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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진 위원장-서울교육 21년가을호 기고] 기후위기시대, 탄소중립을 향한 기후위기 시민

작성일 : 2021-10-30 조회 : 1895


기후위기시대, 탄소중립을

향한 기후시민 키우기





윤순진(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이미 시작된 기후위기



올해 여름, 고온다습한 찜통더위로 힘들었다. 한반도 상공에 형성된 열돔 때문이라고 한다. 열돔 현상이란 상공을 덮고 있는 고기압이 이동하지 않고 한 곳에 자리 잡은 채 지표면에 열을 가두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란다. 햇빛을 받아 지표면이 데워져 열기가 발생하지만 그 열기가 빠져 나가지 못하고 지표면 근처에 갇혀 버려 폭염이 지속되는 것이다. 우리보다 앞서 열돔현상을 겪었던 캐나다와 미국 북서부에서는 기온이 54℃ 이상으로 치솟는 폭염을 견뎌야 했다. 미국에서는 고온으로 건조해진 데다 번개가 잦아지면서 산불이 연이어 발생했고 정전까지 겪어야 했다. 캐나다에서는 폭염으로 700명 이상이 사망하고 벤쿠버 해변에서는 살아 있던 조개 들이 더위에 그대로 익어서 폐사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올 여름엔 세계 곳곳에서 엄청난 폭우가 발생 하기도 했다. 무려 1000년 만에 서유럽과 중국에 폭우가 쏟아졌고 일본, 인도 등지에서 연이어 홍수와 폭우, 산사태 피해를 겪었다. 영구동토(永久凍土)라 불렸던 시베리아의 얼어 있던 토양이 녹으면서 메탄이 스며 나오고 그 탓인지 시베리아에서도 연이어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영구동토라 여겨졌던 곳이 불타고 있는 것이다.

1992년 국제사회는 기후위기의 진행과 기후위기가 가져올 심각성을 인식하고 유엔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C)을 채택하였다. 그로부터 거의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가마다 차이가 조금씩 있긴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기후위기를 야기하는 원인물질인 온실가스 배출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지난해인 2020년에는 코로나19 대유행 (pandemic)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를 겪고 많은 사회들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도시 봉쇄 조치를 취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다소 줄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 때를 제외한다면 1950년대 이후, 특히 2000년대 들어서는 온실가스 배출이 빠르게 증가해왔다. 이미 대기 중 이산화탄소(CO 2) 농도는 2021년 8월 현재 417ppm으로, 산업화 당시의 280ppm보다 거의 50% 가까이 늘었다.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이미 1.2℃가 상승한 상태다. 최근에 발표된 제 6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지금 추세대로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난다면 2040년 즈음에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류는, 아니 지구의 모든 생물종들은 이미 기후 위기시대를 살고 있다. 더 이상 기후위기는 북극곰만의 문제도, 미래세대들의 문제도, 또 최빈개도국의 가난한 사람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국가와 지역, 세대, 성별, 직업, 건강 상태 등에 따라 같지 않지만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그 누구도 기후위기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현 세대를 일컬어 기후위기 피해를 가시적으로 겪게 된 첫 세대이면서 극심한 기후위기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라 말한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나와 우리가, 따로 또 함께, 변화를 만들어야만 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기후위기시대 생존 전략, 탄소중립

탄소중립(Carbon Net-Zero 또는 Carbon Neu–trality)은 이런 기후위기의 파국을 막기 위한 생존 목표이자 생존 전략이다. 탄소중립에 대한 논의가 처음 담긴 건 2015년 제21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 채택한 파리협정(Paris Agreement)에서였다. 파리협정 제4조 1항에는 21세기 중반에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원에 따른 제거가 균형을 이루도록 가능한 한 빨리 전 지구 온실가스 배출이 정점에 도달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파리협정을 통해 산업화 이전 시기 대비 2℃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well below)으로, 더 나아가 1.5℃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인류 역사 최초로 지구 평균 기온 상승 억제 목표에 합의한 것이었다.

이후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가 제48차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한 “지구 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통해 온도 목표는 2℃ 가 아닌 1.5℃가 되었다. IPCC는 특별보고서에서 0.5℃ 차이에도 불구하고 2℃ 상승 시 1.5℃ 상승에 비해 폭염 노출 인구와 식물종이나 척추동물의 절멸률, 어획 수확량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두 배 이상 피해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극 여름바다의 경우, 해빙이 모두 녹는 현상이 1.5℃ 상승하면 100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지만, 2℃ 상승하면 10 년에 한 번 꼴로 발생해서 이전 상태로의 회복이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IPCC는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1.5℃ 온도 상승 억제를 권고 하였으며, 이를 위해서는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이 0이 되는 탄소중립(Net Zero)을 달성해야 하고,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5% 저감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탄소중립이란, 인간 활동에 따른 탄소 배출량은 최대한 줄이고 그래도 남는 대기 중 배출량은 숲 복원이나 조림 등으로 흡수량을 증가시키거나 탄소포집이용저장(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CCUS) 기술을 활용해 제거함으로써 실질적인 배출량이 0이 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그림 1> 참조).





탄소중립에 가장 먼저 나선 국가는 스웨덴이었다. 스웨덴은 파리협정이 발효된 후 이듬해인 2017년에 2045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이를 법제화한 세계 최초의 국가였다. 2018년 IPCC의 제안 후에는 2019년에 G7 국가 최초로 영국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세계 최초의 기후변화 관련법이었던 기후변화 법을 개정해서 반영하였다. 이후 많은 국가들이 탄소중립 선언에 나섰다. <그림 2>와 같이 2021년 8 월 현재 137개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한 상태다. 부탄과 수리남은 이미 탄소중립을 달성했는데, 배출량보다 흡수량이 더 많은 상태다. 스웨덴과 영국 외에도 프랑스, 캐나다, 스페인, 덴마크, 뉴질랜드, 헝가리, 룩셈부르크, 독일, EU 등 12개국이 탄소중립 목표를 법에 명시하였다. 한국과 아일랜드, 칠레, 피지 등 4개국은 입법화 과정에 있다. 2050년을 목표로 하는 국가들이 대부분이지만 우루과이는 2030년, 핀란드는 2035년, 오스트리아와 아이슬란드는 2040년, 독일과 스웨덴은 2045년을 탄소중립 목표연도로 명시하고 있다. 사실 산업화를 먼저 시작한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가들과 동일한 시기에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것은 “공통적이지만 차별화된 책임(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y principle)”에 비춰볼 경우 적절하지 않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가진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최초로 탄소중립을 선언하였고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탄소중립 의지를 국내외에 재천명하였다. 그리고 지난 5월 29일에 탄소중립 정책의 수립, 이행, 평가 등의 관제탑(control tower) 역할을 수행하는 민관 거버넌스기구로 대통령 소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 (이하 탄중위)가 출범하였다. 탄소중립을 내건 세계 최초 위원회다. 제1기 탄중위는 당연직 위원인 18개 중앙행정기관의 장관들과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대통령이 위촉한 77명의 민간위원에, 공동위원장으로 국무총리와 민간공동위원장 2인 등 총 97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탄중위는 출범 후 2개월 동안 11개 부처가 추천한 45개 국책연구기관 소속 72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작업반에서 마련한 2개 시나리오 안을 검토하고 조정하면서 총 3개의 시나리오 안을 수립하였다. 탄중위가 발표한 시나리오는 대외 의견수렴을 위한 ‘초안’으로 여론과 이해당사자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통해 수정될 수 있는데, 의견 수렴 결과를 반영한 최종안은 10월 중 발표될 예정이다.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기후시민

기후위기로 인한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21세기 중반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만 한다. IPCC의 제 6차 기후변화평가보고서의 내용에 따르면 2050년 탄소중립은 한가한 목표일지도 모른다. 2040년으로 목표연도를 당겨야 할 수도 있다. 이미 시작된 기후위기는 사실 기상의 위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상기후, 즉 극단적인 기상현상에 따른 생명과 재산의 손실과 피해의 문제만은 아닌 것이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많은 국가나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시장 질서, 통상 질서가 변화되고 있다. 아니, 탄소문명사회와 탈탄소문명사회는 달라야만 한다. 기업들도 바뀌고 있다. 바뀌지 않으면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 굴지 기업들의 RE100 가입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RE100이란 자신들이 사용하는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으로 사용하겠다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캠페인이다. 기후친화적인 에너지를 쓰지 않으면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21년 8월 10일 현재 322개 기업이 동참하였다. 이들 기업은 자신들만 100% 재생에너지 전력을 쓰는 데 그치지 않고 협력사들에도 그런 접근을 요구하고 있어서 RE100 가입 기업을 넘어서 세계적으로 영향을 확산시키고 있다. 또한 이제 까지 기업 경영의 핵심 기준으로 작용했던 단기간의 재무적 가치를 넘어 비재무적 가치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서 앞서가려는 기업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인류 역사에 있어 그 어느 시기에도 평범한 사람들이 누리기 어려웠던, 현재 인류가 누리는 높은 삶의 질은, 바로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그간의 온실가스 배출 덕분이었다. 기후위기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 자연이 인류에게 보내는 지연된 청구서라 할 수 있다. 이제 더는 이 청구서에 대한 지불을 미뤄서는 곤란하다. 지불이 지연될수록 더 높은 이자가 붙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지금, 여기서, 나부터, 탄소중립을 위한 ‘기후시민’이 되어야 한다. 기후시민이란 기후위기의 원인과 결과에 대해 이해 하면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와 함께 책임을 인식하고 자신의 삶 속에서 기후행동을 실천하는 시민, 탄소중립을 위한 행동에 나서는 시민을 말한다. 아이들도 기후시민이 되어야 한다.

탄소중립을 위해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에너지 부문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에너지부문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73.2%(2016년 기준)를 차지하고, 한국에서는 86.9%(2018년 기준)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에 서는 에너지부문 가운데서도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전환부문이 에너지부문의 45.4%를 차지한다. 전력 생산에 화석연료 가운데서도 동일 열량일 때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석탄발전이 40% 가량 (2018년 기준 유연탄 39.9%, 무연탄 0.5%)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너지 절약과 효율 개선을 통해 에너지 수요를 줄이면서 재생에너지 이용을 확대해가는 에너지전환이 기후위기 대응에 가장 핵심이 된다. 하지만 에너지전환만으로 기후위기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다. 산업공정과 농축수산, 폐기물 부문에서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변화는 기술발전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생활양식의 변화 없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후시민은 기후변화의 원인과 영향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효과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실천활동을 책임있게 해나가야 한다.



우선, 기후시민은 에너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기후위기를 야기하는 가장 큰 원인은 연소과정에서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필연적인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 이용에 있다. 따라서 화석연료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환경영향이 적으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미미한 재생에너지 이용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일정 수준의 기본적인 에너지 서비스가 필요하다. 우리 삶은 에너지 이용 없이는 존재하기 어렵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에너지 자체라기보다 에너지 서비스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에너지 서비스란 취사와 조명, 냉난방, (여객과 화물의) 이동과 수송, 기기의 작동, 통신 등 에너지가 해주는 일을 말한다. 에너지에 초점을 맞추면 에너지를 부족하지 않게 공급하는 데 관심을 두게 되지만 에너지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면 동일한 서비스를 얻기 위해 에너지 투입을 되도록 줄이는데, 즉 에너지 효율 개선에 관심을 두게 된다. 에너지 서비스의 질을 떨어 뜨리지 않으면서 에너지 투입을 줄이는 것이 에너지 효율 개선인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 효율 개선은 반등효과(rebound effect)를 수반한다. 효율이 높아 지면 단위 에너지 서비스 당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 시간이나 횟수를 늘리는 효과를 야기하게 된다. 또 소득이 늘어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해당 기기를 사용하게 되면서 사회 전체의 총 에너지 소비량은 효율 개선에도 불구하고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에너지 절약이다. 에너지 절약이란 에너지 서비스의 양과 질이 좀 떨어지는 걸 감내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을 말한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거나 실내 냉난방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에너지 공급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효율개선과 절약을 통해 에너지 수요 자체를 줄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며 그래도 필요한 에너지는 재생에너지로 바꿔나가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에너지 전환이라 한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이 온실가스 배출문제를 모두 해결하지는 못한다. 산업공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만이 아니라 농어업, 임업, 축산업, 토지 이용과 폐기물 처리에서도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전 세계적으로는 농어업, 임업, 축산업, 토지 이용에서 18.4% 의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폐기물에서 3.2%가 발생한다. 국내에서는 농업 관련 분야에서 2.9%, 폐기물에 서 2.3%가 발생한다. 이 영역들은 대체로 식생활이나 의생활 등 생활양식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는데,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이 영역들 또한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 최근 들어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육류 비중이 늘고 있는 식단이다. 육류 가운데서도 쇠고기와 양고기가 온실가스 배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 한다. 2018년 사이언스(Science)지에 실린 옥스퍼드대학교 조세프 퓨어(Joseph Poore)와 토마스 네메섹(Thomas Nemecek)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쇠고기 1kg 생산에 약 60kgCO 2-eq(이산화탄소 환산 kg)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소는 반추동물로 되새김과정의 트림과 방귀에서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잠재력 지수가 25배 가량 되는 메탄이 발생하고 사료작물 생산에 온실가스로 이산화탄소에 비해 지구 온난화 잠재력이 300배 가까운 아산화질소를 배출하는 농약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또한 사료작물 생산을 위해 열대우림을 파괴해서 이산화탄소 흡수 역량을 감소시키는 것도 문제다. 퓨어와 네메섹의 연구에 따르면, 쇠고기 다음으로 양고기(24.0kg), 돼지고기(7kg), 닭고기 같은 가금류 고기(6kg) 순이다. 이렇듯 기후위기의 발생 원인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무엇을 어떻게 실천할지 알 수 있고, 자신의 실천이 갖는 의미를 알기 때문에 자기 실천에 만족감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



그렇다면 기후시민은 무엇을 어떻게 실천해야 할까? 기후시민의 실천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무엇보다 생활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Nega-Watt란 말이 있는데 이는 에너지 절약이 곧 생산이란 의미다. 에너지 소비 행태를 바꿔서 낭비적인 에너지 소비를 줄이게 되면 불필요한 에너지 시설을 건설할 필요가 없다. 또 재생에너지가 늘게 되면 시간과 기상에 따른 전력 공급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으므로 그러한 변동성에 맞춰서 소비 시간을 조절할 필요도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식생활이 온실가스 배출에 긴밀히 연동되어 있으므로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늘리는 것 역시 기후시민으로서 중요한 실천 사항이다. 폐기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출 자체를 줄이는 감량이므로 일회용품 사용 자제와 다회용기 사용, 재이용하는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둘째, 기후시민은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소극적 생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재생에너지 설비를 자가에 직접 설치하거나 에너지협동조합 조합원이나 재생에너지 관련 펀드 상품 구입을 통해 간접적인 에너지 생산자로 자기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태양광 패널과 같은 재생에너지 설비는 기존의 화력발전 이나 원자력발전에 비해 소규모 투자가 가능하고 작은 공간에도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에너지 생산자로서의 변신이 이제 어렵지 않다. 독일에서는 과거 에는 시민들이 원자력발전소 입지를 거부하면서 “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며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를 내세웠지만 이제는 에너지전환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를 솔선수범하면서 “그래, 내 뒷 마당에”란 의미로 임비(IMBY: Yes, In My Back Yard)를 주창하며 적극적인 생산자가 되고 있다.



셋째, 기후시민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치활 동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투표권을 가진 시민으로서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선출직 후보들에게 투표를 통해 뜻을 드러낼 수 있다. 지지하는 정치인들이나 선출된 대표자들이 이런 문제에 무관심하다면 관심을 갖도록 압박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모든 시민이 기후시민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엄연히 별다른 노력 없이 혜택만 누리는 무임승차자들이 존재하기에 이런 시민들도 행동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 정책을 바꾸고 새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를 바꿔야 한다. 의식 있는 소수 기후시민의 실천만으로 사회를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치인들이 기후시민의 표를 두려워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넷째, 기후시민은 경제주체로서는 소비자로서 시장에서 소비자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소비자 주권은 화폐라는 투표용지를 통해 행사될 수 있다. 일상 생활에서의 에너지 이용은 전자제품이나 설비를 통해 이루어진다.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태도와 습관에 연결되어 있지만 그 이전에 어떤 제품을 구입하는지가 중요한데 이 때 에너지 효율을 기준으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의 제품 선택은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해서 구입하는 것은 해당 제품에 대해, 또 그 제품을 생산한 기업에 대해 화폐라는 투표용지로 투표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기후시민이 고효율제품, 폐기물을 줄인 제품, 재활용이 용이한 소재로 만들어진 제품을 구입한다면 해당 기업은 소비자의 지지와 응원을 받게 되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이런 방식으로 생산하도록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소비자 들은 주식시장에서 투자자가 됨으로써 기업 경영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RE100 가입 기업이나 ESG 경영에 앞장서는 기업의 주식에 투자함으로써 해당 기업의 성장을 지지하고 혜택을 함께 누릴 수도 있다. 또한 진정한 기후시민이라면 본인이 야기하는 사회환경비용에 대한 지불용의(willingness to pay)를 지녀야 한다. 기후위기는 우리가 그간 아무런 비용을 치르지 않고 무료로 온실가스를 대기 중으로 배출한 결과다. 이제는 그에 대해 지불할 의 사를 가져야 한다.



다섯째, 기후시민은 같은 고민과 관심, 실천의지를 가진 사람들과 연대해야하고 연대의 폭을 지속적으로 넓혀서 더 많은 시민들이 변화의 과정에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시민단체를 적극 후원하거나 스스로 가진 재능을 기부함으로써 시민단체 활동을 강화해나갈 수도 있다. 시민단체는 정부에 대한 감시 감독을 통해 더 나은 정책의 수립과 이행을 견인하는 역할과 함께 일반 시민에 대한 캠페인을 통해 기후위기의 심각성, 대응의 긴급성, 탄소중립의 필요성과 시민 실천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 나가는 일을 감당해야 한다.



탄소중립과 기후시민을 위한 교육

그렇다면 이런 기후시민은 어떻게 길러낼 수 있을까? 어떻게 기후시민의 성장을 도울 수 있을까? 기후시민이 무엇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교육하고 소통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생활 속에서 느끼고 생각할 수 있도록 경험에 기반해서 교육하는 것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 교육은 학교 교육만이 아니라 사회교육, 평생교육의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꾸준히 이루어져야겠지만 일단 이 글에서는 학교 기후위기교육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우선 지난 3월, 교육부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제76회 총회에서 결의된 ‘교육기본법 개정’ 제안을 수용하기로 하였다. 교육기본법 내에 “국가 및 지방 자치단체는 기후위기와 환경 재난에 대응해 모든 학생과 교원이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요구되는 의지와 역량을 기르는 데 필요한 시책을 수립·실시해야 한다.”는 조항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여 기후위기·환경재난 대응 교육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교육부의 학교 환경교육은 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환경학습권 보장, ②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학교 환경 교육장 구축, ③ 신기후체제 대응을 위한 실행체계 혁신이라는 세 가지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제라도 교육부가 환경·기후변화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안 마련에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다.



다만 환경교과를 탄탄하게 교육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선택과목으로 편성했을 때, 환경교과를 선택하지 않으면 환경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문제점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0 또는 100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각 교과마다 환경교육 내용이 스며들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어나 영어 등 언어 관련 수업은 시나 소설, 수필, 연설문 등 다루는 글들이 기후위기나 환경 관련 내용을 담는 것을 되도록 많이 선택할 필요가 있다. 그 외 과목들에서도 교과 내용이 기후위기나 환경 관련 내용들과 연관이 되도록 하는 지혜를 발휘할 요소가 있다. 단순한 예지만 수학시간에도 북극의 빙하 녹는 속도가 대기 중 CO 2 농도와 온도와의 관계 등을 소재로 하여 수학적 내용을 전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체육 과목에서도 기후위기와 야외 스포츠 활동이라거나 곳곳의 이상기후와 스포츠의 관계도 살필 수 있다. 흔히 생각하는 과학이나 사회 교과를 포함, 모든 교과 내용에 기후위기나 환경을 연결할 수 있는 것이다.

교과로서의 환경교육도 필요하겠지만 학교 전체 접근(whole school approach)을 통해 전교생이 참여하는 사업을 시행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일단 학생들의 에너지 민감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요즘 우스갯소리로, 학생들에게 전기가 어디서 오냐고 하면 벽에서 나온다고 답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자신들이 사용하는 전기가 어디에서 무엇으로 만들어져 어떻게 본인에게까지 오는지 알지 못할뿐더러 알고자 하는 마음도 크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는 에너지에 민감한 삶을 살기 어렵다. 학생들이나 교사들 모두 에너지 민감성이나 감수성을 기를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방법은 학생들이 에너지일기나 탄소 일기를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매일 자신의 일상 생활 속에서 어떤 형태의 에너지를 얼마나 쓰는지를 기록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을 계산 해보도록 할 수 있다. 탄소계산기가 개발되어 있으니 번거로운 작업이 아니다. 에너지일기나 탄소일기를 작성하는 과정을 통해 집에 있는 가전제품의 정격용량을 확인하게 됨으로써 어떤 기기가 어느 정도 의 에너지를 쓰는지 알게 되고 대기전력이란 개념도 익힐 수 있다. 이런 활동을 해보면 자신의 행동과 생활이 에너지와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지 이해할 수 있고 에너지 사용에 대한 민감성을 기를 수 있다.



학생들과 학부모, 나아가 지역주민들까지 참여하는 태양광 설치사업을 함께 하는 것도 의미 있는 활동이다. 협동조합을 설립해서 배당을 받는 것도 태양광 발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도록 하는 데 중요하다. 학교는 이사를 갈 가능성이 매우 적은 시설물이며 학교 옥상은 넉넉한 면적에 사방에 가림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아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기에 제격이다. 다만 이런 시설물이 보이지 않게 설치되거나 학생들이 방문해서 살필 수 있는 기회가 없다면 에너지 감수성을 기르기 어렵다.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매개로 재생에너지 발전이나 전력 생산, 이러한 활동과 기후위기의 상관성에 대해 교육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자칫 잘못할 경우 태양광 발전으로 학교 스스로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오히려 전기를 마음껏 써도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또는 시설이 가시적이지 않을 때는 태양광 발전에 대해 감각조차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태양광 패널 설치로 끝나기 보다 학생들이나 교사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공간에 계량기를 설치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학교에서 소비하는 전력을 보여주는 계량기를 병렬해서 설치함으로써 생산량과 소비량을 동시에 인식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사실 생산 이전에 더 중요한 것은 ‘절약이 곧 생산’ 이므로 다양한 절약노력이 전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습관적으로 블라인드를 내리고 실내등을 켜는 행동의 문제를 이해하고 직사광선이 비칠 때가 아니라면 자연채광으로 충분히 생활할 수 있음을 알도록 해야 한다. 학교의 기물들이 플러그인 상태에서는 기기를 작동하지 않더라도 대기전력 소비가 있음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서 대기전력 소비로 생산 전력이 낭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앞서 기후시민에 대해 기술한 것처럼, 투표를 제대로 하고 정치에 관심을 두는 기후시민도 중요하다. 학생들은 선거권이 없지만 거주지 구의원, 시의원, 국회의원, 나아가 대통령까지 선출직 대표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이 기후위기와 환경문제 관련 해서 법(조례 포함)과 제도, 정책을 제대로 만들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정치인들에게 메일이나 문자 보내기를 할 수도 있다. 또 가깝게는 주민센터를 포함한 행정관청에 여러 가지 제안을 할 수도 있다. 기후 위기를 소재로 모의 국회나 모의 선거를 해볼 수도 있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학생들은 기후위기가 단순히 시민실천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영역에서 논의되고 실천될 수 있음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여전히 적지 않은 학생들이 분리 배출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분리 배출 행동수칙을 제대로 익히는 것도 학교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단순히 분리 배출을 제대로 하는 걸 넘어 폐기물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된다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것이 습관이 되도록 학교에서부터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회용 컵을 소지하고 다니며 세척하는 것을 귀찮게 생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되도록 남기지 않도록 애초에 먹기 싫은 음식은 급식 때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서울특별시 교육청이 추진하는 채식식단 확대도 학생들에게 거 부감이 들지 않도록 토론과 설득, 소통의 과정을 거 칠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교육은 공포의 프레임에 갇혀 있어서는 곤란하다. 희망의 프레임이 필요하다. 기후위기가 너무나 심각해지고 암울한 전망에 제시되고 있지만 기후위기가 인간의 사회활동에 의해 유발된 것이라면 인간이 열쇠를 쥐고 있다. 우리가, 우리의 사회· 경제활동이, 바뀌면 해결될 수 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변화 없이는 해결이 가능하지 않다. 실천이 변화를 만들고 함께 하는 실천이 그 변화를 더욱 당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후위기는 탈탄소문명으로부터의 완전한 전환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 전환의 과정이나 전환 이후의 사회엔 또 다른 기회가 존재한다.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사회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회일 것이다. 아니 다른 사회여야 한다. 학생들이 가질 일자리도 달라질 것이다. 이런 달라질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달라진 사회에서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 꿈을 키워야 한다. 변화가 주는 기회를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소통해야 한다. 더 이상 대가 없이 온실가스 배출을 배출할 수 있는 공짜 점심은 없다. 기후위기 교육을 통해 우리의 일상생활이 자연과 어떻게 연결 되어 있는지를 인식하고 사회와 자연,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이해할 수 있으며 그런 이해를 기반 으로 자신의 미래를 꿈꾸고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출처]  서울교육 2021년 가을호(2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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