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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버려짐에서 찾은 ‘특별함’, 업사이클링

작성일 : 2024.07.18 조회 : 254

‘업사이클링’에 관해 들어본 적이 있으십니까? 영단어 'Upgrade'와 ‘Recycling’이 합쳐져 탄생한 단어인 '업사이클링(Upcycling)'은 버려진 폐기물을 단순 재활용하는 '리사이클링(Recycling)'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개념입니다. 쓸모를 다한 제품에 디자인, 기술 등을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 가치상향형 재활용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잘 알고 있다시피 리사이클링, 즉 재활용은 폐기된 자재를 새롭게 다시 사용하여 원자재의 소비를 줄이고, 쓰레기의 양을 줄이는 방법의 하나입니다.

리사이클링의 주요 목적은 천연자원을 보존하고,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데에 있고, 수집, 분류, 가공, 제조 과정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반면, 업사이클링은 폐기물을 줄일 뿐만 아니라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의 탄소 발생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사용 후 폐기로 이어지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생산, 유통, 소비, 재활용 전 과정에서 폐기물을 줄이고 고부가가치의 재활용을 늘리는 ‘순환’방식으로 전환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업사이클링’ 개념은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을까요? 업사이클링은 1994년 리너 필츠(Reiner Pilz)로부터 유래한 단어로, 폐기물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것으로는 생활 쓰레기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자각이 일어나며 대안으로 제시되었습니다. 폐기물로 만들어진 제품에 당혹스러움과 거부감을 느끼는 것도 잠시, 사회 전반적으로 업사이클링의 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되었고, 전 세계에 걸쳐 상당한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가현 기자

최근에는 특히 패션 분야에서 리사이클링 제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스위스의 프라이탁(FREITAG)은 트럭용 방수 천막을 사용해 가방을 만들고 있습니다. 5~7년간 쓰고 버려진 천막을 잘라 가방 몸체를 만들고, 자동차 안전 벨트를 가방끈으로 활용하고. 가방 모서리는 가죽 대신 자전거 고무 튜브를 사용합니다. 모든 제품이 수작업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같은 디자인의 제품은 없다는 희소성과 강한 내구성이 특징입니다. 덕분에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스위스 사람들은 물론, 한국에서도 프라이탁 가방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솔메이트 삭스(Solmate socks)는 버려진 티셔츠에서 실을 뽑아 수작업으로 짝짝이 양말을 만듭니다. 신축성과 함께 따뜻하면서도 통기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니울(NiUl.) 또한 버려진 플라스틱 병뚜껑을 녹이는 과정을 거쳐 키링으로 제작하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세 개의 병뚜껑이 키링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SNS 릴스 및 숏폼으로 제작해 홍보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보트포어스(vote for earth)는 선거철 정치인들의 공약을 담기 위해 일회성으로 사용되고 버려진 현수막을 수거합니다. 이후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재킷, 브로치, 넥타이로 탈바꿈시켜 정치인들에게 돌려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프라이탁 가방, 솔메이트 삭스 양말 (사진=프라이탁, 솔메이트 삭스)

니울 키링, 보트포어스 재킷 (사진=니울, 보트포어스)

이처럼 업사이클링은 자원 재순환의 의미를 넘어 새로운 가치 창출이라는 데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업사이클링 상품이 소비자 개인의 구매로 이어지지 않아 실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상품성 부족과 비용이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에게 업사이클링 상품은 그저 구경하기에만 좋은 상품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폐기물로 만든 가방, 열쇠고리 등은 업사이클링 사례 일부일 뿐입니다.

폐기 제품에서 배터리와 카메라, 나사, 회로판 등을 부품별로 분류해내고, 금과 은, 알루미늄, 코발트, 팔라듐 등 소재도 분류해 활용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미국의 애플(Apple)은 분해 로봇인 Daisy를 이용해 아이폰에서 금, 은, 알루미늄 등을 추출하고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재활용 금속의 사용 규모를 확장시켰습니다. 애플은 “Apple 제품에 사용되는 3분의 2 이상의 알루미늄, 4분의 3에 달하는 규모의 희토류, 95% 이상의 텅스텐을 100% 재활용 자원에서 조달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제품 전반에 걸친 재활용 소재 사용 확대에 관한 노력을 대폭 가속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그 계획에는 “2025년까지 설계하는 모든 배터리에 100% 재활용 코발트를 사용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자동차 기업 포드(Ford)는 20년 전부터 청바지나 티셔츠, 폐(廢)타이어를 가공하거나 그 안의 특정 성분을 추출해 차음재나 충전재 등을 만들어왔으며, 2019년에는 무려 플라스틱 페트병 6억 5,000만 개를 재활용해 소형 SUV인 에코스포츠의 바닥 매트를 만들었습니다. 영국 랜드로버(Land Rover), 일본 도요타(Toyota), 스웨덴 볼보(Volvo)는 물론이고 국내 현대(Hyundai), 기아(Kia) 자동차들도 재활용 플라스틱이나 천연 원료를 자동차의 주요 내부 제작 재료로 채택하는 추세입니다. 덴마크 풍력발전 회사 베스타스(Vestas)는 폐유리와 탄소섬유를 합성해 가볍고 튼튼한 풍력 발전용 날개(블레이드)를 제작하고 있으며, 현재는 블레이드를 재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애플 아이폰, 베스타스 블레이드 (사진=애플, 베스타스)

식품 분야에서는 식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혹은 상품성이 떨어지는 제품들을 원료로 새 제품을 개발하는 업사이클링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의 규모는 520억 달러(한화 약 79조 원, 2022년 기준)로 오는 2032년 833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 개최된 미국 최대의 식품 박람회 ‘Fancy Food Show’ 현장에는 사상 처음으로 업사이클링 푸드 파빌리온이 마련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귀리 우유를 생산하고 남은 부산물을 원료로 제조한 베이커리 믹스제품, 양조 과정에서 남은 곡류 부산물에 특허 기술을 적용해 식물 단백질, 식이섬유, 프리바이오틱스 성분을 추가한 곡물 파우더, 외관상 상품 가치가 떨어져 판매하지 못하는 채소로 만든 파스타 소스 및 채소 육수 등이 출시된 상태입니다. 해당 상품들은 버려진 식자재를 활용해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고 자연에서 나는 식재료 그 자체를 활용해 영양가도 높아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건축 분야에도 업사이클링 적용이 가능합니다. 유럽의 여러 미술관과 박물관들은 공간을 업사이클링되어 재탄생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만국박람회에 맞춰 1900년에 호화롭게 지어진 오르세 기차역은 19세기 초반까지 기차역과 호텔로 사랑받았습니다. 오르세 역은 프랑스 건축가인 빅토리 라루가 설계를 맡았고, 화려하게 지어졌으나, 점점 커지고 길어지는 열차들을 수용할 수 없게 되면서 파리 근교 교외선 전용으로 1939년까지 이용되다가 폐쇄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부지의 가치와 오르세 역이 갖는 의미를 보존하자는 의견으로 1979년에 미술관으로 재건하는 계획이 세워져 현재의 모습이 되었고, 현재는 프랑스 파리의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관광명소가 되었습니다.

오르세 미술관 ⓒ김가현 기자

영국 런던의 시내 한복판에 있던 화력발전소 또한 공해 문제로 가동이 중단되었고, 이 공간은 세계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관인 테이트 모던 미술관으로 바뀌었습니다. 피카소, 앤디 워홀, 살바도르 달리, 마르셀 뒤상 등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커다란 굴뚝과 다소 투박해 보이는 벽들을 그대로 살린 모습은 테이트 모던 미술관의 매력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합니다.


테이트 모던 미술관 (사진=Tate Modern)

독일의 가장 크고 오래된 졸라페인 광산 역시 세계적인 건축가의 작품이 됐습니다. 1884년 채탄을 시작해 1986년 문을 닫은 이후 10여 년간 사용되지 않던 공간을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변신시켰습니다. 굴뚝이 있던 보일러 하우스는 레드닷 디자인 박물관으로, 탄광촌은 루르 박물관으로 바뀌었습니다. 기존 형태와 외형을 유지하면서 녹슨 철 기둥과 붉은 벽돌은 보존되었고, 공간의 역사성과 가치 또한 인정받아 2001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박물관은 물론이고, 극장,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며 문화예술공간으로 공간이 업사이클링 되었습니다.


레드닷 디자인 박물관, 루르 박물관 (사진=Zollverein)

전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등 환경 문제로 주목받으면서 친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하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데에 성공했으며, 업사이클링은 여러 분야에서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에 따라 많은 기업은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경영을 다 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제품들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여러분들의 친환경적이고 똑똑한 소비입니다.

넷제로프렌즈 청년기자 김가현
원문 바로가기: https://blog.naver.com/angel8960/223517167303
본 글은 넷제로프렌즈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탄녹위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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