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친 이후 시작될 것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집중호우는 단순히 물의 양이 늘어난다는 물리적 현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다가올 폭염이나 가뭄도 마찬가지다
지금부터라도 기후변화의 측면에서 복합재해에 대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과학적으로 진단해 피해를 정확히 예측할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진짜 큰 피해는 비가 그치고 난 이후에 시작될 것이다
정말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매일 억수같이 비가 쏟아진다. 며칠 전 전북 군산에서는 시간당 146㎜의 비가 내렸다. 초등학교 시절 많이 쓰던 15㎝ 자 높이만큼의 물이 1시간 만에 머리 위로 쏟아진 것이다. 여기가 한국인지, 동남아인지 구별되지 않을 정도의 비가 내리는 것 같다. 사실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높아졌고 주변 해수면 온도 또한 상승해서 이미 아열대 기후의 특성을 보인다. 그래서 이렇게 짧고 굵게 아열대 스콜 같은 집중호우가 내려도 어색한 상황은 아니다. 좁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는 기상학적 이유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름 기후가 변한 것이다. 한반도 여름 기후 그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에 똑같은 메커니즘의 강우 패턴이 형성되어도 비가 더 많이 올 수 있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비는 분명 기후변화의 증거라고 보는 것이 더 현명하다.
집중호우로 예기치 못한 복합재해
기후변화는 단순히 기온만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비, 구름, 바람, 습도 등 대부분의 기상요소가 강하거나 약하게 변하는 것이다. 한반도의 집중호우뿐만 아니라 최근에 큰 이슈가 되었던 비행기의 이착륙에 영향을 주는 바람(난류)을 더 강하게 또는 약하게 만들기도 한다. 평균기온이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시점에 특정한 이유로 지면의 기온이 높아지면 뜨겁게 달구어진 공기는 빠르게 하늘로 솟구쳐 구름이 되고 강한 비를 뿌릴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대기 중 수증기가 증가하고 공기는 더 뜨겁고 습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수증기를 가득 품고 데워진 공기는 더욱 강한 바람이나 폭풍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서 특정 지역에는 더 많은 비가 올 수도 있고, 반대로 다른 지역에서는 비가 더 적게 올 수 있는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가 만들어진다. 미래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여러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도 현재 우리가 보는 극단적 날씨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온난화를 늦추지 않는 이상 앞으로 더 빈번히 발생할 것이라 한다. 즉 비가 극단적으로 많이 오거나 오지 않는 강수량의 변동성 또한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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