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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제로프렌즈가 간다 #13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녹색성장•산업전환분과 김혜진 위원(홍익대학교 교수)
지난달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2기가 출범했다. 새롭게 위촉된 김혜진 위원의 인터뷰를 싣는다. 김혜진 위원은 대학에서 원자핵공학을 전공하고 의료기기, 뇌인지과학, 원자력 정책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왔으며, 현재 홍익대학교 과학기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탄녹위 위원으로서의 활동 계획, 과학자로서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을 바라보는 관점을 들어본다.
Q. 뉴스레터 구독자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탄녹위를 통해 인사드리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결코 가벼운 주제가 아니지만, 우리 모두의 일상과 미래를 위한 이야기인 만큼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고 다함께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Q. 2기 탄녹위 위원으로 위촉되셨는데, 앞으로의 활동 계획과 포부를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탄녹위는 3개의 분과위원회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그 중에서 저는 ‘녹색성장‧산업전환 분과위’에서 활동하게 됐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뭔가 푸르고 진지한 느낌이 들죠? 앞으로 녹색기술 R&D,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과 이행 평가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또 국제감축 사업 기반 마련과 글로벌 협력도 중요하게 보고 있어요.
무엇보다 저는 과학기술이 책상 위에만 머물지 않고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어 지속가능한 녹색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전문가와 국민, 정부 간의 소통이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가교 역할도 성심껏 하겠습니다.
Q. 위원님 이력을 보면 원자력, 의학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으신 것 같습니다. 어떤 경험을 하셨는지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학부에서 원자핵공학을 전공한 후 미국 대학원에서 방사선 물리와 양자역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의학공학 분야로 진로를 확장하게 되었습니다. X-ray, CT, MRI 등 의료영상 장비를 활용하여 뇌 질환 관련 바이오마커를 발굴하는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후 산업계로 건너가 대한민국 최초의 대형 의료영상장비 개발 프로젝트에도 참여했습니다. 이 시기에 ‘원자력 기술이 단지 발전소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경험했고, 기술의 사회적 가치를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뇌인지과학으로 연구 분야를 확장하여, CT, MRI 등에서 수집한 뇌영상 데이터를 AI와 융합해 치매, 뇌졸중증과 같은 질환을 조기에 예측하는 등 디지털헬스케어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융합적 경험을 바탕으로, 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현재는 차세대 원자력 기술인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중심으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SMR의 기술적 잠재력과 안전성 확보를 실현하기 위한 국내외 시장·법·제도 분석, 에너지 안보 및 정책 전략‧홍보 등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결국 제 경력의 흐름은 ‘원자핵공학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탐험이자 도전이 아닐까요? 의료부터 뇌과학, 에너지 정책까지 원자력 기술은 그 자체로도 강력하지만, 다른 분야와 연결될 때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합니다. 그리고 SMR은 그 융합의 중심에서, 기술과 정책, 산업과 국민 사이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Q. 소형모듈원자로(SMR)는 현재 어떤 수준인가요? 그리고 탄소중립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SMR은 단순히 '작은 원자로'가 아니라, 에너지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입니다. 기존 대형 원전 대비 안전성과 경제성이 뛰어나고, 기종에 따라 핵폐기물 발생도 미미하죠.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산업단지나 도서 지역에 분산형 전원을 공급하며, 심지어 해수담수화나 수소 생산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막대한 에너지를 요구하는 디지털 혁명 시대를 맞아, 2050년까지 화력발전을 서서히 중단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산업계와 지역사회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며 탈탄소 산업 전환을 견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은 NRC(원자력규제위원회)를 중심으로 SMR 인증 절차를 단순화하는 규제 혁신을 추진 중이며, 캐나다, 영국, UAE 등도 국가 차원의 로드맵을 세워 빠르게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기술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SMR 전용 법령 체계가 미비하고, 민간 주도의 시장 참여도 제한적입니다. 앞으로는 기술적 안정성과 경제성은 물론, 사회적 신뢰와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중요합니다. 저는 이러한 제도적 병목을 풀기 위한 법령 정비, 규제혁신 로드맵 수립,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홍보 등 실효성 있는 정책 연구에 힘쓰고 있습니다.
Q. 과학자로서 탄소중립 기술과 정책을 바라보는 시선이 궁금합니다. 탄소중립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요?
1차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화력발전이라는 과학기술의 혜택을 누려왔지만, 그 이면에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라는 엄청난 폐해를 초래했습니다. 오늘 우리는 그 문제를 바로잡고자 ‘2050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또다시 새로운 과학기술을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선택하는 기술이 100년 후에도 인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요? 탄소중립 기술 개발이 시급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술의 개발보다 중요한 건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입니다. 과학기술 그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나 선인지 악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인간이니까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그 기술이 정말로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지, 우리의 현실에 적합한지, 예상되는 문제와 그 해결 방안까지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시간과 자원과 예산은 한정되어있고 인류가 같은 실수를 다시 반복하면 안 되니까요.
그리고 저는 한 가지를 꼭 강조하고 싶습니다.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정책은 반드시 과학기술적 사실과 국민복지를 기준으로 수립되어야 합니다. 경제적 이해관계나 정치적 사상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 됩니다. 국가의 에너지 정책은 오직 과학기술적 근거를 바탕으로 지구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결정되어야 하며 이 원칙이 지켜지기를, 저는 과학자로서, 그리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랍니다.
Q. 기후‧탄소중립 분야로 진로를 꿈꾸는 청년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길을 앞서 가신 선배로서 해주실 말씀이 있을까요?
기후와 탄소중립은 과학, 기술, 정책, 산업, 국제협력 등 전 분야가 융합되는 미래 핵심 분야입니다. 특히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청년 세대가 가진 상상력과 창의성, 그리고 지속가능한 세상에 대한 진심 어린 문제의식은 무엇보다도 소중한 자산입니다. 이 길은 때로 느리게 보일 수 있고, 답이 없어 보일 때도 있지만, 그만큼 깊고 넓은 보람과 가치를 안겨주는 길입니다. 여러분의 도전은 단지 개인의 성장을 넘어, 우리 사회와 다음 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칠 ‘미래를 앞당기는 힘’이 될 것입니다. 선배로서, 그리고 이 길을 함께 걷고 있는 연구자로서, 저는 여러분이 의미 있는 여정을 멈추지 않도록 곁에서 응원하고, 함께 고민하고, 든든한 동료가 되어드리겠습니다.
지속가능한 미래는 결국 ‘지속적으로 도전하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여러분이길 바랍니다. 저 또한 부끄럽지만, 작은 발걸음 중 하나로 탄소중립 실현과 원자력 에너지원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유튜브 “옐로우케이크”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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