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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속 빛을 발하는 일생 속 기술 연구소: 수리상점 곰손

작성일 : 2024.07.19 조회 : 98

장마철이면 우산과의 술래잡기, 숨바꼭질이 펼쳐진다. 약간 흐릴 것 같아서 놓고 나오면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난감하다. 비를 피하기 위해 편의점에서 산 우산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잠시만 한눈을 팔면 잃어버리기 일쑤다. 그러나 우산은 기후다. 잃어버리거나 고장나서 쉽게 버린 우산은 기후 문제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우산의 연간 소비량은 4,000만 개. 4,000만 개가 폐기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유해가스는 276만 8천 톤이다. 우산은 복합 재질로 재활용이 까다로워 많은 사람들이 일반 쓰레기로 배출하고, 이런 우산들은 매립지와 소각장으로 향하게 된다. 생산하는 곳은 많지만, 고칠 곳은 없는 우산. 이런 우산들을 수거해 수리하고, 새롭게 만들어주는 곳이 있다. 바로 ‘수리상점 곰손’이다. ‘기후 위기를 건너는 일상생활 기술’을 알리는 곳, 수리상점 곰손을 방문했다.





사진=김지민 기자



서울 6호선 망원역 부근에 위치한 ‘수리상점 곰손’. 매주 화~일 12~19시에 오픈하는 수리상점 곰손은 지구와 우리를 돌보는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건물 입구부터 수리상점 곰손에 이르기까지, 수리상점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다양한 제로 웨이스트 프로그램, 직접 만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눈과 마음이 즐거운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곰손의 공간이 펼쳐진다.





사진=김지민 기자



고장 난 우산 수리를 위해 방문하면, 매장 운영자 곰손지기가 구글 폼을 통해 의뢰서를 작성을 요청한다. 우산은 1인당 최대 3개까지 의뢰가 가능하며, 의뢰서에는 안내 사항과 더불어 이름과 전화번호 같은 인적 사항, 또 우산의 특징과 고장 난 부분을 작성한다. 애착 우산 수리/기증 의뢰서인 만큼 우산과 함께한 시간과 얽혀 있는 추억들에 대해 작성할 수 있다. 우산을 맡기면 호우호우의 수리팀이 우산 수리 여부를 판단해 문자 주며, 우산 수리가 완료되면 입력한 번호로 메시지를 받을 수 있고, 이후 수리상점 곰손 운영시간에 방문해 곰손지기를 통해 수리된 우산을 찾아갈 수 있다. 수리상점 곰손의 우산 팀 ‘호우호우’는 전국 제로 웨이스트 샵 25곳에서 고장 난 우산을 수거한다. 수거한 우산 중 수리가 가능한 우산은 리페어 우산이 되고, 수리가 불가능한 우산은 우산 수리를 위한 부품으로 사용된다. 우산 수리 부품은 따로 판매하지 않아 수리 불가능한 우산에서 얻어야 한다. 우산을 제대로 해체하면 살대와 봉은 금속과 플라스틱, 우산 천은 합성 섬유로 재활용할 수 있다. 수리할 부분의 바느질을 뜯고, 살대 길이를 맞춰 다른 우산의 부품을 그라인더에 갈아 마치 부목럼 덧댄다. 마지막에 다시 꿰매고 녹슨 부분을 제고한 후 방수 테이프, 방수 스프레이를 뿌려 마무리한다. 수리가 완료된 우산에는 실크스크린이 그려져 있기도, 곰손의 귀여운 라벨이 붙어있기도 한다. 이렇게 기부한 사람의 사연과 추억이 담긴 우산은 곰손의 애정이 더해져 새로이 태어난다.





사진=김지민 기자



모든 과정이 사람의 손으로 진행되는 만큼 수리 비용은 10,000원이다. 금액이 고민된다면 고장 난 우산을 기부하고, 수리상점 곰손과 알맹상점에서 8,900원에 판매하는 리페어 우산을 구입할 수 있다. 수리 완료되어 작동에는 이상 없지만 조금 낡은 B급 우산은 2,400원에 판매한다. 필자는 두 개의 우산을 맡겼다. 우산 대가 휘어 손잡이가 들어가지 않는 우산과. 우산 살이 휘어 잘 펴지지 않는 경량 우산이다. 필자가 방문한 일요일은 우산 수리 워크숍이 열리지 않아 우선 우산을 맡기고 수리상점 곰손의 공간을 둘러보았다.





사진=김지민 기자



곰손의 시작은 망원동 일대에서 쓰레기 캠페인을 펼치고 알맹상점을 운영하는 책 모임이었다. 양철북 출판사의 <리페어 컬처>를 함께 읽고, 멤버들과 ‘수리권  운동’을 주제로 공모사업에 지원해 통과되어 작은 규모로 수리권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일상생활 기술을 나누기 위한 공간을 구하며 이전에 사용하던 사람이 버린 쓰레기를 치우며, 다시 쓸 수 있는 물건은 줍고, 공간을 수리하고, 중고마켓을 눈이 빠지게 들여다본 물건들로 곰손이 만들어졌다. 수리상점 곰손의 벽면에는 수거된 고장난 우산, 킨츠키 용품, 수리 교육을 위한 재활용 물품들이 가득하다. 곰손에서는 매월 다시 쓰고 고쳐 쓰는 다양한 워크숍이 열린다. 이번 7월에는 목요일에 우산 수리 워크숍과 맥북 배터리 교체 워크숍, 금요일에 수리 기본 공구에 대해 배우는 공구 워크숍과 콘센트와 멀티탭을 고치는 전기 워크숍, 일요일에는 소형 가전을 수리하는 법을 배우는 일요 리페어 카페가 계속된다. 매주 목,금 14~21시, 주말 10~17시 열리는 고장난 우산 진찰 의뢰서 물론이다. 수리상점 곰손은 수리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단기 워크숍과 장기 워크숍을 통해 수리 전문가를 양성하고, 스스로 생활용품을 고쳐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후속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수리상점 곰손은 단순히 물건을 고치는 곳이 아닌, 우리의 소비 습관과 환경에 대한 인식을 바꾼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만들고, 버리고, 다시 산다. 우리는 ‘고장 난 것을 고쳐 다시 쓰는 법’에 익숙하지 않아 그런 것이 아닐까? 애착이 담긴 물건을 고쳐 쓰고, 고칠 수 없다면 다른 쓸모로 재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주는 것.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물건과 우리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과정이다. 수리상점 곰손의 활동은 소비주의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작은 우산 하나를 고치는 것으로부터 변화는 시작된다. ‘일상의 기술’로 ‘기후 위기를 건너는 방법'. 그 중심에 수리상점 곰손이 있다.



추신. 수리상점 곰손이 쓰레기를 줄이고 다시 쓰는 생활을 위해 제안하는 방법

1. 우산살 때는 수리가 가능한 실로 꿰매진 일반 우산을 구입하기! 저가형 비닐우산은 살대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재활용과 수리 모두 어렵다.

2. 우산을 오래 사용하려면 우산 사용 후 펼쳐서 물기를 말려주기. 우산을 펼칠 때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펼치기

3. 지자체, 주민센터 등에서 열리는 우산 수리 행사에서 우산을 수리해 사용하기

4. 일 인당 최대 하루 3개까지, 수리 안 되는 저가형 비닐우산을 제외한 2단, 3단, 장우산 모두 수리와 기부가 가능한 알맹상점과 수리상점 곰손 이용하기





넷제로프렌즈 청년기자 김지민

원문 바로가기: https://blog.naver.com/bymeansofjade/223521081115

본 글은 넷제로프렌즈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탄녹위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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