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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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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에너지·산업 전환 분과위원회 하윤희 간사

작성일 : 2024-08-21 조회 : 553

넷제로프렌즈가 간다 ⑧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하윤희 에너지·산업 전환 분과위원회 간사
탄녹위 에너지·산업 전환 분과위원 '하윤희 교수'를 만나다 : 에너지 전환의 최전선에서 에너지와 산업의 변화를 주도

지속가능한 미래와 탄소중립을 위한 국내외 에너지 전환의 노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산업에서의 에너지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의 숙제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에너지·산업전환 분과위원회에서 간사로 활동중인 하윤희 고려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님을 만났다.
 

Q. 뉴스레터 구독자에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1995년에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구요. 국회에서 국가재정과 예산, 공공기관 정책 등을 전문분야로 정책이슈와 법안 등을 다루었습니다. 박사 학위를 받은 후에는 고려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원에서 에너지환경정책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Q. 올해 초 세바시 강연에서 ‘에너지를 연구자’로 본인을 소개하셨는데요. 에너지 연구에 집중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국가 재정 분야에서 일하던 제가 에너지와 환경 연구로 방향을 전환한 계기는 미국 유학이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만학도로 박사학위를 위해 미국에 가게 되었는데요. 이유 중 하나가 기존에 제가 가지고 있던 국가발전전략에 대한 믿음이 타당한가 하는 의심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경제가 고속성장을 멈추기도 했고, 성장을 해도 ‘낙수효과’라고 하지요. 윗목이 따뜻해지면 곧 아랫목도 따뜻해진다. 즉 경제 전체가 성장하면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기존 믿음이 깨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국가발전전략과 정책대안을 고민하는 것이 직업이었던 저에게 새로운 관점이 필요했고, 마침 지속가능발전, 녹색성장이 이름을 얻고 있던 시기에 지속가능발전론을 공부하겠다며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제 지도교수님이 에너지 문제를 기반으로 지속가능발전을 연구하시는 분이었고, 저도 에너지 문제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그 전까지 저는 에너지에 대해 심각히 고민해 본 적이 없었는데요. 공부하면서 에너지가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이고, 기계의 본격적 사용 이후 문명은 대규모 에너지에 기반해 진화해 왔기 때문에 사회의 가치, 경제구조, 권력의 배분 어느 하나 에너지 문제에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에너지 문제에 더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Q. 에너지전환이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문제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에너지전환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벤치마킹할 해외 사례도 소개해 주세요
탄소중립 측면에서 에너지전환이 중요한 이유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75%가 에너지 생산과 소비에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급격하게 증가한 화석연료 사용과 에너지 사용량이 지구 온난화의 주된 요인이기 때문에, 에너지전환은 탄소 배출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에너지전환의 방법은 다양한데요. 가장 일반적으로 얘기되는 것이 석유, 석탄, 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원자력, 수소 같은 무탄소 전원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지요. 연료의 전환이 에너지 공급 측면의 전환이라면, 에너지를 사용하는 수요 측면에서의 노력도 매우 중요한데요. 기술개발을 통해 에너지효율을 높이거나, 우리의 행동을 바꾸어서 실제 에너지사용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아무리 깨끗한 에너지라 하더라도 공급하는 과정에서 생태시스템에 부담을 주고 온실가스도 배출하게 되는데요. 에너지 사용을 줄이면 덜 생산해도 되니까, 덜 쓰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라는 의미에서 수요를 줄이는 것을 ‘First Fuel’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우리 주변에 다양한 에너지가 존재하는데, 사용되지 않거나 버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재활용하는 노력도 많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AI나 Cloud 서비스가 급성장하면서 전력사용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뉴스를 들어보셨을 텐데요. 이런 산업에서 기반이 되는 것이 데이터센터인데, 데이터센터는 열을 식히는데 많은 전력을 소모합니다. 전력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강 심층부의 저온수를 끌어올려 1차로 데이터센터를 식히고, 데이터센터의 열기로 데워진 물을 2차로 스마트팜으로 돌려 딸기 등 작물을 생육하는 일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 삼성전자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삼성전자 공장에서 나온 폐열을 근처 주거지역 난방수로 활용하는 협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에너지전환은 탄소중립에 기여하지만 여러 다른 효과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90% 이상의 에너지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데요. 에너지전환이 이루어지면, 에너지 수입을 줄여 에너지안보가 강화됩니다. 주요 석유나 가스 생산국의 정세가 불안해지거나 전쟁이 날 때마다 에너지 수급 불안정으로 우리 경제가 직격탄을 맞아왔는데요. 바람, 태양, 에너지절약 행동, 에너지효율 및 재활용 기술 등은 다 우리가 보유한 자원이어서 수입에 의존하는 화석연료보다 더 안정적이겠지요. 경제적 이점도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기술 발전과 함께 비용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관련 산업이 발전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경제성장을 촉진하기도 합니다. 또한 전통 에너지시장에서 참여가 어려웠던 개인이 수요반응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재생에너지 사업의 주주로 참여해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열리고 있습니다.
독일은 에너지 전환 정책(Energiewende)을 추진하여 2020년 기준으로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을 약 46%로 달성했습니다. 독일 정부는 건물 에너지 성능 규정을 강화하고, 산업체와 가정에서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고 있습니다.
덴마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의 풍력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2020년 기준으로 전력 생산에서 풍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50%에 달합니다. 또한, 덴마크의 Energinet은 수요 반응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피크 시간대의 전력 수요를 줄이고 전력망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관리하며 전력 소비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2045년까지 100% 무탄소 전력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에너지위원회는 계통 비상시 대응할 수 있는 자원을 확대하기 위한 보조금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에너지 효율 프로그램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수요 반응 프로그램을 통해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일본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산업, 건물, 가정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에너지 효율 제품을 장려하며,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한 세금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Q. 탄녹위 에너지-산업전환 분과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신데요. 해당 분과 분과위에서 주로 다루는 의제는 어떤 것이 있는지요?
에너지산업전환분과위원회는 탄소중립을 위해 에너지와 산업 분야의 제도적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우리나라의 법정계획 중 하나로, 매 2년마다 15년을 대상으로 수립됩니다. 이 계획에는 전력 수요 예측, 전력 공급 계획, 에너지 효율 향상, 전력망 안정성 강화 등이 포함됩니다. 에너지산업전환분과위는 이 계획이 국가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 및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부합하는지 검토하고 심의합니다. 그 외에도 분산에너지특별법, ESS산업육성계획 등 탄소중립을 위한 다양한 법안과 계획, 이슈들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국민과 관련 업계, 이해관계자들의 미팅, 세미나, 현장방문 등을 통해 국민의 목소리를 에너지 및 산업과 관련된 탄소중립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Q. 탄소중립을 이행하는 과정에 법과 제도의 정비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녹색성장을 위한 행정지원, 예산, 국민참여유도 등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언급하신 모든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도, 예산, 국민참여는 사실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닙니다. 캠페인으로 국민참여를 독려할 수는 있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에너지 절약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국민참여를 확대하고자 할 때, 캠페인만으로는 관심 있는 분들만 생활의 불편을 감수하며 참여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참여자만으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제도가 잘 마련되고 예산이 투입되어 국민들이 참여하기 편하고 경제적 보상을 얻을 수 있다면 참여가 일반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플러스DR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 제도는 전기차를 소유한 분들이 전력 생산이 수요를 초과할 때 무상으로 충전하고, 전력 생산이 부족할 때 충전된 전기를 전력계통에 판매할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이런 제도가 활성화되려면 충전 인프라가 곳곳에 확충되어야 하고, 제도도 마련되어야 하며, 국민참여가 활성화될 만큼 경제적 보상도 충분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제도, 예산, 국민참여 유도는 함께 가는 것이라고 보는데요. 굳이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제도-예산-국민참여 순이라고 하겠습니다.
 

Q. 탄소감축에 대해 개인적인 활동이나 캠페인 참여의 경험이 있으신지요? 또는 일상에서 손쉽게 행동할 방법을 소개해 주신다면?
제 일상을 탄소중립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보다는 계단을 주로 이용하구요. 장바구니나 에코백을 지참하거나 큰 가방을 들어서 플라스틱백이나 쇼핑백을 받는 횟수를 줄입니다. 쓰레기 재활용을 철저히 하는 편입니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콘센트를 뽑아두는 데 주의를 기울입니다. 옷이나 신발을 재활용하려고 노력하며, 제가 잘 안 입는 옷은 주인을 찾아주려고 합니다. 최근에는 ‘차란’이라는 업체를 이용했는데, 의류를 수거해 가고 판매도 해주어서 좋았습니다.


Q. 이공계 학생들이 환경 분야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교수님과 같은 길을 가고자 하는 미래 세대 청년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환경문제는 우리 모두의 삶에 직결된 문제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이공계 분야의 전문 지식과 혁신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기후변화, 생태계 파괴, 자원 고갈 등 전 세계가 직면한 환경 문제들은 복잡하고 다면적입니다. 미래세대의 창의적인 접근과 기술적 역량이 이러한 문제 해결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를 위해 실용적인 지식을 쌓는 데 집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학문적 연구와 함께 현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실질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턴십, 연구 프로젝트, 환경 관련 단체 활동 등을 통해 다양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이론을 실제상황에 적용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협업의 중요성입니다. 환경문제는 단일 분야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다양한 전공자와의 협업,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관점과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통합하는 능력은 매우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개인적 책임감을 가지면 좋겠지요. 작은 습관의 변화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환경을 보호하는 습관을 실천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일상의 만족도와 자존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노력과 열정이 우리의 미래를 더 밝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하며, 함께 나아가길 바랍니다.

 

취재 / 넷제로프렌즈 제2기 백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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