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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환 에너지혁신분과 위원 기고] 전기신문

작성일 : 2021-11-25 조회 : 857

(특별기고) 원자력이 기저발전기라는 오해



전영환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전력망에서 전기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매 순간 생산하는 전기와 소비하는 수요가 같아야 하며, 공급과 수요의 차이는 주파수 변화로 나타난다. 즉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주파수가 상승하고, 반대로 공급이 수요보다 적으면 주파수가 하락하기 때문에 주파수를 일정하게 유지함으로써 공급과 수요의 수급균형을 맞출 수 있다. 전력망에서 항상 발생하는 수요의 변동이나 발전기의 고장 등에 의해 발생하는 수급불균형은 발전기의 출력을 조절함으로써 대처가능하다. 이러한 발전기의 기능을 “자동부하추종”이라 한다. 자동부하추종은 발전기에서 조속기를 통해 직접 발전기 출력을 제어하거나, 전력거래소의 자동운영시스템(EMS)에서 매 4초마다 발전기에 보내는 제어신호를 통해 제어하는 방법이 있다. 전력망의 안정성은 발전기의 출력변동이 빠를수록,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많은 발전기가 자동부하추종운전 기능을 가질수록 좋아진다. 부하변동이나 발전기사고 정지 등에 대비해서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조건은 많지만, 기본적으로 부하추종능력과 함께 적정한 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발전기는 종류별로 특성에 따라 유연성이 다르다. 유연성이 가장 좋은 전원부터 나열하면, 수력/양수, 가스터빈, 석탄, 원자력 순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기는 자동부하추종기능이 없기 때문에 완전 경직성 전원으로 분류할 수 있다. 석탄발전기는 주파수 추종운전을 하지만, 가스발전기에 비해서 추종속도가 느린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수력이나 양수발전은 가스발전기보다 훨씬 부하추종 능력이 뛰어나다.



기존의 전력시스템에서는 보통 300~400기 정도의 발전기로 60GW~ 100GW 정도의 부하에 전력을 공급했다. 발전기를 가동하는 순서는 연료비가 가장 싼 발전기부터 투입하기 때문에 원자력발전기, 석탄발전기, 그리고 가스발전기 순서로 가동하게 된다. 이 때, 원자력 발전기와 석탄 발전기를 모두 가동해도 최소부하는 이보다 많았기 때문에 하루 24시간 항상 운전이 보장됐다. 이러한 항상 운전이 보장되는 발전기를 기저발전기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원자력과 석탄발전기가 기저발전기 역할을 했고 원자력 발전기가 자동부하추종능력이 없어도 크게 지장이 없었던 것은 석탄발전기나 가스발전기의 부하추종능력으로 크게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자력의 부하추종능력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서 양수발전기를 건설하여 원자력 발전기의 경직성을 보완했다. 이러한 운영의 기본 패턴은 재생에너지가 증가하면서 크게 변하게 된다. 우선 연료비가 0인 재생에너지가 가장 먼저투입이 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가 기저전원의 위치를 가지게 됐다. 재생에너지가 증가하는 만큼 가스발전기, 석탄발전기 순서로 발전기를 정지시켜야하기 때문에 이 경우 부하추종을 담당해야 하는 발전기는 원자력발전기가 돼야 한다.



원자력발전기의 위치가 기저발전기가 아니라 자동부하추종을 담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원자력 발전기가 자동부하추종 능력이 없으면 원자력을 정지시키고 부하추종능력이 좋은 가스발전기를 가동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자동부하추종 기능은 전력망의 수급변화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한다면, 발전기의 크기는 발전기가 고장을 일으켰을 때 전력망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지를 결정하게 된다. 단위 발전기가 큰 발전기가 탈락하면 그 영향이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비율이 6.6%에 불과한 2020년에 이미 원자력 발전기 출력을 줄여서 운전하는 조치를 시행한 바 있으며, 앞으로 그 빈도와 용량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이는 전력망의 관성의 저하와 함께 자동부하추종 발전기가 부족한 상태에서 원자력 발전기의 단위용량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비율이 33% 정도인 캘리포니아에서 PG&E사가 보유한 2기의 원전을 각각 2024년과 2025년에 운전 정지시키는 이유도 원자력 가동이 힘들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율 30%를 달성한 영국도 작년에 일부 원자력 발전기를 정지시키고 출력도 50% 제한 운전했다는 보고가 있다. 재생에너지가 주력인 전력망에서 운전되는 발전기는 크기는 작고, 자동부하추종운전 기능이 좋아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SMR(Small Modular Reactor)이 원자력 발전기 논의의 중심에 있는 이유이다.



출처 : 전기신문 202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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