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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업계 내 지속가능성을 향한 관심이 최근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러 패션 브랜드들은 친환경을 주제로 한 컬렉션, 캠페인, 전시회, 패션쇼, 팝업스토어 등을 통해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패션 실현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국섬유패션정책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패션 기업의 ESG 경영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5%가 환경(E)를 택했으며, ESG 경영을 통해 ‘기후 위기 대응’, ‘미세플라스틱 저감’, ‘친환경 공정 개발’ 등의 개선을 희망한다는 답변이 있었습니다. 이는 패션 업계에서 환경적 책임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패션 산업이 직면한 환경적 문제는 여전히 큰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국내 패션 기업 ESG 경영 기업 및 소비자 설문조사 (차트 재구성=김호정 기자)
쏟아지는 의류 폐기물, 이대로 괜찮은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매년 버려지는 옷의 양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환경부에 의하면 2018년 6만 6000톤에 이르렀던 의류 폐기물은 코로나19 이후 2022년 11만 톤까지 급증했고, 올해 들어서는 지난 5월까지 10만 6000톤의 의류가 폐기되었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폐기물이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등의 합성 섬유로 이루어져 자연에서 썩는 데 수백 년이 걸리는 옷들이 매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쏟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제연합(UN)은 생산, 유통, 폐기에 이르는 패션 산업의 전 과정에서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8~10%가 발생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음식, 건설업계를 이어 3번째로 많은 배출량이며, 특히 소재 생산 과정에서 가장 많은 탄소가 배출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폴리에스테르가 의류에 사용되는 소재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입니다. 저렴하고 내구성이 높지만 생산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분해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의류 산업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폐 의류의 배출량은 2019년 약 5만 9,000톤에서 2020년 약 8만 2,000톤으로 40% 증가하였고, 2021년에는 11만 8,000톤 이상을 기록하며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게다가 국내 폐의류 재활용 비율 가운데 해외 수출이 95%를 차지하는 상황이며, 우리나라 폐 의류 수출 규모는 약 3억 5천만 달러로 세계 5위에 달합니다. 이렇게 수출되고도 팔리지 않는 옷들은 결국 지구 어딘가에 버려지게 됩니다. 제품 생산부터 유통, 소비 후 수거 및 폐기에 이르는 과정이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선형 경제 대신, 수거 후 재활용되어 다시 자원이 될 수 있는 순환 경제를 지향해야 합니다.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경제 모델의 채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재활용에서 제품 수명 주기 연장까지, 패션의 지속가능성을 새로 쓰다.
아웃도어 브랜드 ‘BYN블랙야크(이하 블랙야크)’는 국내 페트병 재활용을 통해 지속 가능한 패션 흐름을 이끌고 있습니다. 블랙야크는 플러스(Plus)와 플라스틱(Plastic)의 합성어인 ‘플러스틱(PLUSTIC)’ 프로젝트 하에 정부와 지자체, 관련 기업 그리고 소비자들과 협력하여 국내 최초로 국내에서 발생한 페트병의 자원 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일본 등 외국으로부터 페트병을 수거하여 재활용했던 과거 다른 브랜드들과 달리 국내에서 발생한 페트병만을 활용해 자원 순환을 이루어낸 것입니다. 패션 기업임에도 협력사들과 함께 투명 페트병 파쇄기를 직접 개발하여, 플라스틱을 옷의 원료로 가공하는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블랙야크의 투명 페트병 파쇄기(좌) / 패트병 재활용 과정(우) (사진=김호정 기자)
뿐만 아니라 블랙야크는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섬들의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프로젝트, 등산 시 발생한 쓰레기를 수거하는 ‘클린 마운틴 캠페인’, 외래식종을 제거하고 미래세대에게 깨끗한 자연을 물려주기 위한 ‘K-pure x rE-1’ 프로젝트 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진 자료= 오엘오 릴레이 마켓)
한편 옷 자체의 라이프사이클을 연장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국내 기업이 있습니다. 코오롱 인더스트리 FnC 부문(이하 코오롱FnC)은 지난 2022년 스타트업 ‘마들렌메모리’와 협업해 패션 기업 최초로 중고 거래 서비스 ‘오엘오 릴레이 마켓(OLO Relay Market)’을 정식 오픈했습니다. 소비자가 매입 기준에 부합하는 중고 의류를 등록하면, ‘오엘오 릴레이 마켓’ 측에서 이를 직접 회수해 자체 검수 후 등급을 매겨 재판매하는 방식입니다. 판매 고객은 의류 등급에 따라 ‘코오롱 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받으며, 구매 고객은 60~80%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 의류 폐기를 줄이는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누적 매입된 중고 의류는 2만 5천 벌을 넘어섰으며, 이 중 1만 8천여 벌이 재판매되었습니다.
코오롱FnC는 지난 3월부터 일부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중고 의류 매입을 시작했습니다.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 문정 직영점, 솟솟618, 제주 솟솟리버스 등 전국 13개 매장에서 운영 중이며, 앞으로 점차 확대할 계획입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지속 가능 패션의 궁극적 목표는 제품의 사용주기를 늘려 추가 소비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오엘오 릴레이 마켓은 이러한 구조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해외 브랜드로는 파타고니아(Patagonia)의 메시지가 눈에 띕니다. 파타고니아는 2011년,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과감한 문구로 뉴욕 타임스 전면 광고를 실었습니다. 환경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모든 사람이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지난 2020년에는 ’Buy Less, Demand More‘라는 글로벌 캠페인을 전개했습니다. 이는 ’더 적은 소비(Buy less)‘를 통해 새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폐기물, 물 사용량을 줄이고, 소비자들은 기업에 재활용 소재 활용, 유기농 원단 채택, 공정 무역 제품 생산 등을 ’더 많이 요구(Demand more)‘함으로써 제품 생산 개선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음을 알렸습니다. 더불어 파타고니아는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무상 수선 서비스 ’Worn Wear’ 캠페인을 통해 사용이 끝난 제품을 재활용하는 것도 지구를 살리는 길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확산하고 있습니다.
패스트 패션 업계에서의 일부 지속 가능한 소재 사용도 돋보입니다. H&M은 2030년까지 매출을 두 배로 늘리는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으로 감축하는 목표를 세워, 전 제품에 오가닉 코튼, 리사이클 폴리에스테르 등의 지속 가능한 소재를 50% 이상 사용해 제작하고 있습니다. 한편 ZARA는 2050년까지 모든 제품을 식물성 재생 섬유, 오가닉 코튼, 재활용 합성 섬유 소재로 생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최근 부자재 업체에서는 매립 시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천연 플라스틱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일명 ‘바이오 플라스틱’이라 불리는 해당 플라스틱은 옥수수 전분을 발효해서 나오는 폴리락틱애씨드(Polylactic Acid, PLA)가 주성분입니다. PLA는 일반 플라스틱 단추보다 강도가 높아 친환경 의류 부자재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재활용의 단면, 진정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일각에서는 플라스틱 재활용이 의류 폐기량 절감의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많은 패션 브랜드가 친환경 전략의 일환으로 내세우는 재활용 폴리에스테르의 99%는 폐페트병에서 추출됩니다. 주장에 따르면 이는 사실상 닫힌 고리 시스템에서 원료를 빼앗는 것으로, 지속 가능성이라는 목적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해결책을 이끌지 못하는 ‘그린워싱’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그린워싱은 ‘Green(녹색)’과 ‘White washing(위장)’의 합성어로,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 등을 친환경적인 것처럼 포장해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섬유 간 재활용 기술이 대규모로 상용화되지 않는 한, 재활용된 합성 섬유는 결국 매립되거나 소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린워싱에 대응하고자 블랙야크는 폐의류를 활용하여 옷을 만드는 부분에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티셔츠를 파쇄한 뒤 다시 꼬아 실로 만들어 리사이클 코튼으로 재탄생시키는 방식인데, 대표적으로 작년에 코카콜라에 리사이클 데님 앞치마를 납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물리적 재활용 역시, 실제 버려지는 옷이 아닌 원단 공장의 자투리 섬유가 주로 사용되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블랙야크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화학적 재활용’을 궁극적인 목표로 두고, 폐플라스틱의 고분자 구조를 분해해 완전히 처음의 원료 상태로 되돌리는 기술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지속 가능한 소비를 위한 시스템적 변화의 부족과 패션 업계의 환경적 악영향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제도적 방안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유럽 연합(EU)은 지난 7월 ‘지속 가능한 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안(ESPR)’을 발효하여 2026년부터 미판매 섬유 제품을 폐기할 수 없도록 규제하였습니다. 더불어 QR코드 혹은 바코드를 통해 탄소 발자국, 공급망 투명성, 내구성 등 세부 정보를 제공하는 ‘디지털 제품 여권(DPP)’ 도입을 통해 소비자가 제품의 지속 가능성 및 환경적 영향을 즉시 파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EU는 그린워싱에 대한 규제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규제의 핵심은 환경 관련 용어의 명확한 정의인데, 2026년부터 과학적 검증 없이 광고에 ‘친환경’, ‘탄소중립’, ‘탄소감축’ 등의 표현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영국 광고심의위원회에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 3곳의 전기차 광고를 심의하였는데, 한 기업만이 ‘운전 시 탄소 무배출’이라는 정확하고 제한적인 표현을 사용해 그린워싱의 의혹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3월 패스트 패션 제품에 최대 10유로(약 1만 4,000원)를 단계적으로 부과하는 법안이 하원 만장일치로 통과되었고, 개인이 세탁소에서 옷을 수선해 입은 뒤 정부에 영수증을 청구하면 최대 25유로(약 3만 5,000원)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각국에서 패스트 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국내법상 의류는 폐기물로 인정되지 않아 순환경제 관련 지원과 혜택에서 제외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법적 제약은 의류 폐기물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정책적 지원에 한계를 만들며 의류 재활용 및 순환경제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의류를 폐기물로 인정해 순환경제 체계에 포함시키는 법적 개정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패션은 인류의 역사에 있어 불가분한 존재이며 앞으로도 패션 산업과 트렌드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적인 패션 업계의 기후 대응에 발맞춰 우리나라 역시 패션 산업의 ESG 기준을 세우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때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매몰되는 대신, 구조적 시스템의 정착 및 실질적, 지속적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넷제로프렌즈 청년기자 김호정
원문 바로가기: https://blog.naver.com/kmhzng/223638198092
본 글은 넷제로프렌즈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탄녹위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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