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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 위원장] 지구와 에너지 인터뷰 -청정 에너지 기술은 한미동맹 외교의 새 이정표

작성일 : 2023-07-05 조회 : 596

김상협 탄소중립위원장(60)을 설명하는 키워드를 꼽는다면 ‘세계’‘미래’‘지식’이 아닐까. 세 개의 키워드는 오늘날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녹색 성장의 전도사’라는 이미지를 산출했다. 녹색성장을 향한 그의 열정과 집념은 ‘녹색 패셔니스타’로 표출된다. 그는 거의 모든 공사석 행사에 짙은 초록색 재킷을 입고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구와에너지 인터뷰에서도 김상협은 녹색 패셔니스타의 면모를 보였다.

김상협의 타이틀인 탄소중립위원장의 풀 네임은 ‘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윤석열 정부의 공식 기구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정부쪽 위원장을, 김상협 카이스트 지속발전담당 부총장이 민간위원장을 각각 맡았다. 미국식으로 얘기하면 김상협 위원장은 존 케리처럼 국가 기후변화와 에너지정책을 총괄하는 ‘짜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거의 전 부처 장관이 위원으로 소속한 방대한 민관합동기구여서 그런 별명이 붙여졌는데 본인은 면구스러워 하며 손사래를 친다.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인 김상협은 워싱턴 특파원을 비롯, 다채롭고 창의적인 경험의 사다리를 올랐다. 그는 매일경제 기자 시절, 유명한 세계지식포럼의 창안 멤버였으며 SBS방송기자 때 ‘서울디지털포럼’과 ‘미래한국 프로젝트’를 창설했다. 그런 인연으로 이명박 대통령 정부에서 ‘대통령실 미래비전비서관’ ‘녹색성장 기획관’ 등을 지냈다. 현재 카이스트 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원희룡 제주지사 시절 제주연구원장을 2년간 맡았다. 김상협 위원장은 지구와에너지 인터뷰에서 ‘과학기술 외교’라는 인상적인 개념을 제시했는데 외교와 지식과 환경이 결합된 그의 특별한 경력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이제 독자 여러분은 한국의 과학기술 외교와 지구의 기후환경 미래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흥미로운 지적 여행을 떠나실 차례가 되었다. 인터뷰는 6월16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 탄소중립위원장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우리 정부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40% 줄이겠다는 목표로 세웠는데, 달성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금년 4월에 국가 계획이 이제 확정이 되었는데 2030년까지 8년이 채 안 남았어요. 40%라는 목표는 사실 정말로 복잡한 문제입니다. 2021년에 탄소 중립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법에는 35% 이상으로 되어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영국 글래스고우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40%를 줄이겠다고 상향 조정해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40%로 상향 조정한 정책 결정에 데이터나 근거가 없어요. 그냥 목표를 올려서 정해놓고 다음 정부가 알아서 하라고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숫자로 우리 정부가 점검을 해보니까 산업계의 목표를 14.5%로 잡아놓았습니다. 화학 분야 같은 경우 그걸 달성하려면 새로운 원료를 확보해야 하는데, 그 원료인 바이오 나프타는 전 세계 생산량의 3배 이상이 있어야 합니다. 누가 봐도 숫자 맞추기로, 정작 그런 감축 목표를 발표한 2021년에 온실가스는 3.6%가량이 늘었습니다.



영국의 하원 의장을 지냈던 알록 샤르마(Alok Sharma)에 따르면 영국은 1991년이 온실가스 배출의 정점이었어요. 그럼 2030년까지 40년 동안 줄여 나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미국은 2005년 정도가 정점이고 일본은 2013년 입니다. 우리나라는 정점을 2018년으로 간주하고 있는데 2021년에도 출렁거리면서 늘어났습니다.



지금 예정된 90조 예산, 정확히는 89조 5천억의 예산도 다 나온다는 보장이 없어요. 정부 돈만 바라보냐고 하는데, 요새는 혼합 경제라고 정부하고 민간과 같이하되, 정부가 먼저 마중물을 내서 리스크를 없앤 다음 민간이 들어가 키우는 겁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자발적으로 제시했지만 후퇴는 못해



온실가스의 40%를 줄인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러나 파리 협정은 목표 제시는 자발적으로 하되 뒤로는 못 가는 형태, 노 슬라이딩 백(no sliding-back)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사실 미국 같은 나라는 탈퇴도 했잖아요. 우리나라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고… 그래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하고나서 보는 거지요.



목표는 벅차지만, 탄소 저감 자체는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일 텐데요, 대통령과 정부의 입장은 확고한가요?



지난 정부에서 녹색 성장의 레거시를 없애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여당의 임이자 환경노동위원회 간사께서 저탄소 녹색성장은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언어가 되었는데 없애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어요. 그래서 녹색 성장 기본법을 토대로 탄소 중립의 목표가 합쳐진 법이 재탄생이 된 겁니다.



저희가 생긴 지 1년도 안 됐는데 스탠퍼드 총장 마크 테시어-라빈(Marc Tessier-Lavigne)이 영상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스탠퍼드가 우리나라 돈으로 약 2조 원을 투입해서 ‘지속가능성 대학원(Sustainability School)’을 세워 인재를 키우고 있는데 스탠퍼드 대학교가 이 학교를 설립하면서 세 가지 키워드를 설정한 게 지구, 기후 , 사회입니다.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국가 차원을 넘어선 지구적 차원에서 생각할 인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목표 달성 위해 2030년까지 원전발전 비중 32.4%로 끌어 올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받아들이자는 어려운 결정을 대통력직 인수위원회 때 확정했고, 대통령께서도 후보 시절에 그런 이야기를 하셔서 이제 끝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일단 목표는 유지하되 실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조정했습니다. 원전 발전 비중을 20% 초반대로 낮춰 놓은 것을 최대치라고 할 수 있는 32.4%까지 끌어 올렸어요. 재생에너지도 원래는 30%인데 그건 어떠한 수단을 써도 지금 달성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저는 탄소중립·녹색성장은 여야가 같이 가야 하는 통합과 협치의 의제가 돼야 한다 생각합니다. 2050년까지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하기 때문에 정파적 이해관계에 휘둘리면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원전 확대 정책으로 그나마 숨통이 트이셨겠습니다. 앞으로 원전은 계속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십니까?



원전이 돌아와서 그나마 목표를 실현한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원전의 쓰리 벡터(three vectors)라고 이제 원자력으로 발전뿐만 아니라 수소를 생산하고 열에너지를 생산해야 합니다.



원전은 발전 외에 수소와 열에너지 생산 역할도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은 우리나라의 전체 발전량 대비 약 9%(2022년 기준)에 해당합니다. 그럼, 지금의 두 배보다 훨씬 더 많이 늘려야 된다는 뜻이죠? 그래서 굉장히 벅찹니다. 그동안 태양광 발전 비리 등 신재생 에너지를 둘러싼 많은 부작용이 나타났는데요, 어떤 경우 비리는 척결되고 법으로 다스려야 하겠지만 재생에너지 산업 자체를 위축시켜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세계가 그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에요.



지금 탄소 중립 시대 주요 국가에서 에너지의 두 축은 원전과 재생 에너지입니다. 하나만 고집하는 나라가 없습니다. 프랑스가 원전을 50% 이상 하는 유일한 선진국인데 거기도 부작용이 많이 있어요. 프랑스는 유럽 여러 나라와 전력망이 연결되어 있어요. 그래서 원전에 문제가 생길 경우 가져올 수 있어요. 독일이 또 역설적으로 탈원전을 할 수 있는 것은 이웃 나라에서 전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슈퍼 그리드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는 고립되어 있는 그리드 아일랜드이기 때문에 사정이 다릅니다. 주어진 여건이 두 에너지 축을 중심으로 하면서 중간에 석탄이나 가스 발전과 같이 유연하게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원전과 재생 에너지는 손쉽게 껐다 켰다하는 출력 유연성이 문제



석탄과는 이제 작별할 수밖에 없어요. 안 그러면 이제 국가적인 온실가스 관리를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이 두 가지로 유연화해야 하는데요, 소형모듈원자로(SMR)라는 미래의 원전이 전망이 밝습니다. 작은 규모로 6개씩 건설하고 껐다 켰다가 하면 상대적으로 계통 부하 관리가 쉬워요. 이것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몇 안 되는데 그 중에 하나가 우리나랍니다. 미국도 재생에너지와 미래형 원전이 서로 상호 작동하면서 계통에 부하가 걸리면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조정하도록 하고 있죠.



신재생 에너지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있습니까?



여기저기 산을 깎아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것은 저도 반대합니다. 기술 발전을 통해 해결해야 합니다. 아직 양산 체제는 아니지만 한국이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와 같은 초고효율 태양 전지가 지금 세계에서 제일 앞서는 수준입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태양광에 연구·개발(R&D) 투자를 많이 해 왔어요.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재생 에너지는 해상 풍력입니다. 풍력은 산 위에다가 몇 개 꼽아서 되지 않습니다. 지금 풍력 자원은 1.9GW 정도 되거든요, 2030년까지 10배가 커져야 하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신재생 에너지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원천은 해상 풍력입니다.

해상풍력에서 지금 기술 격차가 굉장히 심해요. 이대로라면 그냥 중국 업체들이 싹쓸이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해상풍력은 북유럽(덴마크, 노르웨이, 독일)이 전통적인 강자입니다. 얼마 전 부산 기후산업국제박람회에서 세 나라의 해상풍력을 주도하는 3사가 파빌리온을 크게 만들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금 중국은 가장 발전용량이 큰 18MW 초대형 풍력 터빈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덴마크의 베스타스(Vestas)가 20MW로 또 다시 용량을 키웠습니다. 우리는 8MW 정도 합니다. 다만 우리나라 실정에는 8MW가 제일 적합하다는 평가도 있어요. 바람의 방향이나 세기와 같은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지금은 기술적으로 발전이 이루어지는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멀고도 험한 에너지 강국을 향한 프로 외교의 조건

EU는 2021년에 원자력 발전을 그린 택소노미(taxonomy)에 집어넣었죠. 즉 EU가 원전을 녹색에너지로 분류한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나요?



우리도 그렇게 했냐? 했죠. 제가 인수위 때 우리도 빨리 원전을 녹색 에너지의 범주에 집어넣자, 해서 환경부가 그런 규범을 만들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아직도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OECD에서 최하위 수준인데요, 우리가 그런 판에 끼려면 재생 에너지의 비중을 높여야 합니다.



원전 폐연료의 재처리 문제가 해결되면 더욱 더 원전이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될 수 있을 텐데 전망이 어떻습니까?



우리는 기술적으로 재처리가 가능하나 IAEA(국제원자력기구)나 원자력을 주도하는 국가들이 정치적으로 막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미 동맹 관계를 심화해 깊은 신뢰에 바탕해 해결해야 한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한미 관계가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전략적이고 포괄적인 관계로 정립되었습니다. 필립 골드버그(Philip Goldberg) 미국 대사에게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 물어보니, 기후와 에너지라고 하더라고요. 저와 생각이 똑 같았습니다.



원전 폐연료 재처리, 우리 기술로 가능하나 ‘원자력 주도국’들이 막아



윤석열 대통령께서 워싱턴에 가시기 전에 미국 국무부하고 백악관에서 회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한미 간에 새롭게 동맹 차원에서 키워야 할 것이 기술 동맹인데 그 중에서도 청정 에너지 기술이 핵심 과제 중에 하납니다. 그 결과 워싱턴 정상회담의 성명에도 이 내용이 나왔습니다. 양해각서(MOU)를 맺은 50건 중의 13건 이상이 전부 이 분야입니다. 미국은 배터리, 전기차를 포함해서 미래 수소, 미래형 원전, CCUS(탄소 포집 저장소)를 전략적으로 함께 키워 나가자고 제안해 왔습니다.

재편되는 국제 질서 속에서 에너지 공급망 혹은 에너지 포트폴리오도 달라질 수밖에 없겠지요?

지금 호주가 전략 광물 국가로 다시 떠오르고 있어요. 옛날에는 석탄과 철광석으로 유명했는데 지금은 리튬, 니켈, 코발트, 바나듐과 같은 전략적 크리티컬 미네랄 중심 국가로 변모하고 있어요. 현재 전략적 광물의 80%를 중국이 생산·가공하는데 중국의 비중을 줄여나가는 것이 글로벌 공급망의 조정입니다. 미국은 호주, 캐나다 등 자기 우방에서 주요 광물을 공급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맺습니다. 청정 에너지 기술을 만드는 국가가 이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전략 광물을 조달하는 국가와 편을 먹게 되잖아요? 그게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미국 국가안보 보좌관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구상입니다.



우리나라 원전 기술은 세계 최고수준으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이것이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외교적인 노력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원천 기술에 대해서는 서로가 주장하는 바가 조금 다르지만 원전 건설 역량은 한국이 압도적으로 세계 1등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원전과 관련된 외교 역량이 떨어져요. 에너지 문제가 굉장히 어려운데 이 문제를 국제 정치적으로 치밀하게 분석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학기술 외교라는 게 정말 필요합니다.



제가 개도국 멘탈리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기고문을 매일경제에다 썼는데요, 적당히 외교 하면서 선진국에 올라가는 관습이 이제 안 통합니다. 아주 전문적인 수준으로 가야 하고, 국가가 재탄생해야 할 정도로 핵심적인 분야에 전문적인 외교가 필요한 데 아직 못 가고 있죠. 대통령께서는 그렇게 하자고 지금 강조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미국을 잘 읽어야 합니다. 백악관 안보보좌관인 제이크 설리번의 주장에 따르면 기술 패권 시대에 미국이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 기술 세 개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컴퓨팅 기술(인공지능, 반도체 등)이고 두 번째가 바이오 기술(디엔에이 등), 세 번째가 클린 에너지 기술입니다. 이게 브루킹스 연구소가 주관한 글로벌 이머징 테크놀로지 서밋(Global Emerging Technology Summit)에서 공개적으로 제시한 방향이고 지금 그대로 가고 있습니다. 그가 주장한 것 가운데 하나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을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일본도 녹색 전환에 1,500조 원을 투입하겠다 합니다. 우리나라는 190조 원입니다. 8분의 1이죠. 일본의 GDP를 추월하느니 마느니 하는 유럽은 더 크게 판을 키우려고 합니다. 여기에 대응하는 우리의 확장(scale-up)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커맨딩 하이츠(commanding heights), 즉 이를 누가 지휘하냐도 중요합니다. 미국은 백악관이 지휘하고 일본도 총리 내각에서 이걸 다 짜고 있어요. 이 문제를 최고의 국가 최고의 거버넌스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녹색 성장 종주국인데 그런 면에서는 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지금 과연 탄소 중립이라는 내비게이션을 어느 나라가 제일 잘 하고 있습니다. 아마 중국일 겁니다. 중국은 커맨딩 하이츠가 분명하고 강력하니까요.



전기요금 결정기구, 중앙은행처럼 독립시켜야



전기 요금도 탄소중립에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지금같이 전기요금을 낮게 유지하는 것은 문제 아닙니까?



올해만 해도 35조 정도의 전력망 투자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올해 말 송배전 전력망이 터무니없이 모자라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언론에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아요. 그 돈은 한전이 송전망 사업자이니 한전이 투자해야 하니다. 가뜩이 빚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한전이 그런 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어디 있겠습니까. 결국은 전기요금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전기위원회, 더 나아가 가스까지 포함해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에너지위원회를 설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준금리와 통화량을 다루는 금융통화위원회 같은 독립성을 갖는 기구가 필요합니다. 2010년에 발전 사업자는 373개였습니다. 그런데 2020년 기준으로는 5,478개로, 전기 사업자가 15배 늘어났습니다. 엄청나게 복잡해졌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관리하는 시스템은 거의 그대로입니다.



한전이 독점기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삼자의 의한 거버넌스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한전의 독점적인 구조는 어떤 식으로든 손을 봐야 합니다. 한전에만 맡겨서는 신뢰를 얻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볼 때 지금의 에너지 정책은 많이 쓰는 사람이 이익을 보는 구조라 비윤리적이에요. 에너지를 절감해야 하는데 비싼 에너지를 싸게 파니까요. 결국은 손해 보는 건 한전인데, 한전은 엄청난 채권을 발행하면서도 독점이기 때문에 믿는 데가 있습니다. 망하지는 않을 것, 아니 망하게 못할 것이라는 믿음이지요.



전기요금, 미리 예고하고 인상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



지금 전기요금 조정이 포플리즘에 좌우됩니다. 그래서 이런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 때 전기요금을 7번 인상 했습니다. 그때 시민들이 이해했어요. 지난번 난방 폭탄처럼 갑자기 인상하면 화나는데, 예고하고 인상하면 국민들이 이해해 줍니다. 물가가 다 오르는 것이고, 전 세계가 그렇게 움직이는데 어떻게 우리만 전기요금을 안 올릴 수 있습니까.



우리는 에너지원의 전환도 필요하지만 효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일단 탄소 배출을 압도적으로 많이 하는 게 철강산업이잖아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철강 산업이 배출하는 게 전체의 15%에요. 어마어마하죠. 그래서 철강 같은 산업의 수소 전환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많이 도와줘야 합니다. 에너지 전환에 대한 국가적인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고, 에너지 효율화 같은 경우에는 아주 답은 심플합니다: 전기요금 및 에너지 가격의 현실화. 그렇게 하면 아끼지 말라고 해도 아끼게 되어있어요.



지금 배출권 거래제가 굉장히 느슨해요.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한 취지는 탄소가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익히자는 것이었는데, 무상할당이 많았고 유산 할당도 5%인데 이게 과다합니다. 어떤 기업 같은 경우는 배출권을 팔아서 몇 천 억을 남겼어요. 제가 그래서 산업계의 감축 목표는 조금 완화해 주는 대신 에너지 효율과 탄소 가격 문제에는 더 엄격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 없는 거 하자는 것도 아니고 다른 OECD 선진국 정도로는 해야 합니다. 사실 쇼크 요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똑같은 현상은 아니지만 미국 지미 카터 대통령 때 인플레가 갑자기 조금씩 커질 때 폴 볼커(Paul Volcker)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금리를 20%까지 올렸어요. 몇 달 동안 완전히 충격에 휩싸였지만 거짓말같이 인플레가 잡혔어요. 저는 지난 분기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무역 수지 적자의 대부분이 에너지 수입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칼을 뽑는 사람이 없어요.



금융계에서도 이 문제에 관심이 많을 거 같은데요?



지금 전 세계적인 흐름이 탄소 배출하는 사업에 대해 규모와 감축량을 공시하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2025년이면 상장사는 무조건 해야 하는데 공시기준을 분명히 제시하고, 나중에는 대부분의 기업에 확대해야 합니다. 공시에 대한 평가도 체계화하고, 평가를 통과한 쪽에 투자가 들어가도록 하는 이 삼박자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지금 한국은행은 녹색 채권이라고, 녹색 사업에 필요한 채권에 금리를 정책적으로 우대해 주거든요. 이제 여신 쪽에서는 화석 연료 산업에 필요한 돈을 잘 안 빌려준다고도 하죠. 기존에 있던 채권이면 팔아야 신규대출을 해준다고 합니다.

위원장으로 활동하시다 보면 부처 이기주의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궁극적으로 저탄소 녹색 정책이 실현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래서 이게 쉽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 제안이 왔을 때 이게 독배인데 마실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독배인지 알고 마시는 중입니다. (웃음)

제가 볼 때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좌절될 때 정책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국민의 지지와 참여가 부족해서 그런 거 같습니다. 정파적으로 왜곡되어 실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대국민 홍보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게 제일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사실 이 위원회의 존재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알려졌으면 좋겠다, 기사화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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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지구와에너지, 202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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