하고, 환원제로 코크스*에 의존해 왔습니다. 그러나 기존 공정은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하여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포스코에서 개발 중인 수소 환원제철 공정이 주목받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이를 '클린 스틸(Clean Steel)'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고로조업과 수소환원제철 비교 (사진=POSCO)



클린 스틸은 공정의 전기화와 재생에너지 사용을 전제로 합니다. 이를 통해 첫째,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함과 동시에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둘째, 저탄소 제품을 생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유럽은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를 도입하여, 국경을 통과해 수입된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코크스: 철광석에 포함된 산소를 제거하고 순수한 철을 얻기 위한 환원제

Q. 우리나라 또한 2008년부터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비전으로 채택하면서 에너지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해당 내용 관련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2009년 OECD에서 공식적으로 처음 언급된 녹색성장(Green Growth), 2009년 ‘녹색성장 국가전략’을 발표한 녹색성장위원회 (현 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사진=OECD, 기후정보포털)



우리나라에서 '녹색성장' 패러다임을 선도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녹색성장(Green Growth)* 개념은 2009년 OECD에서 공식적으로 제시된 용어로, 지속 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에서 파생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녹색성장 전략은 '에너지 효율화', '재생에너지 발전', '친환경 기술 개발' 등을 중심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 기조를 반영하여 실제로 우리나라는 2012, 2013년에 에너지 환경 설비 투자가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2012년과 2013년에 에너지 환경 설비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재생에너지 산업을 성장시키고, 에너지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을 촉진했습니다. 이 시기에는 태양광 및 풍력 발전소 건설, 고효율 에너지 설비 도입, 그리고 친환경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 개발(R&D)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졌습니다.





에너지원별 발전량 현황, 2012-2013년을 기점으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그래프=한국전력공사 연도별 한국전력통계)



Q. 우리나라 산업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겪고 있는 문제는 무엇이 있을까요?

에너지 및 환경에 대한 투자는 정책 시그널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기업들은 수익성과 장기적으로 사업의 목표 및 발전 방향을 5~10년 정도로 잡고 회사의 투자를 결정합니다. 기업들은 단기적인 실적들이 중요한데, 정책적으로 기업의 이익을 보호해 줄 정책이 부족했습니다. 또한 에너지 가격 변동에 대한 시그널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이 에너지 효율과 관련된 설비에 중장기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결국, 기업들이 에너지와 환경 관련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정책적인 부분이 부족하더라도 그린 철강 등의 시장 수요가 움직이고, 소비자가 움직인다면 기업들도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산업부문의 저탄소화, 탈탄소화를 위해 에너지 부분과 시장 창출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러나 현재 기업들은 에너지 전환 그리고 시장 창출에 대한 확신이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에너지 가격의 문제 해결이 명확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비롯될 수도 있지만 기업들의 투자계획을 수립하거나 투자 결정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줄여야 합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 선임연구원 ⓒ백승일 기자



Q. 우리나라 산업이 녹색성장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나아가야 할 방향, 정책 등은 무엇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기업에는 에너지 가격의 불확실성을 없애주고, 철강과 같은 국가 핵심 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것입니다. 독일의 경우, 재생에너지 기반 전기로를 사용하는 철강업체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해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더라도 기업부담을 크게 낮춰줍니다. 이를 통해 국가는 국가 핵심 산업을 유지할 수 있고, 기업은 에너지 가격의 불확실성이나 비용경쟁력의 훼손 없이 저탄소 에너지 설비로 효과적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은 더욱 탄소배출이 적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되고, 소비자는 그에 맞는 가격을 지불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정부는 저탄소 제품의 사용을 권장하며, 이를 위해 미국 등의 국가들이 만든 소비 표준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전기차를 예로 들자면, 전기차의 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리기 위해 국가가 관련 정책을 세워서 전기차 판매를 촉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수출 중심의 국가이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이 성공하기 쉽지 않습니다. 다른 방안으로는, 레퍼런스 트랙 레코드(Reference Track Record)*를 통해 국내 시장에서 특정 저탄소 제품의 생산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이를 국제통상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철강산업이나 화학, 시멘트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정부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선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특히 유럽연합(EU)에서 CBAM과 디지털 제품 여권(DPP, Digital Product Passport)* 제도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CBAM 대상 제품(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전력 등), 섬유제품에 대한 DDP의 일반 모델 (사진= POSCO, EU)



이러한 제도는 제품의 생산-유통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투명하게 평가하고, 국제 무역에서의 탄소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면, 앞으로 유럽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이 CBAM과 DPP를 도입할 때 우리나라 기업들이 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입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저탄소 제품이 국제 협상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데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레퍼런스 트랙 레코드: 특정 기업이나 기술, 제품이 과거에 성공적으로 수행된 실적을 말함, 성공적인 사례나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에서 신뢰를 얻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활용된다. 

*CBAM: 수입된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 Scope 1 배출(직접 배출)을 주로 규제한다.

*DPP: 제품의 전체 생애주기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정보를 기록하는 디지털 시스템 제도이다. 제조단계부터 폐기단계까지 고려가 되며, Scope 1(직접배출)과 Scope 2(간접배출) 배출 모두를 추적하는 데이터를 제공한다.

*DX는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제도이며, 디지털 기술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것을 목표한다. 이 제도는 에너지 효율과 저탄소 전환을 촉진하는 데 중점을 두며, 일본의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Q. 우리나라 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정부와 기업은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정부가 기업에게 정책 시그널을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녹색성장과 같은 개념을 정말 빠르게 도입했지만, 기업의 의지만이 아니라 시장과 원료, 기술과 같은 여건이 충분히 갖추어지지 않으면 선발자의 저주에 걸려 글로벌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업의 구조적 포트폴리오나 경쟁력을 고려한다면 디지털 전환과 그린 전환에 대응하는 새로운 생산 방식과 새로운 제품에 대한 정책을 펼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Q. 본부장님이 생각하는 2050년 미래 우리나라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합니다.

2050년 우리나라의 산업과 기술 전환 과정에서 제조업의 역할과 메가 트렌드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이제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전환과 녹색 전환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러한 전환은 새로운 설계, 새로운 원료,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기술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봅니다. 다른 나라들도 대한민국이 이러한 전환을 어떻게 진행할지 큰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에너지 문제와 정책적 장애물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여러 정책이 발표되었지만, 실제로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지원은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여전히 많습니다. 예산과 표준화가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조업체들은 발전에 제약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제조업은 단순히 수익성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지속 가능한 발전과 법제화를 통한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산업 간 연계와 글로벌 경쟁 패러다임을 설정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합니다. 이러한 도전 과제들이 해결된다면, 2050년, 우리나라의 제조업은 글로벌 리더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사진=탄소중립 정책포털)



정은미 본부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의 정책적 시그널 명확성과 기업의 에너지 전환 투자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같은 국제 규제에 대비해 저탄소 제품의 국내 생산 기반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한국의 제조업이 디지털 및 녹색 전환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경우, 국제 무역에서 더욱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라는 조언과 함께, 정부와 기업의 협력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을 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마무리했다.





넷제로프렌즈 청년기자 백승일

본 글은 넷제로프렌즈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탄녹위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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